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6월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photo 뉴시스
검찰이 지난 6월 12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photo 뉴시스

지난 6월 12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제3자 뇌물’ 혐의로 추가 기소하면서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관련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징역 9년6월의 중형을 선고받은 뒤 관련 혐의로 이재명 대표 역시 재판에 넘겨진 것으로 ‘이재명 사법리스크의 체급이 더 커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입장에서 당장 문제는 검찰과 이재명 대표 측의 치열한 공방만큼이나 재판 일정이 길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름 전당대회와 2026 지방선거, 2027 대선 등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이재명 대표가 빨리 사법리스크에서 벗어나야 하지만 규모가 큰 사건에 잇달아 연루돼 있는 만큼 재판이 빨리 마무리될 가능성은 적다. 이미 재판을 받고 있는 대장동·백현동 개발비리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 검사 사칭 사건 관련 위증교사 의혹에다 이번 추가 기소까지 더해져 이 대표는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는 사상 초유의 야당 대표가 됐다. 이에 따라 살인적인 재판 일정을 소화해야 하고 재판 종결 시점에 대한 예측도 불가능해 사법리스크가 언제 끝날지 가늠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서울·수원 오가며 최소 주 3회 재판 

이재명 대표가 받아온 기존 3개의 재판은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돼 왔는데, 이번 제3자 뇌물 관련 재판의 경우는 수원지법에서 열릴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고소장을 수원지법에 접수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 대표는 서울과 수원 두 곳의 법원을 번갈아 다녀야 한다. 재판 횟수도 늘어나지만 법원 출석을 위한 동선도 대폭 늘어나는 것이다.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까지 거리는 약 14㎞ 정도고, 수원지법까지는 41㎞가 떨어져 있다.

이재명 대표는 재판 일정 소화에만 한 주의 절반 정도를 할애해야 할 것으로도 보인다. 그동안 대장동·백현동·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과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의혹 재판으로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마다 법정에 출석해 왔고, 위증교사 사건 재판이 월 1회씩 열려 이 대표는 한 주 최소 2번, 한 달 9번 재판을 받아왔다. 여기에 대북송금 의혹 사건 재판까지 열리게 되면 많게는 한 주에 세 차례 이상 재판에 출석해야 할 수도 있다. 이 같은 살인적인 재판 일정 소화 자체가 리스크라는 말도 나온다.

 

원조 친명 김영진의 의미심장한 직언 

‘이재명 사법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는 원조 친명인 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최근 발언에서도 엿보인다. 그는 지난 6월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민주당 당대표 임기와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 움직임에 대해 “이재명 대표만을 위해서 민주당이 존재하는 건 아니다”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전날 대선에 출마하려는 당 대표는 1년 전 사퇴해야 한다는 기존 조항에 예외를 두는 당헌·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이재명 대표의 핵심 측근들이 모인 ‘7인회’ 소속 김영진 의원이 여기에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김 의원의 비판 자체가 현재 민주당의 복잡한 속사정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김관옥 정치연구소 민의 소장은 주간조선에 “김영진 의원의 발언의 의미가 크다고 본다”며 “당장 이재명 대표가 전당대회에 나가면 안 된다는 얘기를 하기는 어렵겠지만 당 대표 재선 행보가 당에 주는 부담이 있다는 생각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화영 전 지사 같은 경우 법정에서 혐의가 상당히 인정됐는데, 그러면 (이재명 대표의 실형) 가능성도 높아 보이는 것이 당연한 거다. 실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민주당의) 부담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서는 비명계 등이 이재명 대표의 당권 연임에 본격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기에는 아직 섣부르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이재명 대표가 추가 기소만 됐을 뿐 4개의 재판 중 어느 하나도 유·무죄 가닥이 잡힌 상태가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재명 대표를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현실 권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갈 뒷심도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일단 민주당 친명 지도부는 이재명 대표를 호위하기 위해 법원과 검찰에 대한 전방위 압박을 시작했다. 먼저 지난 6월 3일 이성윤 의원이 발의한 ‘대북송금 특검법’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또 대통령이 이 특검법을 거부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당 사건 수사 검사와 검사장을 탄핵소추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재적의원 과반인 151명의 찬성이 필요한 검사 탄핵소추는 171석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는 사안이다.

민주당은 판·검사가 법을 왜곡해 사건 당사자를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만들 경우 처벌하는 내용의 ‘법 왜곡죄’를 신설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판사 출신 김승원 의원은 법원의 직권조사 의무화, 수사 중인 검사를 바꿔 달라고 신청할 수 있는 ‘검사 기피제’, 검사의 ‘객관 의무’ 위반 시 처벌하는 법안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또 ‘판사 선출제’에 대한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이화영 전 부지사의 중형 선고 이후 박찬대 원내대표는 “저런 검사에 요런 판사라니” “심판도 선출해야 한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재명 재판 결과의 3가지 시나리오 

차기 대권을 준비하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재판 결과에 따른 향후 시나리오는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모든 재판에서 무죄를 받는 경우, 대선 전에 금고형 이상의 실형을 받는 경우, 재판을 받는 도중에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 등이다. 먼저 4개 재판 모두 무죄를 받을 경우 사법리스크를 털어낸 이재명 대표는 대권 행보에 날개를 달게 된다. 아직 한 재판도 1심 판결이 나오지 않은 상황으로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다. 두 번째, 대선 전에 금고형 이상의 실형이 확정되면 이재명 대표의 국회의원직은 박탈된다. 대통령 선거 출마 자격 또한 상실돼 민주당으로선 유력한 대권 주자를 잃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도중 이재명 대표가 대통령에 당선됐을 경우다. 각각의 재판이 이미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데다 양측의 항소와 상고로 최종 3심까지 간다는 가정을 하면 최종 선고 전 2027년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이 마지막 시나리오에 대한 쟁점이 벌써부터 달아오르고 있다. 재판 도중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 그 재판은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논쟁이다. 최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헌법 84조’를 언급하며 시작된 이 논쟁은 법학계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에 대해 한동훈 전 위원장은 “헌법은 탄핵소추와 탄핵심판을 따로 규정하고 있고, 대법원도 형사소추와 형사소송을 용어상 구분해서 쓰고 있다. 소추는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라면서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한상훈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추는 공소제기와 소송의 계속 수행을 포함하는 걸로 해석하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내란과 외환의 경우를 제외한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중단하는 게 맞다는 의견이다. 한 교수는 “재판을 받다가 당선된 대통령이 퇴임한 다음에는 그 형사 재판을 계속 받게 된다. 만약 퇴임 후에 유죄를 받게 되면 전직 대통령에 대한 각종 예우가 박탈되기 때문에 대통령에 대한 재판이 중단되는 게 꼭 유리하다고만 볼 수는 없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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