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6만명의 환자가 찾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W병원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공간이 있다. 첫 번째 공간은 진료실이 모여 있는 2층에 있다. 언제나 환자들로 붐비는 2층 한가운데에는 수백 개의 작은 손발 모형이 전시돼 있다. W병원 선천성기형센터에서 지금까지 수술한 신생아의 손발 모형이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모형은 꽤 많다. 손가락이 두 개씩 붙어 엄지까지 총 세 개처럼 보이는 손도 있고 아예 손가락이 없는 손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관습적으로 “손가락 발가락 10개 맞나요?” 묻는다. 하지만 이 모형들 앞에서는
공기업에 다니는 최은정(29)씨는 지난 8월 여름 휴가를 맞아 미뤄왔던 일을 완수했다. “치질을 앓고 있다는 얘기는 남자친구나 부모님에게도 말하기 힘들더라고요. 병원에 계속 가봐야 한다고 생각은 했는데 민망하고 부끄러워서 차마 가지 못했거든요. 인터넷 검색만 하다가 여의사가 있는 전문병원이 있다고 해서 얼른 다녀왔습니다.” 1년 넘게 고민하던 일이 몇 번의 외래 진료 끝에 금세 해결됐다.그러나 모든 환자가 최씨와 같은 것은 아니다. 서울 동작구 사당동에 있는 대장항문 전문병원 대항병원에는 종종 치료 시기를 놓쳐버린 환자들도 찾아온다
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다사랑중앙병원. 땀에 흠뻑 젖은 운동복을 입은 한 무리의 40~60대 남성들이 왁자지껄 1층 복도를 가로질러 위층으로 올라갔다. 이들을 따라 올라간 병원 5층에는 신나는 댄스음악이 흘러나왔다. 음악이 울려퍼지는 곳은 널찍하게 자리 잡은 헬스장. 복도 반대편의 탁구장에서는 탁구를 하며 기합 넣는 소리가 요란했다. 이곳은 운동시설이 아니라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이다.보통 알코올중독이라고 부르는 알코올의존증 전문병원에 대한 선입견 중 하나는 음침하고 폐쇄적인 분위기일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다사랑중앙병원은 활기찬 분
미국 실리콘밸리의 IT 기업이 ‘꿈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것처럼 분야마다 ‘꿈의 OO’이라고 불리는 모델이 있다. 의료계에는 어떨까. 환자들에게 ‘꿈의 병원’은 합리적인 비용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정확하고 효율적인 진료를 받는 곳이다. 의사에게 ‘꿈의 병원’은 의술(醫術)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다. 의사들은 환자 한 명 한 명을 신경 써서 진료할 수 있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즉각 적용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어한다. 간호사에게 ‘꿈의 병원’은 쾌적한 환경에서 효율적으로 환자를 관리할 수 있는 곳이다. 직장인이 ‘꿈의 직장’을
올해 환갑을 맞은 홍병기씨는 2~3년 전부터 원인을 알 수 없는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다리가 저릿저릿하고 엉덩이까지 다 아파서 허리디스크인가 싶어 병원에 갔어요. MRI를 여러 번 찍었는데 의사들 말이 디스크 문제가 잘 안 보인대요. 그런데 저는 너무 아프니까 한의원 가서 침도 맞고 하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아 힘듭니다.”하릴없이 이 병원 저 병원 옮겨 다니기만 하다가 지난 봄, 원인을 알게 됐다. “옆구리디스크라고 하더군요. 보통 MRI로는 발견하기 어려운데 옆으로 누워서 하는 MRI에서는 쉽게 보인대요. 초기에 제대로
서울 구로구 대림동 명지성모병원 앞에 서면 병원 규모가 생각보다 ‘작다’고 느낄 수 있다. 1984년에 설립된 명지성모병원은 우리나라 첫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뇌혈관질환 전문병원이다.그런데 막상 병원 정문에서 보이는 병원은 다소 협소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는 명지성모병원이 처음 터를 닦은 그 자리에서 33년간 움직이지 않고 조금씩 규모를 키워왔기 때문이다. 골목길을 돌아가보면 병원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300병상 가까운 병실과 26명 의사들의 진료실이 ‘ㄱ’ 자 형태로 골목 끝까지 빼곡히 자리 잡
14.6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국민 한 명이 1년에 병원을 찾은 횟수는 14.6회에 달한다. OECD 가입국 평균이 6.7회인데 평균을 훌쩍 넘어 1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민 1인당 의료비는 2010년에 비해 2013년 3.15배 증가했다. 같은 기간 OECD 가입국 국민의 평균 의료비가 1.92배 증가한 것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우리나라 국민은 병원을 자주 찾고 그만큼 돈도 많이 쓴다는 얘기다. 그런데 지난 6월 9일 대한중소병원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보면 상황이 다르다. 협회가 집계한 2016년 기준 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