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2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 건물에 역대 당 총재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photo AP/뉴시스
지난 9월 12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 건물에 역대 당 총재들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이 걸려 있다. photo AP/뉴시스

일본 총선 결과 15년 만에 자민당과 공명당 연립 여당의 과반 의석이 깨졌다. 이 같은 결과에 이시바 총리의 국정 운영 기조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자민당과 연립 여당 공명당은 27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15년 만에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28일 교도통신과 공영방송 NHK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전체 중의원 465석 중 191석을 차지했다. 공명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4석으로 양당의 의석수 합계는 215석에 불과했다. 과반인 233석에 18석 모자란 수치다. 앞서 두 정당은 선거 시작 전 의석수가 각각 247석, 32석 등 총 279석이었다.

자민당이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놓친 것은 옛 민주당에 정권을 넘겨준 2009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이다. 자민당은 2012년 옛 민주당 내각으로부터 정권을 가져온 것을 시작으로 2014년, 2017년, 2021년 등 4차례 총선에서 매번 단독 과반 의석에 성공했다. 이후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 여당을 구성하며 안정적 정치 기반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일본 민심은 15년 만에 흔들렸다. 이번 선거에서 연립 여당이 패배한 요인으로는 지난해 연말 불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파문과 고물가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 등이 꼽힌다. 

이와 관련해 이지평 한국외대 특임교수는 주간조선에 "실질임금 감소가 민심에 입안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그간 자민당 내각에 갖고 있던 불만도 있었지만, 민생이 어려워진 탓이 크다"면서 "경제는 좋아지고 있고 임금도 오르고는 있지만, 서민들의 실질임금은 여전히 마이너스인 점이 작용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여당이 과반을 놓치면서 연정 확대, 정권 교체, 이시바 총리 퇴임 등 일본 정계는 다양한 시나리오의 가능성을 열어두게 됐다. 요미우리 신문은 "정권 구성을 위한 여·야당 공방이 시작돼 정국이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 11일(현지시각)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photo 뉴시스

한편 지난 1일 취임한 이시바 총리에게도 이번 선거 패배는 악수가 됐다. 앞서 이시바 총리는 태평양전쟁 이후 최단기간에 중의원을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는 승부수를 던졌다. 그러나 이번 패배로 책임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국정 동력 또한 잃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우선 이시바 총리가 추진하려던 '아시아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창설 등 독자 정책은 힘이 떨어질 수 밖에 없으며, 당내에서는 반대파를 중심으로 '이시바 끌어내리기' 여론도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이날 자민당 본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며 "당의 개혁 자세에 대한 국민의 질책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국정은 한시라도 멈출 수 없다"며 "국정을 확실하게 추진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교수는 "당분간은 (이시바 총리가) 펼치려고 했던 정책에 대해 약간 축소하거나 소극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우익 성향 야당인 유신회(일본유신회)의 의석 수가 줄어든 점도 봐야 한다"면서 "집단적 자위권 등을 포함한 전쟁 분위기에 대해 국민들이 우려를 표했다고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선거에서 일본유신회는 44석에서 38석으로 의석수가 줄어든 성적표를 받게 됐다.

반면 선거전에서 '정치 개혁'을 외치며 자민당 비자금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은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약진했다.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총선으로 제1야당이 된 정당이 전체 의석수의 30%에 해당하는 140석 이상을 확보한 것은 2003년 민주당이 177석을 얻은 이후 21년 만에 최초다. 입헌민주당은 내년 참의원 선거 등 정치 일정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정권 탈환 전략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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