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고 나면 건축가와 건축주가 웃고 헤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심한 경우는 원수가 된다. 건축가들에게는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갑질 건축주”들이 대부분이고 건축주에게는 “이런저런 핑계만 대는 못 믿을 건축가”가 대부분이다. 경기도 광주시 노곡리의 산속에 위치한 ‘아홉 칸 집’은 정반대의 경우이다. 건축가와 건축주가 집을 지은 이야기를 함께 책으로 펴내고, 전시까지 열었다. 서울 종로구 창성동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아홉 개의 방, 미완의 집’이라는 전시이다. 전시는 건축적 개념, 화가인 건축주의 그림, 사진작가
“근데 저 잠자리 눈깔 같은 건 뭐 하려고 만들었다냐?” 지난 5월 중순 점심을 먹고 덕수궁 돌담길을 산책하던 중 등 뒤에서 들려온 말이다. 뒤를 돌아보니 40대 남자 두 명이 걸어가면서 서울시청 신청사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서울시 신청사(이하 신청사)에 대한 논란은 2012년 준공 전후로 지금까지 계속돼 왔다. 결정타는 동아일보와 ‘SPACE’가 건축전문가 100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였다. 이 조사에서 신청사는 ‘최악의 한국현대건축물 1위’로 꼽혔다.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건축가 승효상씨는 지난
붉은 흙빛 건물에 햇빛이 내리꽂힌다. 줄무늬처럼 벽에 뚫린 수직 틈새를 통과한 빛은 시시각각 실내에 다른 색깔 다른 무늬를 그린다. 유리창 밖으로 푸른 바다가 손에 잡힐 듯 펼쳐진다.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단지 국제컨벤션센터 뒤에 있는 카사 델 아구아(casa del agua·물의 집)다.이 건물의 철거를 반대하는 목소리로 한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외교가까지 떠들썩하다. 카사 델 아구아는 멕시코의 건축 거장인 리카르도 레고레타(1931~2011)의 유작으로 일본의 개인주택을 제외하고는 아시아에 유일하게 남아있다. 한 건축가가 지구 반대
거대한 플라스틱을 휘어놓은 것 같기도 하고, 커다란 고목처럼 군데군데 움푹 파인 것 같기도 하다. 위로 쭉쭉 뻗은 상자 같은 빌딩들 사이에 조각 작품처럼 나란히 서있는 두 동의 빌딩이 화제다. 서울 광화문에 새 랜드마크로 등장한 이 빌딩은 중학동 옛 한국일보 자리에 들어선 ‘트윈트리(Twin tree)’. 건축가 조병수(54)씨의 작품이다. 조씨의 이름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다. 2004년 미국 건축전문지 ‘아키텍처럴 레코드’ 선정 세계의 건축가 11인에 뽑히기도 했다. 조씨는 강원도 화천에 있는 이외수의 집, 경기도 파주 헤이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