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정부의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증원 발표로 촉발된 의정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못 찾고 있다. 지난 4월 총선에서 여당인 국민의힘이 참패하고 대통령 지지도가 추락하면서 의대 증원 추진동력을 사실상 상실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2025 의대 증원을 밀어붙이고 있다. 여기에 의사들 역시 각자 입장에 따라 좀처럼 협상을 위한 단일창구조차 구성하지 못해 애꿎은 시민들만 응급실 등 병원 이용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의대 증원과 관련한 윤 대통령의 완고한 입장에 대해서는 정부·여당 내에서도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이 와중에 의사 출신 국민의힘 소속 기초지자체장인 신상진 성남시장이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고 인적쇄신을 포함해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신 시장은 “의정갈등 관련 인적쇄신 대상에는 국무총리는 물론, 보건복지부 장관, 교육부 장관도 모두 포함된다”고 이례적으로 대통령실과 정부를 강도 높게 성토하고 나섰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 성남 구시가인 중원구 상대원동에서 ‘성남의원’을 운영한 개원의 출신인 신 시장은 한때 노동운동에 투신해 구속되기도 했고, 대한의사협회 초대 직선제 회장으로 김대중 정부에서 ‘의약분업’을 강행할 때는 의사들의 삭발시위를 주도하기도 했다. 이후 여의도 국회에 입성해 성남 구시가인 중원구를 지역구로 4선(選) 국회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의 성남시청에서 주간조선과 만난 신상진 성남시장은 “나는 현재 의사가 아니고 지금은 의사면허가 살아있는지조차 모르겠다”며 “의사 입장이 아닌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일반 국민들 입장에서 하는 말”이라고 진정성을 누차 강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기초지자체장으로 대통령실과 정부·여당을 향해 쓴소리를 하는 것과 관련해서는 “4선 국회의원에 성남시장까지 지낸 마당에 다음에 또 공천받자고 여기저기 눈치 볼 입장이 아니다”라며 “지금이라도 의료사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동안 의료사태로 억울하게 죽은 원혼들을 어찌 하느냐”라고도 말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의사 출신 여당 정치인으로서 의정갈등을 어떻게 풀어야 한다고 보나. “정부가 의사들과 싸우는 모습이다. 국민 생명에 필수적인 직종과 싸움하는 모습은 보기에 안 좋다. 정부가 초기에 2000명을 증원하기로 한 것, 전공의 처벌한다고 한 것, 간호사들을 대체 투입하기로 한 것, 공중보건의(공보의)·군의관을 투입하기로 한 것 등 현장에서 보기에 정말 말도 안 되는 정책들이 많았다. 결국 정부가 결자해지를 해야 한다. 의료계와 대타협을 통해서 빨리 환자들 진료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도록 병원들을 정상화하는 것이 최고 중요한 과제다. 의료개혁은 그다음 문제다.”
- 의사 증원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물론 의료개혁을 해야 할 부분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최저의 저렴한 의료비로 세계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나라였다. 의사 수를 단순히 따지는 짓은 그만해야 한다. 미국 등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선진국들은 하루에 환자를 20~30명만 보고도 우리보다 의사 수입이 많다. 대신 의사들이 많아도 환자들은 오래 기다린다. 우리나라는 3~5분 진료를 한다고 하지만, 그렇게 일하는 의사들은 전 세계에 우리나라밖에 없다. 우리나라 의사들은 굉장히 강도 높은 진료행위를 하고 있고, 여기에 대한민국 특유의 부지런한 근성까지 더해져 그렇게 하도록 훈련을 받아왔다. 당뇨병 등을 보는 내과만 해도 오전에 100명씩 보는 의사도 있다. 화장실조차 못 가서 아침에 집에서 물도 안 먹고 나온다. OECD 국가 평균의 의사 숫자와 단순 비교가 얼마나 위험한 일인가를 먼저 알아야 한다.”
- 의사 증원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필수의료 의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10~20년 전에도 같은 얘기였다. 내가 국회의원으로 있을 때 보건복지위에서 필수의료를 떠들어도 당시 보건복지부에서 하나도 반영을 안 했다. 이제 와서 뜬금없이 의사 2000명 증원을 들고나오니까 의사들이 열받는 것이다.”
