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군사관학교 충무관 계단 앞에 놓인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5개 흉상. photo 뉴시스
육군사관학교 충무관 계단 앞에 놓인 홍범도 장군을 비롯한 5개 흉상. photo 뉴시스

육군사관학교가 외부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이 됐던 홍범도 장군 흉상이 육사 내 다른 장소로 이동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광복회가 "흉상 재배치는 반헌법적 시도"라고 주장했다.

광복회는 22일 오후 성명을 통해 "군이 육사 내 홍범도 흉상을 철거해 재배치하려는 것은 독립전쟁 영웅들의 역사와 정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국군의 뿌리를 부정하는 반(反)헌법적시도로 판단되어 광복회는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다"고 밝혔다.

광복회의 이 같은 성명은 앞서 이날 오전 홍 장군 흉상이 육사 내에 존치하지만, 현재 설치된 충무관 앞에서 육사 내에 새로 조성하는 독립운동 기념공원으로 옮긴다는 계획이 알려진 데에 따른 것이다. 앞서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는 육사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 장군 흉상을 "1㎜도 옮겨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광복회는 또 "흉상재배치 계획은 일본 제국주의 부역자들로 가득 찬 '조선경비대'를 군의 시원으로 삼겠다는 음모로, 그 계획을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며 "군이 지난 해 흉상 철거를 검토하다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온 국민의 지탄을 받고서도 이번에 다시 '흉상 재배치' 운운 하는 것은, 현 정부의 친일 매국정책이 얼마나 집요하고 뿌리 깊은 지 말해주는 대목"이라고 꼬집었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광복회 대전지부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9일 홍범도 장군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와 국방부의 홍 장군 흉상철거 계획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와 광복회 대전지부 회원들이 지난해 8월 29일 홍범도 장군이 안장된 국립대전현충원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육사와 국방부의 홍 장군 흉상철거 계획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편 이날 군 소식통에 따르면 육사는 독립운동, 한미동맹, 육사 출신 전사자 등을 주제로 한 여러 기념공원을 교내 곳곳에 조성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소식통은 "충무관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을 독립운동을 기념하는 공원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육사가 이런 방향으로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을 올해 안에 확정해 육군본부에 예산 신청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정형균 육군사관학교장은 지난 17일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감사에서 "육사 내부적으로 여론을 수렴한 결과 존치시켜야겠다는 의견이 많다"면서 "위치 자체는 현재보다 조금 더 선양하기 적절한 곳으로, 육사 내에서 조정하자는 의견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홍 장군 흉상은 문재인 정부였던 지난 2018년 3월 다른 4명의 독립운동 영웅 흉상과 함께 육사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계단 앞에 설치됐다. 이후 지난해 8월 31일 육사는 교내 기념물 재정비 계획에 따라 홍 장군 흉상은 외부로, 나머지 독립운동 영웅 흉상들은 교내 다른 장소로 이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시작됐다.

당시 육사와 군 당국은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이 있는 홍 장군 흉상이 육사에 설치된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홍 장군 흉상을 충남 천안에 위치한 독립기념관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됐으나, 광복회 등 독립유공자 단체와 야당의 반대 여론이 커지면서 이전하지 않았다.

 

※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저작권자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