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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1호] 20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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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55년 전 캐낸 얼음조각이 가르쳐준 ‘그린란드’의 비밀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bluesky-pub@hanmail.net

▲ 2019년 8월 15일 배 한 척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 동부의 빙하 주변을 지나고 있다. photo AFP·연합
세계에서 가장 큰 섬이자 전체 국토의 85%가 얼음으로 덮여 있는 신비의 땅 그린란드. 이 얼음왕국이 한때 식물이 무성한 녹색의 땅이었다는 직접적 증거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얼음이 없는 시기는 수십만 년간 계속되었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그린란드의 얼음이 쉽게 녹아내려 대규모 해수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핵미사일 기지 건설하려다 굴착한 퇴적물
   
   지난 3월 16일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미국 버몬트대 지질학부 폴 비어만 교수팀이 분석한 그린란드의 빙하 연구가 실렸다. 그린란드를 덮고 있던 두꺼운 얼음이 지난 100만년 사이 최소 한 차례 이상 거의 녹아내린 적이 있음을 확인했다는 내용이다. 그린란드 얼음 밑에서 파낸 퇴적물 덩어리를 조사하다가 이 같은 결론에 이르렀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그린란드가 최소 260만년 전부터 쭉 얼음으로 뒤덮였고, 과거의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에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연구팀의 이번 발견은 기존 통념을 깬 결과여서 학계의 관심이 크다.
   
   사실 이번 연구의 대상이 된 퇴적물은 냉전시대의 산물이다. 1966년 미군은 그린란드 북서부에서 얼음을 발굴하는 극비 작전을 수행했다. 옛 소련과 가까운 그린란드의 빙하 밑에 비밀 핵미사일 600개를 숨길 ‘캠프 센추리(Camp Century)’라는 군사 기지를 건설하는 ‘아이스웜(Iceworm) 프로젝트’였다. 북극에서 1280㎞, 북서 해안에서 120㎞ 떨어진 지점이다. ‘얼음 밑 도시’라고 불린 캠프 센추리는 대외적으로 극지 연구용 과학기지로 포장되었지만, 실상은 총연장 3000㎞가 넘는 21개의 터널을 뚫어 소련을 사정거리에 두기 위한 핵미사일 기지였다.
   
   옛 소련을 겨냥한 얼음 밑 기지 건설은 실패로 끝났다. 거대한 얼음이 예상했던 것보다 빠르게 흘러가면서 터널의 형태가 뒤틀리고 눈의 무게로 붕괴 위험까지 잦아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캠프 센추리의 육군 소속 과학자들은 기지의 기초공사를 위해 얼음 밑 1.38㎞까지 시추해 얼음 코어를 추출했다. 또 1.4㎞ 깊이까지 더 파고들어 3.44m 길이의 얼음 코어 퇴적물을 채집했다.
   
   1.38㎞에서 추출한 얼음 코어는 그린란드의 빙상 역사를 연구하는 데 크게 쓰였다. 그러나 1.4㎞에서 발굴한 퇴적물은 가치를 몰라 과학자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다. 반세기 동안 이리저리 냉동고를 옮겨 다녔을 뿐이다. 처음엔 미국 육군연구소 냉동저장실에 보관되었다가 1970년대에 뉴욕 버펄로대로 한 차례 옮겨졌다. 1990년대엔 덴마크 닐스보어연구소 냉동저장실로 또 한 번 옮겨진 뒤 구석에 처박힌 채 잊혔다. 그러다 2017년 새 냉동저장실로 얼음 코어 시료를 옮기기 위해 정리하는 과정에서 ‘캠프 센추리 얼음 밑 시료’라는 딱지가 붙은 것이 우연히 발견돼 다시 미국 버몬트대로 돌아오면서 빛을 보게 됐다.
   
