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예화랑 건물. photo 여다정
서울 강남 예화랑 건물. photo 여다정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불법 비밀 선거사무소로 운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예화랑’ 건물을 둘러싸고 의심스러운 부동산 거래 정황이 포착됐다. 

주간조선이 입수한 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한미약품그룹 모 계열사는 재건축이 예정된 예화랑 건물 소유주와 20년 장기로 보증금 48억원, 월 임대료 4억원의 계약을 맺었다. 건물을 새로 짓는 만큼 사용승인도 다시 취득해야 한다. 예화랑 측은 2026년 12월 31일까지 신축건물에 대한 사용승인을 취득하기로 했다. 

예화랑 건물의 등기부등본을 살펴보면, 이 계열사는 지난 1월 31일자로 62억4000만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채무자는 예화랑 건물 공동소유자이자 대표 김방은‧ 예화랑 감사인 김용식 남매 그리고 아버지 김모씨 등 3인이다.  해당 근저당권은 김씨 일가와 임차인측 사이의 임대차계약에 의해 설정됐다. 김씨 일가가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선지급 받고 담보를 위해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다.

현재 예화랑 건물 소유자는 김씨 남매다. 그러나 내년 7월 말 준공이 예정된 신축건물의 지분을 김방은 대표와 김용식 대표, 아버지 김씨가 나눠 갖게 되면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권 채무자는 3인이 됐다. 임차인측은 기존 건물을 모두 철거하고 재건축한 이후, 2025년 7월 말 신축건물이 완공되면 건물을 임대키로 했다. 기존 건물은 장운규 건축가가 설계해 2006년 한국건축문화대상을 비롯해 수많은 건축상을 받았던 건물인데, 이를 모두 철거하고 내년 하반기 새로 세우는 신축건물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은 것이다.

재건축을 위한 시행대행사는 동생 김용식 씨가 대표로 있는 서울플래닝이 맡았다. 서울플래닝은 재건축에 대한 모든 권한과 신축건물 준공 이후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모든 권한을 부여받았다. 향후 임차인측으로부터 평당 3만원의 관리비(신축건물 1400평 기준 4200만원)를 받게 될 예정이다. 임차인측은 2년 뒤에야 신축건물을 사용할 수 있게 되지만, 이미 임대차보증금 48억원을 지불했다. 또 향후 20년간 960억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게 될 예정이다.

김방은‧김용식 남매는 현재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한미약품 그룹 모녀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김 남매는 지난 대선 윤석열 예비후보에 각 1000만원을 후원한 후원자이기도 하다. 윤 대통령 당선 이후 김용식 대표는 당선자 비서실에 합류했고, 김방은 대표는 청와대 관리‧활용 자문단 위원으로 위촉됐다. 김용식 대표의 장인은 윤 대통령의 검사 선배이자 ‘정치적 멘토’로 꼽히는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다. 2009년 9월부터 2013년 8월까지 서울플래닝의 감사를 지낸 정 전 총장은 윤 대통령 결혼식 주례를 섰었다. 지난 7월에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 후임 인선을 위한 ‘검찰총장후보 추천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임대차계약을 맺은 한미약품그룹 계열사 측은 “임대한 건물에 이전부터 구상해온 플래그십 스토어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계약내용이 임대인에게 너무 유리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계약이 이행되지 않았을 때 예화랑 측에서 64억원을 물도록 장치를 두는 등 우리한테 불리한 계약이 아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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