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추경호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이른바 '김대남 녹취' 의혹과 관련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내부총질에 힘을 뺄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나경원 의원은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진상조사를 할 수도 있겠지만 대표 워딩으로, 대표 측근들이 모두 나서서 이렇게 이슈를 키워야 되느냐. 일단 그 의도를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시끄럽게 하는 것 자체가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며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런 일이 있었던 것으로 고소, 고발한 사건도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국민의힘 전당대회 과정에서 김대남 전 대통령실 선임행정관이 진보 성향 유튜브에 당시 한동훈 후보를 공격 사주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앞서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공개한 녹취에 따르면 김 전 선임행정관은 지난 전당대회를 앞두고 서울의소리와 통화에서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 때문에 죽으려고 한다. 이번에 잘 기획해서 (한 후보를) 치면 여사가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대표는 김 전 선임행정관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고, 국민의힘은 윤리위원회 차원에서 김 전 선임행정관에 대한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한 대표는 전날 "당이 알고서도 묵인한다면 공당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니까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일련의 진상조사 과정을 두고 여권 내에서 비판이 제기되는 것이다. 나 의원은 "윤리위도, 조사도 할 수 있는데 그걸 꼭 대표 이름으로, 대표 입으로 해야 하나"라면서 "이게 용산을 겨냥한 거냐 또는 친윤들을 겨냥한 거냐 이런 생각들을 하고 아니면 지도부에 불리한 게 있나 그런 생각까지 들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왜 이렇게 키울까. 여러 시나리오를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또 "왜 아직까지 우리 당은 총선백서 공개를 안 하나 모르겠다"며 "지도부가 본인들에게 유리하든 불리하든 이런 것 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당내 소장파로 꼽히는 김재섭 의원도 같은 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일단 시동은 걸렸으니 진실 규명은 해야겠지만 개인적으로 한 대표가 김대남 녹취록과 관련해 공력을 너무 많이 쓰는 느낌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김대남이라고 하는 사람 자체에 대해서 여당 대표가 그 정도로 힘을 써야 될 만한 정치적 입지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라며 "그냥 본인 스스로가 과잉 충성하는 사람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대통령실에서 배후 지시가 있었던 거라면 나도 참지 않겠다. 이런 분명한 시그널을 주기 위해서 공력을 많이 쓰는 느낌"이라며 "그 공력을 오히려 다른 데 쓸 일이 많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기(한 대표)를 비판한다고 당원을 감찰 지시한 것도 정상이 아니다"며 "대통령도 비판의 대상이 되는 세상인데 한순간 흘러가는 여당 대표가 자기를 비판한다고 감찰 지시를 한다는 건 좀생이나 할 짓"이라고 힐난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공격 사주' 의혹과 관련해 연일 강경한 입장을 내놓자 김 전 선임행정관과 윤 대통령 부부와의 연관성 선긋기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대통령 부부가 김대남과의 친분이 전혀 없음을 밝힌다"며 "김대남과 찍은 사진은 대통령실 연말 송년회, 직원 퇴임 행사 등에서 다른 직원들과 함께 찍은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일각에서는 김 전 선임행정관이 직접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김 전 선임행정관이 자리를 유지하는 걸 누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스스로 자기 거취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할 시기"라고 말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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