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육군사관학교가 외부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이 됐던 홍범도 장군 흉상이 육사 내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광복회가 "흉상 재배치는 반헌법적 시도"라고 주장했다.
광복회는 22일 오후 성명을 통해 "군이 육사 내 홍범도 흉상을 철거해 재배치하려는 것은 독립전쟁 영웅들의 역사와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군의 뿌리를 부정하는 반(反)헌법적시도로 판단되어 광복회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광복회의 이 같은 성명은 앞서 이날 오전 홍 장군 흉상이 육사 내에 존치하지만, 현재 설치된 충무관 앞에서 육사 내에 새로 조성하는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옮긴다는 계획이 알려진 데에 따른 것이다. 앞서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는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을 "1㎜도 옮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광복회는 또 "흉상재배치 계획은 일본 제국주의 부역자들로 가득 찬 '조선경비대'를 군의 시원으로 삼겠다는 음모로, 그 계획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군이 지난 해 흉상 철거를 검토하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서도 이번에 다시 '흉상 재배치' 운운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친일 매국정책이 얼마나 집요하고 뿌리 깊은 지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이날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육사는 독립운동, 한미동맹, 육사 출신 전사자 등을 주제로 한 여러 기념공원을 교내 곳곳에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육사가 이런 방향으로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올해 안에 확정해 육군본부에 예산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형균 육군사관학교장은 지난 17일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감사에서 "육사 내부적으로 여론을 수렴한 결과 존치시켜야겠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위치 자체는 현재보다 조금 더 선양하기 적절한 곳으로, 육사 내에서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홍 장군 흉상은 문재인 정부였던 지난 2018년 3월 다른 4명의 독립운동 영웅 흉상과 함께 육사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계단 앞에 설치됐다. 이후 지난해 8월 31일 육사는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에 따라 홍 장군 흉상은 외부로, 나머지 독립운동 영웅 흉상들은 교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육사와 군 당국은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이 육사에 설치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홍 장군 흉상을 충남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와 야당의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이전하지 않았다.
※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