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2019년 6월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 환영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오른쪽부터)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서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성공을 인정받고 종전선언의 전기로 삼으려는 문재인 대통령의 구상에 빨간불이 켜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불과 60일 남긴 지난 12월 6일(현지시각) 미국이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이날 젠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외교적 보이콧 선언의 이유에 대해 “미국은 중국의 지독한 인권유린이나 신장에서의 잔혹행위 속에서 올림픽을 단지 비즈니스로 다룰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며 보이콧을 선언한 상황에서 문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은 쉽지 않은 문제가 되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3자 혹은 남·북·미·중 4자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이러한 제안은 내년 2월 베이징 올림픽을 고려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베이징에서 미국, 중국, 북한과 함께 종전선언을 하는 평화 이벤트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기적으로는 대선을 바로 앞둔 시점이라 실현될 경우 정치적 파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베이징 이벤트는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성공을 세계에서 인정받는다는 의미도 있다. 현 정부 주요 인사들이 요즘 줄기차게 워싱턴을 가는 이유를 여기서 찾기도 한다.

이번 미국의 보이콧에 국제사회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중요한 문제다. 서방세계가 미국의 보이콧에 동참할 경우 문재인 정부는 더욱 곤란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 실제 바이든 정부는 지난 3월 EU,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조율해 신장 문제와 관련해 대중 동시 제재를 이끌어냈다.

나아가 6월에는 영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G7(주요 7국) 정상회의 코뮈니케(공동성명)에 위구르 인권 문제가 포함됐다. 이미 중국 인권에 대한 문제의식을 주요 선진국들이 공유한 상황에서, 이들 국가 역시 베이징 올림픽에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외교적으로 고립된 중국 입장에서는 역설적으로 문재인 대통령의 베이징올림픽 참석이 중요해진다. 최근 한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이 있을 때마다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흘리는 것은 이런 배경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종전선언을 중요한 외교 목표로 생각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무조건 참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과거 냉전시대처럼 세계가 다시 선택을 강요받는 시대에 베이징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는 것도 큰 부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5년 9월 3일 베이징 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중국인민 항일전쟁 및 반파시즘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에 참여했을 때도 이를 ‘외교 참사’로 비판하는 시각이 많았다. 서방 정치지도자는 주변에 없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천안문에 오른 모습이 전 세계에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당시는 나름 중재자 역할을 하려 했다는 반론도 있었으나,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이 중국에 거부감을 갖는 국제 여론이 크다. 이번에 문 대통령이 베이징 스타디움에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연출되면 그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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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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