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이 9월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고이즈미 신지로 전 일본 환경상이 9월 6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7일 열리는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일본 집권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 ‘라인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이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43)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의 차남에다 43세의 젊은 나이, 준수한 외모로 대중적 인기가 높다. 자민당이 지난해부터 비자금 스캔들에 휘말리며 지지율이 추락한 가운데 그는 '개혁'을 외치면서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한국에서 '펀쿨섹좌'로 유명하다. 2019년 9월, 환경상 취임 직후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에 참석하러 간 자리에서 "기후변화 문제는 펀(Fun)하고 쿨(Cool)하고 섹시(Sexy)하게 대처해야 한다"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내용을 알 수 없는 이 발언은 한국에서 인터넷 밈이 되었는데 이 때문에 '펀쿨섹좌'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그의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는 강단있는 어투, 분명한 논조 등으로 연설에 능숙한 정치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반면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논점일탈과 동어반복의 화법으로 유명하다. “스테이크를 매일 먹고 싶다”고 말했다가, "육우 사육 과정에서 온실 가스가 나와 환경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질문을 받자 “지금까지 없었던 질문이니 이것 만으로 뉴스가 될 거다. 뉴스가 되면 사람들이 신경쓰게 되니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된다"는 답변을 내놓는 식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고이즈미 신지로식 화법'으로 불린다.

이런 약점 속에서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자민당 총재 선거 시즌마다 호출됐고 하마평에 올랐다. 그는 반(反)아베파에 속한다. 그런데 아베 전 총리가 총격으로 피살되면서 사라졌다. 게다가 현재 자민당의 킹메이커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일본의 조타수를 맡기고 싶다"며 고이즈미 전 환경상 지지를 선언했다. 아베 전 총리의 반대 속에서 스가 전 총리는 그를 환경상으로 지목했던 인물이다.

더위 속에서도 수천명이 가두 연설장에 모여

후보 중 2강은 고이즈미 전 환경상과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이다. 두 사람 모두 온건 보수로 분류된다. 당내 강경 보수 세력, 즉 아베파의 지지를 얻기 힘들다는 전망이 많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고이즈미 전 환경상의 강세가 뚜렷하다. 지난 9월 9일 일본 TBS 계열 JNN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총재에 적합한 인물 1위(28.5%)에 올랐다. 2위는 23.1%로 이시바 전 간사장이었다. 내각제인 일본에서는 국민 지지도보다는 자민당 지지층 내 지지도가 좀 더 중요하다. 여기에서도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1위, 이시바 전 간사장이 2위였다.

지난 9월 6일 공식 출마를 선언한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7~8일 이틀 연속 가두연설을 하면서 분위기 몰이에 나섰다. 늦여름 더위에도 도쿄 긴자에는 약 5000명, 요코하마에는 약 7000명이 모여 그의 연설을 들었다. 대중적인 인기를 실감케하는 자리였다. 

다만 고이즈미에게도 약점은 있다. 일단 과거 수차례 논란이 됐던 그의 가벼운 발언들이 문제다. 수장으로서의 능력 문제를 불러오고 있다. 게다가 사실상 자민당 총재가 된다는 건 총리가 되는 걸 뜻하는데 환경상을 빼면 정부 내 주요 포스트를 겪어본 적이 없는 것도 약점이다.

그는 국내에서 밈으로 소모되며 친숙한 일본 정치인으로 통하지만 야스쿠니 신사를 자주 참배하는 정치인이기도 하다. 그의 부친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도 재임 시절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해 우리와 갈등을 겪기도 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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