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서울대 자연과학대 학장을 만나러 간 10월 15일은 서울대 개교기념일이었다. 휴일이어서 자연대 행정동인 515동 사무실은 대부분 닫혀 있었으나, 이준호 학장만 사무실을 열어놓고 있었다. 사무실에 들어가자 이준호 학장은 “주간조선 창간 50주년을 축하한다”고 환히 웃으며 인사말을 건넸다. 이 학장이 대학에 들어가기도 전에 첫선을 보인 주간조선은 창간 50주년 기념호에 한국 기초과학의 현주소 얘기를 담기 위해 이 학장을 찾아갔다.“10월이 되면 자연과학자는 강박증에 시달린다. 매년 노벨상 수상자를 발표할 때는 마음이 안 좋다.”
한국 과학기술의 연구개발(R&D)이 시작된 지 52년(한국과학기술연구원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가 출범한 1966년이 원년). 그동안 어떤 신기술들이 한국을 먹여 살렸을까. 그 시작은 경부고속도로 건설로 꼽힌다. 1970년대 초 경부고속도로가 뚫리면서 한국 경제는 탄력을 받아 급격히 성장했고, 건설업은 여전히 한국을 먹여 살리는 중요한 산업이 되고 있다. 그 뒤 국산 자동차 포니의 개발로 자동차산업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우리의 생활양식이 빠르게 변했다. 이때부터 본격적인 과학기술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1980년대와 1990년대는
우리 사회를 선진국 문턱까지 이끌어준 과학기술이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과학기술 중심사회를 향한 참여정부의 화려한 꿈은 철저하게 잊혔고, 떠들썩했던 4차 산업혁명의 열기도 시들해졌다.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형편이다. 심지어 핵과 미사일 개발로 세상을 놀라게 만든 북한의 과학기술에도 관심이 없다.단순히 관심만 없는 것이 아니다. 국민 안전을 위협하고 환경을 더럽힌다는 이유로 과학기술을 거부해야 한다는 ‘러다이트(Luddite)적’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래서 세계 최고 수준의 원전기술을 가차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