   버몬트대 연구팀은 재발견된 얼음 코어의 퇴적물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2019년 어느 날, 연구팀 앞에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나타났다. 모래와 바위 대신 놀랍게도 잘 보존된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퇴적물에 섞여 있었던 것이다. 논문의 제1저자인 버몬트대 군트환경연구소 앤드루 크라이스트 박사후연구원에 따르면, 보통 빙상이 깔린 곳에선 모든 것이 파괴되어 가루가 되는데 이 퇴적물에는 식물의 형체까지 고스란히 보존돼 있었다. 화석이지만 마치 어제 시든 것 같은 섬세한 구조의 샘플은 얼음에 갇히기 전의 그린란드에 어떤 생물이 살았는지 보여주는 타임캡슐과 같다고 그는 말한다.
   
   연구팀은 나뭇가지와 나뭇잎이 섞인 퇴적물을 자세히 분석했다. 그 결과 그린란드는 한때 툰드라 떨기나무와 이끼, 풀, 더 나아가 전나무까지 자라는 녹색지대가 펼쳐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이 같은 녹지는 왜 생겼던 것일까. 이를 알기 위해 연구팀은 퇴적물의 산소 동위원소를 조사해 당시 그린란드가 두꺼운 얼음으로 덮여 있었는지 확인했다. 과거 그린란드 기후 연구에 착수했다는 이야기다. 연구를 통해 연구팀은 현재 얼음이 쌓인 캠프 센추리의 고도(1890m)보다 퇴적 당시 해발고도가 훨씬 낮았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그린란드 대부분이 얼음에 덮이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린란드 빙상 매년 평균 2550억t 유실
   
   연구팀은 또 퇴적물 속의 알루미늄과 베릴륨을 분석해 우주에서 날아오는 우주선(線)에 언제 노출됐는지 계산했다. 이들 원소는 얼음에 덮이지 않고 표면에 노출돼 우주선을 받을 때만 반응을 일으켜 생성되기 때문이다. 이 연구에서 지난 100만년 사이에 적어도 한 번은 얼음 대부분이 녹아 식물들이 그린란드를 녹색 땅으로 만들었음이 드러났다.
   
   연구팀의 이런 결과는 그린란드의 얼음이 기후변화에 취약하다는 증거라고 비어만 교수는 말한다. 독일 알프레드 베게너연구소 잉고 사스겐 연구원 팀의 연구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지구온난화로 2019년 그린란드의 빙상 유실률이 역대 최고였다는 사실을 밝혀낸 연구다. 지구중력탐사위성 ‘그레이스’와 ‘그레이스-FO’ 측정 데이터를 통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연구팀은 2003~2019년의 그린란드 빙상 유실을 측정했다. 그 결과 매년 평균 2550억t의 얼음이 녹아 줄어들었다. 특히 2019년에는 한 해 동안 평균치의 2배를 넘는 5320억t의 얼음이 녹아 역대 가장 많은 유실량을 기록했다고 국제학술지 ‘지구환경 커뮤니케이션스’에서 밝혔다. 비어만 교수 또한 이들과 거의 비슷한 연구 결과를 지난해 발표했다.
   
   기후학자들이 그린란드 얼음에 주목하는 이유는 얼음이 녹을 경우 세계 해수면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린란드의 두꺼운 얼음이 녹으며 범람한 물이 바닷물에 유입돼 전 세계 해수면이 매년 평균 0.76㎜ 상승하고 있다. 2005~2017년 동안 전 세계 해수면이 한 해 평균 3.5㎜ 높아진 점을 감안하면 그린란드 얼음이 녹으며 상승한 높이가 전체 해수면 상승의 22%를 책임지고 있는 셈이다.
   
   그린란드의 온난화 속도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수준이다. 덴마크 기상청에 따르면 그린란드는 최근 30년간 평균 기온이 1.5도 올랐다. 세계 평균의 2배다. 21세기가 끝날 무렵에는 따뜻한 온대기후가 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세계기상기구(WMO)는 그린란드를 덮은 얼음이 모두 녹을 경우 전 세계 해수면 높이가 6m 이상 높아져 뉴욕, 마이애미 등 해안의 주요 도시들이 바닷물에 잠길 것으로 예측했다. 이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기 전에 온실 효과 가스를 줄일 시급한 대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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