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플은 요즘 주요국의 규제 대상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이 애플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우려해 빗장을 풀라고 요구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최근 애플의 앱스토어 규정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고 결론 내렸다. DMA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법안으로, 기업들이 유럽 내에서 일부 관행을 변경하도록 제재하고 있다. DMA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상당한 규모의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이미 애플은 EU집행위원회로부터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했다며 18억 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바 있다.
지난 8월에는 아이폰에서 애플페이 외에 다른 결제 방식을 사용하는 것도 애플은 허용하기로 했다. 새 운영체제인 iOS 18.1 버전부터 아이폰의 결제칩을 외부에 개방한다. 아이폰에서 삼성페이를 쓸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미국 법무부가 지난 3월 애플이 애플페이의 대체재를 불법적으로 막고 있다며 반독점 소송을 제기한 것에 따른 조치다. EU집행위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반독점법 조사를 이어오고 있었다.
애플은 최근 강력한 반독점 규제 압박이 들어오자 속속 백기를 들고 있다. 지난 3월 EU 회원국에서만 애플 기기 전용 앱마켓인 앱스토어를 이용(인앱결제)하지 않고도 외부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앱 구매, 결제 등이 가능하도록 했다. 앱스토어 독점 정책을 스스로 포기한 셈이다. DMA 위반으로 지불해야 할 과징금 대신 앱스토어 수수료 수익을 포기한 결정이었다.
방통위 공백 속에 과징금 후속 조치도 잠잠
반면 한국에서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2022년부터 ‘인앱결제 강제 방지법(전기통신사업자법 개정)’이 시행됐다. 이에 따라 애플이 앱 내 3자 결제를 허용하며 한발 후퇴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하지만 앱 개발자가 결제 건당 애플에 내는 수수료율을 27%로 책정하면서 인앱결제 수수료율(30%)과 사실상 차이가 없는 식으로 법망을 우회하고 있다. 사실상 3자 결제 유인 효과가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송통신위원회가 글로벌 빅테크에 내린 시정 조치도 힘을 쓰지 못하는 중이다. 지난해 10월 애플과 구글이 인앱결제를 강제한 것과 관련해 방통위는 과징금 690억원을 부과하는 시정조치 방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후속조치가 취해지지 못하고 있다. 방통위원장 임명이 미뤄지면서 생긴 일이다. 최근 이진숙 신임 방통위원장 탄핵 소추, 방통위원 추천 절차 난항 등으로 방통위는 주요 안건을 의결할 수 없는 상태다.
국회 차원에서도 이런 애플에 향한 규제 움직임이 있다.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 등이 발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 2건이 최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접수됐다. 이 속에는 애플의 제 3자 앱마켓 불허와 같은 독점 운영 방식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도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제정을 포기하는 대신 기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거대 플랫폼 규제를 추진하기로 했다. 불공정 행위가 발생할 경우 해당 기업이 시장 점유율 60% 이상이면서 연매출 4조 원 이상인 '지배적 플랫폼'에 해당한다면, 제재를 강화하기로 했는데 애플도 여기에 포함된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