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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76호] 2021.09.27

중국 비밀통화 논란 밀리 합참의장의 트럼프 배신

우태영  자유기고가 wootaiyoung@hanmail.net 2021-09-28 오후 4:04:35

▲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에 중국 합참의장과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논란을 빚고 있는 마크 밀리 미국 합참의장. photo 뉴시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말기에 마크 밀리 합참의장이 중국과 비밀리에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미국 정가에 커다란 충격을 주고 있다. 군에 대한 문민통제가 확립된 미국에서 군 지도자가 대통령 모르게 적국(敵國)과 비밀리에 통화하는 것은 자칫 반역행위로도 해석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이 공개되는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그러나 최근 인종 문제로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는 미국에서 군의 정치적 중립과 군에 대한 미국인의 높은 평가를 유지하기 위해 군 지도부가 고육책으로 이러한 사실을 공개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밀리 합참의장은 지난해 대선 나흘 전인 10월 30일과 워싱턴DC에서 발생한 트럼프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인 지난 1월 8일 리줘청 중국 합참의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두 차례의 통화에서 밀리 의장은 중국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며 공격할 경우 사전에 통고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중국 공격을 벌일 가능성을 우려한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내용은 워싱턴포스트(WP)의 밥 우드워드와 로버트 코스타 기자가 함께 쓴 저서 ‘위기(Peril)’에 담겨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지난 9월 15일 보도했다. 우드워드는 “밀리 합참의장은 ‘트럼프가 대선 직후 정신적으로 심각한 붕괴 상황에 이르렀다’고 확신했다”고 설명한다. 트럼프가 끝없는 선거부정 음모설에 빠져들어 대안현실을 만들어내는가 하면,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는 것이다. 고위급 측근들에게 “대통령이 방아쇠를 당기는 곳이 어딘지 너희들은 모를 거야”라고 말하는 트럼프를 밀리 의장이 매우 우려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밀리 장군 신임”
   
   밀리 합참의장의 비밀 통화에 대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마크 루비오 상원의원 등 공화당은 “중국 공산당에 기밀을 유출한 반역행위”라며 즉각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반면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밀리 장군을 대단히 신임한다”며 사임 요구를 일축했다. 백악관과 국방부는 지난 9월 19일 밀리 합참의장의 통화는 정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었다며 비밀 통화는 과장된 표현이라고 해명했다.
   
   지난 7월 공개된 워싱턴포스트 캐럴 리어닉 등의 저서 ‘나 혼자 고칠 수 있어: 도널드 트럼프의 재앙적 마지막 해’에는 밀리 합참의장이 트럼프가 군사쿠데타를 일으킬 것을 우려해 측근들과 대비책을 논의했던 사실도 담겨 있다. 당시에도 트럼프는 근거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한 바 있다. 두 책에서 트럼프는 권력욕에 취한 비정상적인 인물로, 밀리 의장은 트럼프의 무모한 행위를 저지하려고 노력하는 인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책들은 밀리 의장의 증언이나 동의가 없이는 출간되지 않았을 것이다.
   
   밀리 의장은 오로지 트럼프 덕분에 합참의장에 오른 인물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재직 시절 군부의 반대를 물리치고 육군총장이던 밀리 대장을 현역 군인 중 최고 직위인 합참의장으로 발탁했고 한때 두 사람은 죽이 잘 맞던 관계였다. 트럼프 덕분에 합참의장이 된 밀리 장군이 정권이 바뀌자 은혜를 원수로 갚고 있는 것일까?
   
   트럼프가 마크 밀리 육군총장을 차기 합참의장으로 지명한다고 트위터로 발표한 것은 2018년 12월 8일이었다. 당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조지프 던포드 합참의장은 데이비드 골드페인 공군참모총장을 차기 합참의장으로 추천하고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밀리를 합참의장으로 밀어붙인 것이다. 합참은 공군, 육군, 해군, 해병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당시는 2005년 이후 합참의장을 배출하지 못한 공군 차례였다. 밀리 육군총장이 당시 합참의장이 되지 못했으면 그에게 남은 4성 장군 보직은 유럽주둔군 및 유럽연합군 최고사령관이었다.
   
