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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0호] 2022.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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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365.2425일… 그레고리력에 숨은 과학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명예교수 duckhwan@sogang.ac.kr 2022-01-02 오후 2:50:43

▲ 2022년 새해를 나흘 앞둔 지난 12월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핫트랙스를 찾은 시민들이 2022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살펴보고 있다. photo 뉴시스
2022년 새해가 밝았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장엄한 새해 일출을 즐기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떠들썩하게 자랑하던 K방역도 시들해졌고, 호기롭게 시작했던 단계적 일상회복도 45일 만에 접어야 했다.
   
   ‘검은 호랑이’의 임인년이 시작되는 설날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만 힘겨웠던 것이 아니다. 교수신문은 지난 한 해를 ‘묘서동처(猫鼠同處)’로 평가했다. 도둑을 잡은 자와 도둑이 한통속이었다는 뜻이라고 한다. 새로 시작하는 2022년은 고진감래(苦盡甘來)의 한 해가 되기를 간절하게 소망한다.
   
   ‘설날’은 본래 새해의 첫날을 뜻하는 명절의 이름이다. 그런데 세월의 흐름에 ‘시작’과 ‘끝’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의 타원형 궤도에서 시작과 끝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디를 시작점으로 선택하는지에 상관없이 지구가 365일에 태양을 한 바퀴 돈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다.
   
   결국 설날은 자연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농경 사회에서 계절을 알아내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달력’에 의해서 결정되는 지극히 인간적인 명절이다. 전통적으로 우리에게 설날은 초승달이 뜨는 음력 1월 1일이다. 지금도 일본을 제외한 동아시아에서는 음력 설날을 새해의 시작을 뜻하는 전통 명절로 여긴다. 중국과 대만에서는 음력설을 ‘춘절(春節)’이라고 부른다. 심지어 양력 1월 1일을 설날이라고 부르는 북한도 1989년부터 음력설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오락가락한 신정과 구정과 설날
   
   전통이나 종교적 이유로 고유한 설날을 즐기는 국가나 민족도 많다. 이스라엘을 포함한 전 세계의 유대인들에게는 로시 하샤나(Rosh Hashana)가 전통 설날이고, 이슬람 교도들에게는 라스 앗사나(Ras as-Sana)가 설날이다. 인도의 힌두교도와 동남아시아에서는 3월과 4월 중순의 축일을 설날로 여긴다.
   
   고종 황제가 을미개혁에 따라 1896년부터 오늘날 ‘양력’이라고 부르는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면서 양력 1월 1일이 새로운 ‘설날’이 되었다. 1895년 11월 중순까지 음력을 사용하던 대한제국이 한 달 반을 건너뛰어 새로운 새해를 선포하였다. 전통적인 음력설은 ‘구정(舊正)’으로 격하되었다. 이중 과세(過歲)의 낭비를 막아야 한다는 이유로 음력 설날의 성묘와 세배를 금지시키기도 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음력의 흔적을 완전히 지워버린 일본과 달리 우리는 음력 전통을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여전히 설·한식·단오·추석과 같은 음력 명절(名節)에는 민족 대이동의 불편을 감수한다.
   
   생일이나 기일(忌日)을 음력으로 챙기는 가정도 적지 않다. 결국 1985년부터 음력 설날을 공휴일로 지정하고 ‘민속의 날’로 부르기 시작했다. 1989년부터는 그 이름을 ‘설날’로 변경하고, 연휴 기간도 3일로 연장했다. ‘신정(新正)’이라고 부르던 양력설은 1999년부터 그저 하루만 쉬는 이름도 없는 정체불명의 공휴일로 전락해버렸다.
   
   모든 음력 명절이 그렇듯이 설날은 특정한 계절과 일치하지 않는다. 설날은 대체로 24절기 중 마지막 절기인 1월 21일의 대한(大寒)에서 두 번째 절기인 2월 20일 우수(雨水) 사이에 오게 된다. 검은 호랑이의 해인 임인년 설날은 2월 1일이다. 음력이 계절을 더 잘 알려준다는 속설은 전혀 믿을 것이 아니다.
   
   
   세계화의 원동력이 된 양력
   
   음력에서는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이용한다. 회회력(回回曆)이라고 알려진 이슬람의 마호메트력이 가장 전형적인 음력이다. 1년을 29일(짝수달)과 30일(홀수달)로 구성된 12개월로 구분한다. 그러나 1년이 354일에 불과한 회회력으로는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알아낼 수 없다. 계절의 변화는 달의 위상 변화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회회력에 계절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적절하게 ‘윤달’을 배치해야 한다. 19년에 7번의 윤달을 끼워 넣는 일은 간단치 않았다. 고도의 천문관측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계절의 변화에 대한 정보가 절실하게 필요했던 농경문화권에서는 태음태양력을 제작하는 일이 국가의 가장 막중한 업무였다.
   
   우리가 사용했던 음력은 중국에서 개발된 ‘중국력’이었다. 중국이 편찬한 ‘책력(冊曆)’은 공짜가 아니었다. 엄청난 조공(朝貢)을 제공해야만 했다. 달력은 전통적인 기술 패권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었던 셈이다. 음력의 전통에 숨겨져 있는 아픈 기억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력을 키워주는 기술은 요술방망이가 아니라 적극적인 투자와 노력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양력’으로 알려진 그레고리력은 1582년에 처음 등장했다. 정해진 규칙에 따라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1년 365일을 30일과 31일로 구성된 12달로 구분하고, 2월은 28일로 하고, 4년마다 2월에 윤일을 둔다. 다만 100으로는 나누어지지만, 400으로는 나누어지지 않는 해에는 윤일을 두지 않는다. 그레고리력에서 1년은 평균 365.2425일이다.
   
   계절의 변화는 지구 자전축이 공전 궤도에서 36.5도만큼 기울어져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자연현상이다. 북반구에서는 자전축이 태양을 향하고 있는 여름에는 태양의 남중 고도가 높아지고 낮의 길이가 길어진다. 반대로 자전축이 태양에서 먼 방향을 향하고 있는 겨울에는 태양의 남중 고도가 낮아지고 밤의 길이가 길어진다.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그레고리력은 그런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만든 달력이다. 그래서 낮이 가장 긴 하지는 거의 언제나 6월 21일이고, 밤이 가장 긴 동지는 거의 언제나 12월 22일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은 춘분과 추분은 거의 언제나 3월 21일과 9월 23일이다. 동양문화권에서 사용하는 24절기가 모두 그레고리력에 정확하게 반영되어 있다. 그런 달력을 만들어서 세계화를 가능하게 만들어준 것이 과학의 힘이다.
   
   그레고리력의 뿌리는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기원전 45년에 만든 율리우스력이다. 춘분을 포함하는 ‘마르티우스’(오늘날의 3월)에서 시작하는 10개월 304일로 구성되어 계절을 제대로 알려줄 수 없었던 로마력을 개정했다. 그래서 10번째 달이었던 ‘디켐브리스’(오늘날의 12월) 다음에 두 얼굴을 가지고 성문을 지키는 ‘야누스’에서 유래된 ‘야누아리우스’(오늘날의 1월)와 정화(淨化)를 뜻하는 ‘페브루아리우스’(오늘날의 2월)를 넣어서 1년을 365.25일로 만들었다. 야누아리우스가 새해의 시작으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전통으로 지켜오던 음력 명절을 부끄러워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음력이 실용적으로 더 이상 쓸모가 없어졌다는 사실은 인정해야만 한다. 1월 1일은 새해의 시작이고, 설날은 우리 모두가 좋아하는 명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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