지난 6월 1일 WHO 긴급승인을 받은  중국 시노백 백신. ⓒphoto AP·뉴시스
지난 6월 1일 WHO 긴급승인을 받은 중국 시노백 백신. ⓒphoto AP·뉴시스

정부가 오는 7월 1일부터 해외에서 백신을 접종한 뒤 입국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14일(2주)간 자가격리 면제 범위를 늘리기로 하면서 해외입국발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14일 자가격리 면제대상으로 특정한 백신에는 국내에서 승인을 받고 접종 중인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코비쉴드 포함), 얀센 백신뿐만 아니라 시노팜(SinoPharm)과 시노백(SinoVac) 백신까지 포함됐다.

중국산(産)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WHO(세계보건기구) 긴급승인을 받은 것은 맞지만, 아직 국내 승인이 나지 않은 백신이라서 상당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중국에 대한 무기력한 대응으로 ‘친중(親中) 논란’을 자초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사무총장이 이끄는 WHO는 지난 5월 7일(현지시각) 시노팜 백신을 긴급승인했고, 지난 6월 1일에는 시노백 백신에 대해서도 추가로 승인했다.

시노팜 백신은 중국의 국영제약사인 중국의약그룹(국약그룹) 산하 ‘중국생물(CNBG)’에서 개발한 백신이고, 시노백 백신은 ‘베이징과흥(科興)생물제품’이란 회사에서 내놓은 백신이다. 중국 위생당국은 총 2회 접종 방식의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을 이미 자국민 6억여명에게 1회 이상 접종한 상태다. 자연히 시노팜과 시노백을 접종한 중국발 입국자의 한국행(行)에도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환구시보(글로벌타임스)는 지난 6월 15일, ‘한국이 중국 백신을 신뢰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한국이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을 맞은 사람을 2주 자가격리에서 면제해주는 첫 번째 국가가 됐다”고 보도했다.

WHO 긴급승인에 앞서 중국 위생당국은 지난해 12월부터 소위 ‘면역장성(免疫長城)’ 계획에 따라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을 주력으로 중국 내 성시(省市)의 접종률을 거의 ‘집단면역’에 가까운 수준까지 끌어올린 상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머무는 관계로 중국에서 가장 엄격한 방역기준을 적용하는 수도 베이징의 경우, 지난 6월 7일 기준으로 3230만회분의 백신이 접종됐다. 1회 이상 접종을 한 사람만 1757만명으로, 접종률은 90.2%에 달한다. 2회분까지 모든 접종을 끝마친 사람도 1482만명에 달한다.

중국 6억명 1회 이상 접종

상하이시도 1회 이상 접종한 사람이 1809만명으로 접종률 75%를 넘었다. 2회 이상 접종자도 1257만명에 달한다. 선전시의 접종률도 88.4%를 기록했다.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속한 후베이성에서도 4000만회분이 접종됐고, 과거 사스(SARS)의 발원지였던 광둥성에서는 7123만회분의 백신이 접종됐다. 재중 한국교민(재외국민) 상당수도 사업 또는 교육상 필요에 따라 중국산 백신을 접종한 상태다. 베이징시 위생당국에 따르면, 현지 거주 외국인 가운데 1회 이상 접종을 마친 사람은 2만9554명에 달한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에 따르면, 중국 내 코로나19 백신 접종 횟수는 지난 6월 14일 기준으로 이미 9억회분을 돌파했다. 지난 3월 27일 1억회분을 돌파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속도다.

1회 이상 접종인구 역시 6억2200만명을 넘었는데, 14억명 중국 전체 인구를 감안하면 절반 가까이가 1회 이상 백신을 맞은 셈이다. 사스와 코로나19 방역영웅인 중난산(鍾南山) 중국공정원 원사에 따르면, 중국은 올 연말쯤 전체 백신접종률 80%로 사실상 집단면역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면역장성’을 구축하는 데 주춧돌과 벽돌로 쓰인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의 방어력을 두고서는 여전히 물음표가 붙는다. 중국이 자체 개발한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화이자와 모더나, 바이러스벡터방식의 아스트라제네카(AZ)·얀센 등과 달리 ‘사(死)백신(killed vaccine)’ 방식으로 개발됐다. ‘사백신’은 병원균을 열이나 화학적인 방법으로 비활성화시킨 전통적인 형태의 백신이다. 비활성화 또는 불활성화 백신이라고도 불리는데, ‘생(生)백신’에 비해 비교적 안전한 편이지만 면역력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mRNA 방식의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방어률이 모두 95% 내외인 데 반해,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의 효과는 50~70%대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시노팜 백신은 아랍에미리트(UAE)와 바레인 등에서 임상을 실시한 결과 78.1~79.34%의 방어율을 얻었고, 시노백 백신은 50.65%(브라질)~91.25%(터키)까지 들쑥날쑥한 방어률을 기록했다. WHO가 긴급승인을 내주면서 밝힌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의 방어율도 각각 79%와 51%에 불과하다. 50%대 방어력은 WHO가 긴급승인을 내주는 마지노선이다.

결과적으로 중국 당국이 공언한 ‘면역장성’이 북방 이민족의 남하를 한번도 막지 못했던 ‘만리장성’ 꼴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실제로 중국의 ‘1선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중 하나인 광저우(廣州)시는 높은 백신접종률에도 불구하고 최근 코로나19에 다시 방역전선이 뚫리면서 시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광저우시는 전체 인구(1500만명) 가운데 67%에 달하는 1011만명이 1회 이상 접종을 마쳤다. 접종 횟수는 1313만회분으로, 2회분의 모든 접종을 마친 사람도 325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5월 30일부터 광저우의 구도심인 리완(荔湾)구를 중심으로 인도발(發) 델타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한때 확진자가 두 자릿수로 치솟았다. 그 결과 광저우시 주민 대부분이 1회 이상 PCR 핵산검사를 받았다. 광저우시 정부에 따르면, 지난 5월 21일부터 6월 12일까지 실시한 PCR검사건수만 무려 3602만건에 달한다. 지금도 광둥성 내에서만 광저우시 리완구 등 2개의 ‘고위험구역’과 15개의 ‘중위험구역’이 지정돼 특별관리를 받고 있다.

수출물량만 3억5701만회분

효능 논란에도 불구하고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상당량 퍼져나간 상황이다. 중국 상무부에 따르면,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이 기부 형태로 전달된 나라는 80개국, 수출된 나라는 43개국이 넘는다. 중국 외 지역에 공급된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은 물량으로 3억5701만회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전 세계 백신공동분배 프로젝트인 ‘코백스(COVAX) 퍼실리티’에도 1000만회분의 백신을 제공하기로 한 상태다. 필리핀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과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도 각각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을 맞았다. 병 주고 약 주는 꼴이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시진핑 총서기의 시노팜과 시노백 백신 접종 여부에 대해서는 일절 함구하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 측은 “재외국민, 유학생 등이 해외에서 예방접종을 받고 국내에 입국하는 경우에는 격리 면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입국절차 완화 요구가 있어 왔다”며 “남아프리카공화국, 브라질 등 변이바이러스 유행국가(13개국)에서 입국하는 경우에는 예방접종 완료자라 하더라도 격리 면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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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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