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군인들을 파병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이 나온 가운데, 러시아가 북한 군인에게 군 보급품 등을 원활하게 지급하기 위해 준비한 한글 설문지가 알려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CNN은 우크라이나 문화부 소속 전략소통·정보보안센터(SPRAVDI)를 통해 한글 설문지를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설문지에는 한글로 "모자 크기(둘레), 체복/군복 치수와 구두 문서를 작성해 주세요"라는 설명이 적혀있다. 이어 모자의 둘레와 신장, 가슴둘레를 각각 표시하라는 질문이 이어지며, 모자와 군복은 각각 '여름용'이라고 분류됐다.
옷 치수를 나타내는 설문에서는 '러시아씩 군복의 치수(키와 관련)'라는 항목에 '2, 3, 4, 5, 6' 등의 숫자가 적혀있고, 해당 치수에 맞는 '키 간격(신장)'이 '162-168', '174-180' 등으로 표시됐다. 이어 '조선씩 크기'라는 항목은 공란으로 남겨져 있다.

설문지에 따르면 북한 군인이 자신의 신장이나 북한식 군복 치수를 공란에 표시해 제출하면, 이에 맞춰 러시아 군복이 지급되는 것으로 보인다. CNN은 러시아에 도착한 북한 군인이 해당 설문지를 채워 제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공개된 한글 설문지는 앞서 SPRAVDI가 공개한 동영상과 함께 북한군 파병 사실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SPRAVDI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보이는 장소에서 우크라이나 배치에 대비하는 북한 군인의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 영상에는 북한군으로 추정되는 동양계 군인들이 러시아군으로 추정되는 군인으로부터 장비를 배급받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에는 북한 억양으로 "넘어가지 말거라", "나오라 야", "야, 야, 야" 같은 음성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친러시아군 텔레그램 계정인 파라팩스(ParaPax)도 "북한 군인이 러시아에서 훈련 중"이라며 병사들이 줄지어 군사기지에 들어가는 모습의 영상을 공개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 매체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영상을 촬영한 군인의 군복에 러시아 동부 군사 지구의 부대 상징이 부착돼 있으며, 영상이 촬영된 장소는 연해주 세르기예프스키 훈련소로 보인다는 전문가의 분석을 소개했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북한군이 전쟁에 파병됐다는 증거들이 잇따라 알려지는 것과 관련해, 국제사회가 더 단호하게 대응할 것을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영상 연설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장비뿐만 아니라 전장에 배치될 군인들을 보내고 있다는 위성·영상 증거가 충분하다고 밝혔다. 그는 "난 이(북러) 협력에 대해 눈을 감지 않고 솔직히 말하는 국가 지도자들과 대표들에게 감사하다"면서 "우리는 이것과 관련해 우리의 파트너들이 더 정상적이고 솔직하며 강력하게 대응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군에 대해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전쟁에 다른 국가의 사실상 참전"으로 규정하면서 "북한이 전쟁에 더 개입하면 모두에게 해로울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북한이 현대전에 숙련이 되면 불행하게도 불안정과 위협이 많이 증가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면서 "만약 세계가 지금 침묵하고, 우리가 (이란의) 샤헤드 드론을 방어해야 하는 것처럼 최전방에서 북한 군인과 교전해야 한다면 세계 누구에게도 분명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고 전쟁을 장기화할 뿐"이라고 밝혔다.
※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