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한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섬에서 경찰로 위장한 무장 괴한들에게 미국인 1명이 총에 맞고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AP·AFP 통신과 뉴욕타임스(NYT)는 “17일 밤 민다나오섬 잠보앙가 반도의 해안 도시인 시부코에서 미국인 남성 엘리엇 오닐 이스트먼(26)이 납치됐다”고 보도했다. 

사건을 신고한 이스트먼의 필리핀인 장인은 “검은 옷과 복면 차림을 한 괴한 4명이 이스트먼의 집에 찾아와 M16 소총으로 위협했다”며 “이스트먼이 도주를 시도하자 다리에 총을 쏜 후 바닷가에 있던 보트에 태운 뒤 사라졌다”고 말했다.

괴한들에게 납치당한 이스트먼은 지난해 필리핀 무슬림 여성과 결혼해 올해 5월부터 민다나오섬에서 거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민다나오섬이 외국인 여행자에게 위험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현지 경찰은 필리핀 연안 남쪽으로 괴한들이 도주 중인 것으로 보고 이스트먼과 이들의 행방을 추적 중이다. 이 가운데 마닐라 주재 미국 대사관은 21일 현재까지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민다나오섬이 포함된 필리핀 남부 지역은 필리핀에서도 치안이 좋지 않기로 유명하다. 이슬람 분리주의 반군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과 이슬람국가(IS) 계열 무장단체 아부 사야프 등의 거점이 이 지역에 위치해 있어 필리핀 군과의 내전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아부 사야프는 2010년대 들어 외국인을 납치해 몸값을 받아내거나 참수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은 공지를 내고 필리핀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들에게 주의를 요청했다. 대사관은 민다나오섬 남서쪽, 잠보앙가, 술루 제도 등에 대해 “이슬람 과격 테러 단체의 납치, 폭파 등 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니 접근을 자제하라”고 했다. 남부 지역 중 잠보앙가 지역은 한국인 여행금지 구역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어 “남부 이외 지역을 방문할 때도 안전에 유의하거나 되도록 방문을 삼가달라”고 전했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