   
▲ 지난해 6월 2일 측근들과 워싱턴 성 요한 바오로 2세 내셔널 기념성당까지 행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장복 차임으로 수행하는 밀리 합참의장(오른쪽). photo 뉴시스

   트럼프와 밀리의 인연
   
   밀리가 합참의장이 된 데는 2018년 하반기 들어서면서 악화된 트럼프와 매티스 국방장관과의 관계가 주요 배경이었다. 이라크전쟁 등에서 명성을 떨친 4성 장군 출신의 매티스 국방장관과 트럼프는 서로 ‘동맹관계’와 ‘미국 제일주의(America First)’를 강조하며 충돌했다. 매티스는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이란과의 핵합의 폐기가 합의를 공동보증한 영국·독일·프랑스 등 동맹국의 입장을 난처하게 만든다는 이유로 반대했다. 특히 트럼프가 북한과 대화한다며 한·미연합훈련을 중단시킨 것이 두 사람의 불화에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 npr은 당시 보도했다. 매티스는 트럼프의 동맹관이나 안보관을 두고 ‘초등학생 수준’이라고 비판했고, 트럼프는 매티스가 ‘민주당원 같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최근에도 매티스에 대해 ‘과대평가된’ 인물이라며 비난을 그치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인물을 중용했기 때문에 매티스처럼 원칙을 강조하는 인물들에게는 부담을 느낀다는 평가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가 처음부터 눈여겨본 인물이 바로 밀리 장군이었다. 밀리 장군은 사관학교 출신이 아닌 동부의 명문 아이비리그인 프린스턴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ROTC 출신이다. 그는 특수전 전문가로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등에서 실전경험을 쌓았으며, 사단장 등의 지휘관도 역임했다. 전쟁사 이야기를 즐기는 역사광이기도 한 그는 주변 사람들을 짜증나게 할 정도로 미국독립전쟁, 한국전쟁, 아프간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쟁이야기를 줄줄 외우다시피 한다. 2차대전 당시 해병으로 참전한 군인의 아들인 그는 아버지가 사이판과 이오지마 등 일본군과의 전쟁터에서 획득한 일본군기를 여전히 관사에 걸어놓고 있다.
   
   npr은 “밀리는 수다스럽고, 농담 잘하는 성격 때문에 트럼프와 죽이 잘 맞았다”고 보도했다. 합참의장에 지명되기 이전에도 함께 웃거나 농담을 주고받는 광경이 목격되기도 했다. 2018년 6월 한 훈장수여 행사에서도 트럼프는 밀리를 향해 “대단히 훌륭한 협상가이다.… 나는 폭탄의 가격을 말할 때 그의 눈을 본다. 그는 폭탄을 잘 던질 뿐만 아니라, 폭탄의 가격을 매기는 일도 잘한다”며 이례적으로 우호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후반기 매티스 국방장관이 밀리 장군의 유럽연합군 총사령관 임명을 위한 최종 절차로 그를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 면접에 임하도록 했다. 이미 합참의장에는 골드페인 공군총장이 내정된 사태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밀리 장군의 경솔하고 과시욕 넘치는 행동을 좋아하던 트럼프는 이 만남에서 어떤 직책을 하고 싶으냐고 물었다. 밀리는 군의 최고 직위인 합참의장을 원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결국 트럼프는 이 인터뷰 직후 밀리를 합참의장에 지명했고 이는 트럼프가 매티스 국방장관 면상에 한 방 갈긴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밀리 장군은 다음해 9월 상원 인준을 거쳐 4년 임기의 합참의장이 되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과 밀리 합참의장은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트럼프가 매티스 국방장관의 후임으로 임명한 마크 에스퍼 장관에 대해서도 밀리 의장은 직책은 낮지만 후배를 다루듯 하였다고 미국 언론들은 보도했다. 트럼프가 독일 미군기지 철수를 발표했을 때 군 내외에서는 크게 반대가 나왔지만 밀리 의장은 반대의사를 표명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과 밀리 합참의장의 관계는 2020년 5월 발생한 조지 플로이드 사망사건을 기점으로 멀어지기 시작했다.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이 사건 직후 미국 전역에서는 트럼프의 백인우월주의에 항의하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지속되었다. 트럼프는 6월 1일 플로이드 사망 항의 시위를 ‘국내 테러 행위’로 규정하고 군대 동원을 발표했다. 다음날인 6월 2일에는 측근들과 함께 백악관을 나서 성 요한 바오로 2세 내셔널 기념성당까지 행진해 성경책을 들어 보이는 퍼포먼스를 연출했다. 그런데 당시 철모와 폭동진압장비를 갖추고 주방위군이 배치된 상황에서 밀리 합참의장이 위장복 차림으로 대통령을 수행하는 장면이 공개됐다. 주방위군을 시찰하기 위해 트럼프를 수행해야 한다고 믿었던 밀리는, 평화시위가 최루탄을 사용한 경찰 등에 의해 강제해산되고, 호주의 TV 기자가 경찰의 곤봉에 얻어맞는 광경이 생방송되었으며, 두 블록 옆에 시위에 참가했던 10대들이 공포에 질려 피신해 있다는 사실들을 몰랐다고 한다. 흑인을 백인 경찰이 무릎으로 목을 눌러 죽인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발생했는데 트럼프가 백인들과 함께 교회로 행진하고 위장복 차림의 밀리 장군이 이를 수행하는 광경은 TV에 반복적으로 방영되었다. 이는 온라인에서도 높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트럼프가 군대를 동원하여 시위를 해산하려 든다면 밀리 장군은 미국 대중에게 미군의 추락을 상징하는 인물이 될 위기였다. 자칫하면 미군이 베트남전 이후 최악의 비판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군 내부에서도 비판이 터져나왔다. 한 국방부 간부는 밀리 장군이 옷 속에 휘발유를 잔뜩 담고 불의 지옥을 지나간 꼴이라고 말했다.
   