- 결자해지에는 인적쇄신도 포함되나. “사실 윤석열 정부가 왜 이렇게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대통령이 나선 것은 이미 벌어진 일이다. 윤 대통령도 요새는 수습이 안 되니까 가만히 계시지 않느냐. 그러면 비록 대통령이 나섰다고 해도 장관들을 갈아치우고 새로운 장관한테 새로운 안(案)을 내놓으라고 해야 한다. 인적쇄신도 이미 때를 놓친 감이 있다. 의료의 ‘의(醫)’자도 모르고 법전만 공부했던 사람들이 국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대통령은 검사, 총리도 경제관료 출신이다. 물론 판·검사도 못 해본 변호사 출신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포함해서 하는 말이다.”
- 의사 출신 여당 중진 정치인으로 건의를 하지 그랬나. “지난번에 한덕수 총리가 성남을 찾은 적이 있다. 그때 한덕수 총리와 약 30분간 별도로 대화를 나눴다. 나는 그때도 ‘일단 의대 증원 유보하라’고 건의했다. 그랬더니 한 총리가 ‘다음주에 대책이 발표되는데, 의사들이 100%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대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랬느냐. 대단히 안이하게 생각한 것이다. 개혁을 한다면 개혁대상을 알아야 하고 면밀히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계속 헛다리만 짚고 있다. 국무총리부터 갈아야 한다.”
- 의료계도 협의체 구성조차 못하고 있다. 의료계 책임은 없나. “사태의 발단은 정부가 일으킨 것이다. 문제는 일단 사태를 해결하는 것이다. 전공의들이 평소처럼 병원에 돌아가야 한다. 언론들 또한 응급실에서 사람이 죽었다 안 죽었다만 부각하는데, 암수술을 제때 못 받아서 죽는 사람도 많다. 다만 그건 티가 안 날 뿐이다. 가령 암수술을 2월에 받아야 할 사람이 5월에 받으면 그 사이에 암세포가 얼마나 번졌을지 어떻게 알 수 있느냐. 일단 의료계와 깨어진 신뢰를 회복해야 하고, 그 후에 100명이든 200명이든 500명이든 의료계와 합의해서 처리해야 한다.”
- 내년도 의대 입시정원을 이미 발표한 마당에 철회가 되겠느냐. “이주호 교육부 장관이 의대를 5년으로 줄인다고 하는데, 한의대도 6년이고, 약대도 6년이다. 의대를 5년으로 줄이는 것이 말이 되느냐. 의대 정원확대는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하고도 다르다. 로스쿨은 법전만 보면 되지만, 의사들은 실습을 해야 한다. 예과라 하더라도 실습이 많은데, 내년에 정원을 늘렸다가 다시 줄인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 결국 대통령이 사과하고 국민 앞에 나서야 한다. 우선 의대 입시를 준비했던 사람들한테 사과해야 한다. 의대 공부라는 것은 원래 따로 없고 그냥 이과다. 공대를 가야 할 인력들이 의대를 가서는 안 된다.”
- 성남에도 대형병원이 있는데, 병원 문제로 인한 시민 불편은. “국가적인 문제인데 성남만 달리 특별한 것이 있겠느냐. 우리 집사람도 지난 2월에 성남의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폐암 수술을 받았다. 그때만 해도 수술환자들이 많아서 수술한 지 3일 만에 퇴원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하는 혈액종양내과에 환자들이 너무 많아서 비집고 다녀야 할 정도였다. 한데 의료사태 이후에는 항암치료를 하는 혈액종양내과 의자에 환자들이 없더라. 병원에서 암수술을 못 하니까 자연히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도 없어진 것이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가 사진까지 찍었다. 하루는 흉부외과의 다른 교수를 만날 일이 있어서 ‘요새 수술을 어떻게 하시느냐’고 물어보니, ‘전공의들이 없어서 교수들끼리 수술한다’고 하더라.”

