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부인 김건희 여사는 지난해 4월 청와대 상춘재에서는 국가무형문화재 보유자, 이수자, 전수생 등 20명을 초청해 공연을 겸한 오찬을 열었다. 황제관람이 불거진 KTV 공연은 이로부터 6개월 뒤인 10월이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의원은 4월 오찬에 대해 “정승 판서 앞에서처럼 공짜 공연을 시키느냐”며 “(청와대를) 기생집을 만들어 놨나”라고 발언해 논란을 빚었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국악인들은 악의적 해석이라고 입을 모은다. 당시 참석했던 가야금 무형문화재 이영희(87) 선생도 그 중 하나다. 21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악계의 양문석 의원 발언 규탄 기자회견이 끝난 뒤 선생을 직접 만났다. "걷는 것도 힘들다"며 조심스럽게 걸음을 옮기던 그는 그날 행사를 조목조목 되짚었다.
"이렇게 인간문화재를 초청하는 행사는 원래부터 있던 관례요. 나는 박정희 대통령이 국가재건최고회의 부의장이었을 때부터 (청와대에) 갔었어요." 기자와 마주앉은 이영희 선생은 김대중 전 대통령, 문재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정숙 여사 등과 찍은 사진부터 보여줬다. 모두 영빈관에서 수백 명의 기능보유자를 모아놓고 공연했던 자리였다는 것이다.
선생은 4월 상춘재 공연도 그런 취지였을 뿐이라고 한다. 선생은 “무슨 자리로 알고 갔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국악계 무형유산 기능보유자들 10명을 만나서 대화하는 자리로 알고 갔다"며 "제자들을 한 명씩 데리고 올 수 있게 했다"고 답했다. 또 "영부인이 애로사항도 듣고 식사를 대접하는 자리였다"며 "만찬의 답례로 악기를 선보이는 식의, 서로 예우하는 자리였다"고 덧붙였다. 선생에 따르면 당시 행사에 참석했던 국악인은 모두 22명이다. 기능보유자 10명과 제자 10명, 그리고 공연을 하러 온 김일구, 김영자씨 명창 부부다.

당시 동석한 문화재청장(현재 국가유산청장)에게 국악인들의 애로사항을 전달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한다. 선생은 "당시에는 무형문화재들에게 월 150만 원씩 지원을 해 줬다"며 "다들 이구동성으로 그 금액을 올려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전했다. 다만 선생은 "나는 돈 얘기는 하지 않았다"며 "국가에서 나를 보유자로 만들어준 것만 해도 감사하다"고 전했다. 선생은 또 영부인이 격려의 말씀을 따로 하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거의 하지 않고 수고하셨다, 열심히 하셨다 정도의 발언이었다"며 "공연과 만찬이 합쳐 두 시간 남짓이었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당시 “여러분이 있어 국악이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었다” 정도의 격려사를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생은 '기생집' 발언에 대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아무것도 안 믿고 그렇게 얘기해요. 문화재청장(국가유산청장)을 무조건 국정감사서 쏘아붙이려다 보니, 그렇게 함부로 하는 게 우리에게도 불똥이 튄 겁니다. 내 제자들이 가야금을 했는데, 가야금은 기생만 하는 악기인가. (양 의원이) 가야금, 춤이나 판소리는 기생이 하는 거라는 의식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한 거요. 나는 정치는 안 좋아해요…”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