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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2호] 2021.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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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대한민국 우주시대, 2% 부족한 대통령의 꿈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2021-11-11 오후 3:28:52

▲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0월 21일 오후 누리호 발사 참관을 마치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 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지난 10월 21일 오후 5시 전남 고흥의 나로우주센터에서 힘차게 솟아올랐던 누리호의 발사는 아쉽게도 ‘미완의 성공’으로 끝나고 말았다. 총중량 200t의 누리호를 700㎞의 높이까지 밀어올리기는 했다. 그러나 알루미늄으로 만든 1.5t의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의 속도로 충분히 밀어주지는 못했다. 물론 절망할 일은 아니다. 우주선 발사에서 실패는 결코 드문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리호는 내년 5월 다시 우주로 올라간다.
   
   
   화려한 우주시대의 꿈
   
   대통령이 ‘대한민국 우주시대’의 청사진을 내놓았다. 하필이면 누리호 발사 실패의 현장에서 낙심한 연구원들을 병풍처럼 세워놓고 읽은 대통령의 대국민 메시지는 어색하고 장황했다. 대통령이 누리호의 발사 과정을 시시콜콜 설명해야 할 이유는 없었다. 어차피 3단 로켓 연소가 46초 모자랐던 것이 실패의 직접적 원인이라는 사실은 별도로 마련할 수밖에 없었던 실무 브리핑을 통해서 공개되었다.
   
   세계 7위 수준의 자력 발사 능력을 갖추겠다는 우주 개발의 꿈은 야무지다. 앞으로 10년 동안 공공 분야에서만 무려 100기 이상의 위성을 발사한다. 우리가 자력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를 이용해서 ‘우리 손’으로 쏘아 올리는 것이 목표다. 내년에는 3조7000억원을 투입하는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KPS)도 본격 추진한다.
   
   2024년까지 실용적인 고체연료 발사체의 개발을 완료해서 민간이 우주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하도록 만들 예정이다. 나로우주센터에 민간 전용 발사장을 설치해서 발사 전문 산업을 키우는 기지로 활용한다. 우주산업의 질적 성장을 통해서 우리도 ‘뉴 스페이스’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우주 탐사에도 과감하게 도전한다. 내년에는 달 궤도선을 발사한다. 달 착륙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하는 아르테미스 유인 달 탐사 사업과 NASA(미 항공우주국)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설치할 태양관측망원경의 제작에도 참여한다. 2029년에는 지구에 접근하는 아포피스 소행성 탐사계획을 추진하고, 2030년에는 우리 발사체를 이용한 달 착륙을 시도한다.
   
   그런데 화려한 우주시대에 대한 대통령의 꿈이 왠지 2% 부족해 보인다. 우리가 우주로 가야 하는 이유와 목표가 도무지 선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텅 빈 지게를 지고 남들을 따라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다. 대통령의 어설픈 홍보 이벤트를 비판한 언론보도에 대해서 격하게 반발한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거친 발언 때문에 더욱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선진국의 우주 개발 경험을 고스란히 벤치마킹해서 만든 관료주의적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국가우주위원회의 위원장을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시키는 것은 오히려 우주 정책의 정치화·관료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인이 될 수도 있는 일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에 설치한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에 대한 기대도 공허한 것이다. 우주 개발의 원동력은 관료와 정책전문가들이 쏟아내는 속 빈 ‘정책’이 아니다. 현장에서의 ‘기술혁신’이 훨씬 더 중요하다.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2011년 스페이스 셔틀 애틀란티스의 마지막 비행으로 막을 내리는 것처럼 보였던 우주에 대한 열기가 화려하게 되살아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탐사와 통신·관측·군사용 인공위성 개발로는 만족할 수 없는 형편이다. 1957년 스푸트니크 1호의 발사 이후 국가적 과제로 추진해왔던 우주 개발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민간에 의한 그야말로 혁명적인 ‘파괴적 혁신’이 우주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우리의 우주 개발 경험은 길지 않다. 우리가 멀기만 했던 우주에 도전을 처음 시작한 것은 1992년이었다. KAIST의 최순달 교수가 대학생들과 함께 제작한 꼬마 인공위성 ‘우리별 1호’가 그 시작이었다. 2008년에는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 이소연을 국제우주정거장에 파견했다. 그리고 2013년에는 두 번의 실패를 딛고 우리 땅에서 러시아의 발사체를 응용한 나로호를 우주로 쏘아 보냈다.
   
   우리에게도 파괴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관료주의적 정책 목표는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도 누리호의 성공이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200t급 액체 연료 로켓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7위의 우주 강국이라는 어설픈 환상은 과감하게 털어버려야 한다.
   
   우주 개발의 목표 설정에서부터 파괴적 혁신이 필요하다. 단순히 달 궤도선과 착륙선을 발사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다. 실제로 달에 가서 어떤 일을 할 것인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인간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달의 뒷면을 생생하게 보여준 중국의 혁신을 배워야 한다. 축구장 크기의 과녁에 불과한 소행성에 우주선을 착륙시키겠다는 일본의 신선하고 창의적인 우주 개발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처음부터 눈을 높이 들어 달이 아니라 화성을 목표로 선택한 UAE의 과감한 도전정신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미국 민간기업의 혁명적인 파괴적 혁신은 더욱 중요하다. 우주선의 재활용은 관료주의에 포획된 우주 개발에서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야말로 혁명적인 파괴적 혁신이다. ‘실패를 용인하는 연구개발’과 같은 어쭙잖은 미사여구로는 진정한 파괴적 혁신이 불가능하다. 우주 개발의 현장에 단단하게 뿌리를 박고 있는 낡은 전통과 관행을 과감하게 뽑아내는 일부터 시작해야만 한다. 젊고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마음껏 활개를 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우주에 대한 지식 증진을 목표로 하는 ‘과학적 탐사’와 상업적 응용을 목표로 하는 ‘실용 개발’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도 이제는 우주와 생명의 탄생과 진화에 대한 과학적 탐구를 통한 인류 공영에 기여하는 노력을 외면할 수 없다. 우주 개발을 단순한 경제적 성장동력으로 여기는 인식은 서둘러 떨쳐버려야 한다.
   
   국민을 기만하는 포퓰리즘적 우주 개발 시도는 부질없는 것이다. 모스크바 우주기념박물관에 걸려 있는 태극기와 이소연 박사의 사진에서 어떠한 감동도 느낄 수 없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추진한 ‘최초의 우주인’ 사업으로 젊은 과학자의 꿈을 송두리째 빼앗아버린 것은 부끄러운 실수였다. 이소연 박사가 정상적인 과학자로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어야만 했다. 많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를 완전히 떠나버린 이소연 박사에 대한 적극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인재를 가볍게 여기는 우주 개발은 절대 성공할 수 없다. 우리에게 우주 개발의 꿈을 심어준 최순달 교수와 김시중 전 과기처 장관에 대한 기억도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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