- 시립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운영 건은 어떻게 되고 있나. “시립 성남시의료원은 509병상인데, 평균 병상가동률이 100병상밖에 안 된다. 가동률이 20% 정도다. 소아과 외래는 어떤 날은 환자가 하루 6명밖에 안 된다. 작년에 의료손실만 약 500억원 수준으로 나고 있다. 매년 시에서 몇백억씩 적자를 메우고 있다. 몇백억 적자를 낸다 해도 시민들이 만족하면 되는데 시민들한테 외면받고 있다.”
- 성남시의료원을 왜 대학병원에 위탁운영하려 하나. “사실 성남시의료원 문제는 2000년대 초반부터 나왔다. 성남 원도심에 있던 인하병원과 성남병원 두 곳이 없어지면서다. 그래서 시립의료원 얘기가 나왔고 나도 그때 찬성했다. 다만, 나는 그때부터 대학병원에 위탁운영하는 시립의료원을 주장했다. 초선 의원 때도 당선 첫해 성남시민회관에서 시립의료원 대학병원 위탁운영 건과 관련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공공의료원이라는 것이 과거에는 좋았다. 국립중앙의료원이 가장 좋았고, 서울적십자병원도 좋았다. 하지만 지금은 누가 가느냐. 병원 사정을 잘 모르고 돈 한두 푼이 아쉬운 사람들이 가지 않느냐. 공공의료원을 별 생각 없이 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느냐. 그만큼 시대가 변한 것이다.”
- 반대 측에서는 ‘민간 위탁’이라며 반대논리를 세운다. “이재명·은수미 시장을 거치면서 성남시의료원을 계속 직영해 왔다. 반대하는 측에서 ‘성남시가 돈이 아까워 민간위탁을 하려고 한다’며 계속 ‘민간 위탁’이란 말을 쓴다.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에 시립의료원을 위탁하려 한다’라는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것이다. 시민들을 선동하려는 행위다. 한데 서울대병원·경북대병원·전북대병원 등 국립대 병원을 ‘민간’이라고 할 수 있느냐. 대학병원에는 세금도 들어가고 국정감사도 받는다. ‘민간 위탁’이 아닌 ‘대학병원 위탁’이란 말이 맞고, 시립의료원의 진료수준을 대학병원급으로 높이자는 것이다. 지금 성남 시의료원은 환자의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안 갖춰져 있다. 서울대병원에 위탁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시립 보라매병원을 제외하고는 전국의 시립의료원이 대부분 그런 수준이다. 반면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 위탁 후 만족도가 높아졌다고 한다. 시가 조사해보니 62%의 시민이 성남시의료원의 대학병원 위탁을 원하고 있다.”
- 의정갈등으로 대학병원 경영이 어려운데, 선뜻 맡으려 하겠나. “해봐야 한다. 운영방식 변경에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승인이 필요하다. 지난해 11월에 복지부에 위탁신청을 했는데 복지부에서 아직 답을 안 주고 있다. 복지부 자체적으로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용역을 줬더라. 복지부에서 절차가 너무 오래 걸린다. 시립의료원은 적자를 내더라도 시민들이 만족하는 병원으로 거듭나야 한다. 자기 몸을 맡기면 모든 것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수준 높은 병원이 돼야 한다. 지난 9월에는 간 절제술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인 한호성 분당 서울대병원 외과교수가 4대 의료원장으로 취임해 의료원장 공석 상태도 해소됐다.”
- 저출생에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6년가량 있으면서 저출생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해왔다. YTN ‘돌발영상’을 찾아보면 알텐데, 예결위 회의 때 국방부, 국토부, 문체부 장관들에게 각 부처의 저출생 대책이 뭐가 있느냐고 물어봤던 적이 있다. 그때 내린 결론은 정부에서 저출생이 중요하다고 떠들지만 실제로 하는 일은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원래 하는 일에다 ‘저출생’이란 브랜드를 붙여서 대통령에게 뭔가 하는 듯이 보여주고 있다. 저출생 문제는 단순히 복지부가 맡아서 될 일도 아니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
- 시에서 저출생 극복을 위해 하는 사업이 있나. “시장이 됐을 때 저출생 극복을 위해 시에서만이라도 뭔가를 해보자고 ‘솔로몬의 선택’이란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성남에 살거나 성남에 있는 직장에 다니는 관내 청춘남녀를 연결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총 10차례 행사에서 남녀 460쌍 중 206쌍 커플이 이뤄져 매칭률은 45%에 달한다. 덕분에 지난 10월 15일에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블룸버그 시티랩’에 초청받아 ‘솔로몬의 선택’을 소개하기도 했다. 블룸버그 시티랩은 미국 블룸버그 자선재단과 아스펜연구소가 공동주최하는 국제 회의로, 세계 주요 도시 시장과 비즈니스 리더들이 모여 현대 도시가 직면한 문제를 논의하고 해법을 찾는 자리다.”

