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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88호] 2021.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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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12·18 대만 탈원전 투표가 문 정부에 미칠 파장

이동훈  기자 flatron2@chosun.com 2021-12-17 오후 5:55:55

▲ 12월 18일 대만 제4원전 건설재개 등을 결정할 국민투표를 앞두고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는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 총통. photo 차이잉원 총통 페이스북
12월 18일 대만 탈원전 국민투표를 앞두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대만 민주진보당(민진당)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사실상 완공 직전에 공사가 중단된 제4원전 건설재개를 비롯해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 등 4개항에 대해 대만 국민들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는 당초 8월 28일로 예정됐었다. 하지만 대만 내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약 4개월간 연기돼 오는 12월 18일 실시된다.
   
   이 중 대만 북부 신베이(新北)시 룽먼(龍門)리에 있는 제4원전(룽먼원전) 1·2호기 건설재개 여부를 묻는 투표는 한국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초미의 관심사다. 룽먼원전 1·2호기는 각각 98%와 91%의 공정률에서 민진당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건설 및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하지만 12월 18일 국민투표에서 ‘제4원전 재개’를 희망하는 표가 많이 나오면 건설 및 가동을 재개해야 한다. 대만 국민투표는 투표권을 가진 18세 이상 전체 유권자의 25% 이상이 투표에 참가하고, 동의표가 부동의표보다 많으면 효력을 발휘한다. 앞서 오는 2025년을 목표로 탈원전 정책을 추진해온 민진당 정부의 탈원전 시간표는 지난 2018년 11월 전기사업법의 ‘비핵(非核)가원’ 조항 폐지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실시 결과 59(찬성) 대 41(반대)로 폐기된 바 있다. 여기에 12월 18일 국민투표에서마저 ‘제4원전 재개’를 요구하는 표가 많이 나올 경우 민진당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상 좌초된다.
   
   자연히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흔들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2017년 집권 직후부터 고리원전 1호기 영구정지,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등을 강행해 온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은 사실상 대만 민진당 차이잉원(蔡英文)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카피’한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하지만 탈원전 정책은 현재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조차 ‘탈(脫)원전’이 아닌 ‘감(減)원전’을 언급하면서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건설 중단된 신한울 3·4호기를 두고 “신한울 3·4호기는 이미 짓고 있는 원전인지 계획한 원전인지 경계지점에 있다”며 “주권자의 의사가 변했는데도 그냥 밀어붙이는 건 벽창호라고 할 수 있다”고 원전 건설 재개를 최근 시사한 바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역시 집권 시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언한 바 있다.
   
   
   투표 연기로 결과 예측 어려워
   
   하지만 대만의 탈원전 국민투표는 투표일자가 당초 8월에서 12월로 4개월가량 연기되면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사실 지난 8월까지만 해도 한여름을 앞두고 예고 없는 순환정전 사태를 겪으면서 제4원전 재개를 요구하는 쪽이 힘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하지만 지금은 원전중단과 원전재개를 요구하는 여론이 팽팽히 부딪치면서 어느 쪽의 우세도 가늠하지 못하는 형편이다.
   
   지난 10월 26일 대만민의기금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는 제4원전 건설재개에 동의하는 여론이 46.7%로 부동의(41.7%)를 웃돌았다. 하지만 지난 11월 12일 대만 TVBS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제4원전 건설재개에 ‘부동의(반대)’하는 여론이 45%로 동의(찬성)하는 여론(42%)을 오히려 앞섰다. 반면 지난 11월 18일 대만 ‘이티투데이(ET today)’가 발표한 여론조사는 동의(45.3%)와 부동의(43.9%)가 거의 1%포인트 내외로 우열을 가리기 힘든 양상을 보였다. 가장 최근인 지난 12월 6일, 대만 TVBS가 공개한 여론조사 역시 동의가 46%로 부동의(42%)에 비해 4%포인트가량의 근소한 우위를 보이는 데 그쳤다.
   
   민진당 차이잉원 정부 역시 당정이 가진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제4원전 재개 부결을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민진당 주석을 겸하는 차이잉원 총통의 페이스북은 제4원전 재개를 비롯해 국민투표에 회부된 4개항 모두에 반대표를 던질 것을 촉구하는 ‘4개 부동의’ 메시지들로 넘쳐난다. 상대적으로 높은 차이잉원 총통의 지지율도 투표 전망을 힘들게 하는 요소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다 보니 지난해 재선된 차이잉원 총통은 지금도 50% 내외의 견고한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 측이 내년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의 3연임을 앞두고 대만을 상대로 부쩍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점도 차이잉원 총통에게는 오히려 유리하게 작용 중이다. 실제로 중국의 위협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이 미국과의 관계 강화를 위해 불가피하다는 민진당 정부의 ‘4개 부동의’ 설득 노력은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는 중이다. 차이잉원 총통은 최근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의 불가피성을 거론하면서 2012년 일찌감치 락토파민 함유 미국산 돼지고기 수입을 허용한 한국의 사례까지 거론한 형편이다.
   
   
   다수당 민진당 조직력 총동원
   
   과반이 넘는 의회(입법원)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민진당의 조직력도 탈원전 국민투표 결과 예측을 어렵게 하는 변수다. 반면 제4원전 건설재개를 촉구 중인 제1야당인 국민당은 2016년과 2020년 총통 선거에서 차이잉원 총통에게 두 차례 패배한 데 이어 지난 총선에서도 민진당에 다수당의 자리를 내어준 상태다. 현재 대만 입법원은 전체 113석 중 민진당이 60석으로 국민당(39석)을 앞선다. 지방정부는 국민당이 우위에 있다고 하지만, 두 차례 총통선거 패배로 조직과 자금력 등에서 절대 열세라는 평가가 많다.
   
   이로 인해 12월 18일 대만의 탈원전 정책 지속 여부를 결정할 국민투표는 민진당과 국민당의 사활을 건 총력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실시한 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제4원전 건설재개 찬반 여부를 묻는 문항에서 민진당 지지자의 경우 78.5%가 ‘부동의(반대)’한다는 뜻을 나타냈고, 국민당 지지자의 경우 77.7%가 ‘동의(찬성)’한다는 뜻을 표했다. 민진당 지지자 가운데 제4원전 건설재개에 찬성한 사람은 17.8%, 반대로 국민당 지지자 가운데 제4원전 건설재개에 반대한다고 밝힌 사람은 17.6%에 불과했다. 양당 지지자 가운데 입장을 정하지 못한 사람은 각각 3.7%와 4.6%에 그쳤다.
   
   자연히 국민당 역시 지난 두 차례 총통선거 패배를 설욕하고 당장 2022년 11월 지방선거와 2024년 정권탈환에 필요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12월 18일 국민투표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다. 주리룬(朱立倫) 국민당 주석이 “국민투표 승리 시 내각 총사퇴”를 압박하면서 연일 군중동원 집회를 이어가는 것을 비롯해, 차이잉원의 전임자인 국민당 마잉주(馬英九) 전 총통도 국민투표를 앞두고 ‘동의’에 힘을 싣고 있다.
   
   마잉주 전 총통은 지난 12월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4원전 재개하면 전력 부족 없다”는 메시지를 올렸다. 마 전 총통은 지난 5월 순환정전 당시 엘리베이터가 중단돼 계단을 걸어가는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제4원전 건설재개’를 촉구한 바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대만민의기금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국민투표는 사상 처음으로 18세 이상이 참가하는 투표”라며 “이들이 국민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최종변수가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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