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지속적으로 거론하던 야권서 ‘임기단축 개헌’론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야권 원로들이 현직 대통령 임기를 2년 단축하는 개헌을 촉구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하는가 하면, 다음날엔 20여 명 야당 의원들이 ‘임기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를 결성했다고 발표했다. 탄핵이 법리상 무리라고 보고 개헌으로 방향을 옮기려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서는 영부인 김건희 여사 특검법 수용을 압박하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에도 대비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의도라는 설명도 나온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를 비롯해 김상근 목사, 이부영 전 동아투위 위원장 등 시민사회 원로들이 모인 ‘전국비상시국회의’는 지난달 3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된 시국선언문의 골자는 ‘윤석열 정권 임기 2년 단축 개헌’을 중심으로 한 개헌안을 통해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을 추진하고자 하는 것이다.
시국회의는 “현직 대통령의 임기를 2년 단축하고 대통령 4년 중임제를 도입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탄핵은 법리적 논쟁으로 인해 사회적 분열을 초래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 의원들도 나섰다. 개헌연대 준비모임은 1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기단축 개헌 국회의원 연대’를 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견에는 장경태·민형배·문정복·김용만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황운하 조국혁신당 원내대표가 참석했고, 개헌연대 준비모임에 참여한 의원 수는 20여 명이다. 헌법의 부칙을 개정해 윤 대통령의 임기만 2년 단축, 기존 탄핵제도를 활용하지는 않지만 실제 탄핵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임기 2년 단축 헌법 개정이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며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윤 대통령은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해고 통지를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탄핵의 실체는 완성됐으나 절차 진행이 더딘 것이 현실”이라며 “탄핵 절차가 진행되더라도 보수화된 헌법재판소의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이 우세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31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실제 개헌을 한다면 빠르면 내년 3월 정도에 진행, 5월에는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상황이 되는 것”이라며 “개헌은 국민투표로 하기 때문에 국민이 직접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는 커다란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의힘 입장에서도) 임기 단축을 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는 데 같이 동참하는 정치세력으로 남는 것을 택하는 것이 그나마 가능성이 있다”고도 말했다. 다만 김용민 의원은 지도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검토하거나 논의한 것은 없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주간조선과의 통화에서 “대통령 입장에서는 임기단축 개헌보다 김건희 특검을 받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식으로 윤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라며 “특검을 받지 않으면 개헌으로 간다는 메시지로 여권을 분열시키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도 한 원인”이라며 “대법원 판결까지 가기 전에 선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도 설명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