- 시에서 관내 청춘남녀 중매까지 서야 하나. “우리나라는 결혼을 해야 아기를 낳는다. 결혼 안 하고 아기를 낳는 경우가 지난해 4.7%에 그친다. 유럽은 무려 45%가 비혼(非婚) 출산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결혼을 해야 아이를 낳고, 결혼을 하려면 젊은이들의 결혼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 ‘솔로몬의 선택’으로 지난 7월 첫 결혼한 커플이 있는데 내가 결혼식에 직접 갔다. 당초 주례를 부탁해왔는데 정치인이라서 관내 시민 대상으로 주례를 못 서서 축사만 했다. 당시 신랑 친구들이 ‘성남시장 짱’이라고 하는데, 덩달아 기분이 좋더라. 선배나 후배가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결혼하면 얼마나 축하할 일인가. 이런 일을 통해 결혼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출생률 해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 전직 성남시장인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대통령 탄핵’을 시사했다. 배경이 뭐라고 보나. “두 가지다. 하나는 자기 재판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그전에 빨리 대선을 치러서 자기가 대통령을 하려는 욕심이다.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문재인 전 대통령 때처럼 보궐선거를 하겠다는 것이다. 몇 년을 못 기다리겠다는 처지의 조급함이다. 또 탄핵을 추진해 대통령이 뭔가 대단히 잘못한 게 있는 것 아니냐고 딱지를 붙이는 것이다. 일종의 ‘주홍글씨’다. 국회 다수당인 야당 대표가 국회에서 떠들면 사람들은 ‘탄핵 사유가 있나 보다’라고 믿을 수 밖에 없다. 현 정권에 대한 선동 내지 흠집내기, 망가뜨리기다. 탄핵에 재미를 봤고, 탄핵에 성공한 추억도 있지 않느냐.”
- 이재명 대표와 한때 가까웠는데,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에 대한 입장은. “어떤 정치인이라도 수십 가지 혐의 중 한 가지만 있어도 선출직을 잃어버리고 벌금형을 크게 받거나 구속됐을 것이다. 성남시 관내 대장동 건만 해도 분명 문제가 있다. 사실 검찰도 문제다. 성남 정자동 ‘더블트리 바이 힐튼호텔’ 건만 해도 문제가 많아서 검찰이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했고 자료를 다 넘겨줬다. 이창수 현 서울중앙지검장이 성남지청장을 할 때다. 하지만 그 뒤로 아무런 진행이 없고 감감무소식이다. 성남시 공무원들을 불러서 참고인 조사라도 해야 될 텐데, 검찰이 도대체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 전직 은수미 시장을 비롯해 성남시장들의 말로가 대체로 안 좋다. “나는 1984년 노동운동을 하러 위장취업해서 성남에 처음 들어왔을 때부터 성남에 뼈를 묻겠다고 다짐했다. 성남이 제2의 고향이고, 지금도 남한산성 아래 성남 은행주공아파트 28평에 산다. 과거 성남에서 시민운동 할 때 이재명 대표와도 친했다. 시민운동 할 때와 180도 달라진 사람이 이재명이다. 이재명 대표의 검사사칭 사건도 그렇고 다 그때 일어난 일이다. 얼마나 큰 국가적 사단을 일으켰나. 나는 국회의원 4선을 하면서 말썽을 일으킨 적도 없고, 단 한 차례도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나는 시장이 되면서도 감옥 안 가는 첫 성남시장이 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