   
   밀리가 등을 돌린 순간
   
   때마침 매티스 전 국방장관도 군을 동원하려는 트럼프를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트럼프는 미국 국민을 단합시키려 노력하지 않는 대통령이다. 그 대신 그는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 우리는 지난 3년 동안 트럼프가 주도면밀하게 추진한 노력의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국가안보국장과 중앙정보국장을 역임한 공군 장성 출신의 마이클 헤이든도 트위터에 “그가 전투복을 입은 것을 보고 충격받았다. 밀리(그가 장군인 거 맞나?!?!?)는 트럼프와 함께 교회에 가지 말았어야 했다”고 올렸다. 이라크전쟁을 지휘한 폴 이튼 예비역 소장도 밀리가 ‘나쁜 판단(bad judgment)’을 내렸다며 “밀리가 대통령이 아니라 헌법을 수호한다는 서약을 혼돈한 것 같다. 나는 그 장군이 정신을 차리든지 당장 사임할 것을 제안한다”고 올렸다.
   
   실제 백악관에서는 대규모 시위가 지속되자 군을 투입해서 시위를 진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2020년 6월 백악관 집무실에서 토론이 벌어졌는데, 당시 밀리 의장은 군 투입을 반대했다. 그는 거리에서의 산발적인 방화와 약탈은 평화적인 시위 때문에 줄어들고 있으며 주 단위에서는 주 방위군 수준에서 대처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에게 폭동을 진압하기 위해 현역 군인을 미 전역에 투입하지 말라고 설득했다. 당시 대부분의 미군 장교들은 대통령이 명하더라도 군 투입은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라고 간주하고 있었다. 결국 이 토론에서 밀리의 주장이 먹혔고, 이후 트럼프가 미군을 동원하지 않은 것은 밀리 의장 덕분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지적했다.
   
   나중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밀리 의장은 시위가 한창이던 6월 2일 트럼프가 교회에 도착하여 성경책을 손에 들고 사진을 찍는 순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그는 트럼프가 다른 사람들에게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할 때부터 현장에서 사라졌고 이후 카메라에 일절 나타나지 않았다.
   
   밀리 의장은 이 사건 이후 데미지를 최소화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는 먼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는 서한을 발표했고, “우리는 목숨을 바쳐 미국과 미국 국민을 수호한다는 서약을 진실하게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각군 참모총장들도 인종차별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조치들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 지난 2월 10일 국방부를 방문한 바이든 대통령(왼쪽)과 카멀라 부통령을 안내하는 밀리 합참의장. photo 뉴시스

   미군을 깨시민으로 만들고 있다?
   
   하지만 이후에도 밀리는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트럼프와 ‘엮여’ 비판받기도 했다. 2020년 10월 트럼프는 재선 운동을 하면서 TV 광고에 미군이 IS 리더인 알 바그다디를 공격하는 것을 상황실에서 지켜보는 장면을 내보냈는데 이 광고 영상에 밀리 합참의장의 얼굴이 본인의 동의 없이 들어갔다. 현역 군인들의 정당 참여나 정치자금 모금행위 등은 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도 군 내외에서는 밀리 의장을 향한 상당한 비판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밀리 합참의장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졌다. 그가 트럼프의 무모한 행동을 막기 위해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다는 주장들이 잇달아 보도되었다. 앞에 소개한 캐럴 리어닉의 저서에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장에서 밀리 의장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에게 “오늘 제일 크게 웃는 사람은 바로 나입니다. 당신은 내가 웃는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나는 마스크 속에서 웃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트럼프의) 쿠데타가 발생하지 않은 데 감사한다”고 평가하자 밀리 의장은 “하나님 덕분에 우리는 안전하게 착륙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밀리 합참의장은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미국의 정치 현실을 이해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비판적 인종이론 등을 사관학교 교육에 받아들이고 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그는 “나는 ‘자본론’을 읽었지만 공산당이 되지는 않았다”고 강조하기도 하였다. 현재 밀리 의장은 공화당 의원들로부터는 미군을 ‘깨시민(woke·깨어 있는 시민)’ 군대를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아프간 철수를 놓고도 흑인인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보다도 밀리 합참의장이 더 서둘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밀리 의장의 반(反)트럼프, 친(親)바이든 행보에 대해 공화당의 입장에서는 ‘배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러나 미국 국내 정치의 격랑을 헤쳐나가며 군의 위상을 확보하려는 비상한 노력의 일환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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