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들에게 최소 일곱차례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으로 와 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추경호 당시 원내대표가 '당사로 모이라'는 지시를 내려 표결 참여 인원이 적어졌다고 주장했다. 이런 내용은 한 전 대표가 26일 출간한 본인의 저서 '한동훈의 선택-국민이 먼저입니다'에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11시 13분경 '즉각 국회 차원에서 계엄 해제를 요구할 것입니다'라는 페이스북 메시지를 올린 뒤, 국회 인근 국민의힘 당사 3층에서 추 전 원내대표와 만났다. 당시 한 대표는 "지금 신속히 국회로 가자"라고 말했지만, 추 전 원내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당사로 올 테니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자"고 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당 대표인 본인의 결정을 따라달라고 거듭 요청했고, 더불어 추 전 원내대표 명의로 '계엄 반대' 입장을 명확히 내 달라고 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는 "한 전 대표가 당 대표 차원에서 입장을 냈으니 별도 입장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의 주장에 따르면, 그는 당직자들과 국회 본회의장으로 입장한 뒤 계속해서 의원들에게 '본회의장으로 와 달라'는 요청을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이 계엄을 해제하는 장면에 국민의힘이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그래야 보수와 국민의힘이 산다"며 전화로 의원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추 전 원내대표가 '당사로 모이라'는 공지를 낸 탓에 고민하는 의원들이 많았다. 여당 의원들이 '경찰이 출입을 막아 들어오기 어렵다'는 뜻을 전하자 "지금 들어오는 야당 의원들은 하늘을 날아서 들어오느냐, 어떻게든 들어오라"고 전했다고도 한다.
책 속에서 한 전 대표가 '국회로 오라'는 뜻을 공지한 것을 시간과 함께 명확히 언급한 것은 일곱 차례나 된다. 한 전 대표는 국회의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공지는 국민의힘 108명 의원들 전원이 모인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 자신의 측근 의원들을 통해 이루어졌다. 한 전 대표는 당일 밤 11시 24분경 주진우 의원을 통해, 잠시 뒤인 다음날 0시 6분경 우재준 의원을 통해 국회로 오라는 지시를 내렸다. 우 의원을 통해 메시지를 전할 때는 '당 대표 지시'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또 0시 7분경 박정하 당시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같은 시각 재차 우 의원을 통해, 0시 9분경 다시 박 전 비서실장을 통해, 0시 10분경 우 의원을 통해 메시지를 올렸다. 서범수 당시 사무총장에게는 지금 원내대표실에 있는 의원들이라도 본회의장으로 와달라고 하도록 요청했다. 당시 국민의힘 의원들 가운데는 국회 내에 있었지만 본회의장에 출입하지 않고 당사로 돌아간 의원들이 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전 대표는 "그러나 원내대표발로 국회 본회의장이 아니라 국민의힘 당사로 모이라는 메시지가 몇 차례 발신됐고, 본회의장으로 모이라는 내 메시지와 충돌했다"며 "이런 혼선 때문에 본회의장으로 오겠다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더 있었지만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본회의장에 있을 때 "무엇보다 고립감을 느꼈다"고 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 해제 표결에 참여한 우리 당 의원이 40명만 되었어도 이후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그 뒤 벌어진 정치, 사회적 갈등은 훨씬 적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털어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