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선고받은 가운데, 15일 오전 서초동 인근은 이 대표 지지자와 그의 구속을 바라는 진영으로 쪼개져 각각 집회를 열었다. 두 진영 모두 이른 아침부터 집회를 진행하며 각각 '이재명 무죄'와 '이재명 구속'을 외쳤으나, 오후 3시를 전후로 이 대표에 대한 선고가 나오자 희비가 엇갈렸다.
이날 두 집회는 도보로 불과 4~500여 미터 떨어진 곳에서 진행됐다. 더민주혁신회의 등으로 이루어진 이 대표 지지자들은 오전 11시부터 서울중앙지방검찰청 왼편에서 이 대표의 무죄와 검찰을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었다. 대부분 파란색 점퍼나 상의를 입은 참가자들은 파란 풍선을 들고 '이재명 무죄' '정치검찰 해체하라' 등이 적힌 피켓을 나눠주며 집회 분위기를 이끌었다.
이들은 또 이 대표 부인인 김혜경씨가 지난 14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것과 관련해 분노하는 의미로 5초간 함성을 보내기도 했다. 이어 "이재명 무죄"와 "윤석열 탄핵"을 외쳤다. 연단에 올라선 한 집회 참가자는 "윤건희(윤석열 대통령-김건희 여사)는 탄핵된다"며 이 대표 역시 무죄 판결을 받고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오늘은 이재명 대표 무죄 나오고, 내일은 윤석열 탄핵 위해 광화문으로 나오자"고도 했다.

비슷한 시각 서울중앙지법 입구 앞에서는 이 대표를 규탄하고 구속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신자유연대 등으로 이뤄진 집회 참가자들은 연이어 "이재명 구속"을 연호하며 "재명아 감방 가자" 등의 표현도 쏟아냈다. 한 참가자는 "판사님 힘내세요"라고 외치며 재판부에 이 대표 유죄 판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연이어 나왔다.
정오를 넘기고 재판이 2시간 여 앞으로 다가오자 양측 집회 현장에는 더 많은 인원 모이기 시작했다. 통제에 나선 경찰들이 연이어 "가만히 서 계시지 말고 계속 이동해주세요"라고 말할 정도로 좁은 보행로에도 인원이 늘었을 정도였다. 태극기와 성조기 등을 든 이 대표 규탄 집회 찹가자들은 '문재인-조국 구속하라' '재명아 깜방가자' '윤석열 지지'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일제히 이 대표를 규탄했다. 일부 참가자들은 직접 싸온 빵과 김밥을 먹으며 집회에 참가하는 모습도 보였다.
오후 1시부터는 이 대표 지지자들이 정치검찰 해체 이재명 대표 무죄 촉구 대회' 본행사를 시작했다. 이들은 "이재명은 무죄다. 정치검찰 해체하라"는 구호를 내걸고 집회 분위기를 고조시켰으며, 150여 미터 떨어진 서울고등법원 입구까지 집회 인파가 모이며 긴장감은 고조됐다. 한 참가자는 "우리가 무죄를 외치는 것도 웃기다"면서 "이재명은 무죄다"라고 연이어 외쳤다.
한편 가까운 거리에서 두 집회가 동시에 진행됐지만 지지자들끼리 이른 아침 작은 시비가 붙은 것을 제외하고 큰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그러나 선고가 가까워지자 이 대표 지지자들 중 일부는 규탄 집회 방향으로 이동하면서 "(저들이) 뭐라고 하는지 들어나 보자"라면서 발걸음을 옮기기도 했다. 이 대표 규탄 집회 현장에서도 일부 참가자들이 "검사나 판사들도 빨갱이들이 많아서 걱정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오후 2시가 넘어가자 서울중앙지법 인근 집회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2시16분쯤 이 대표가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 대표를 규탄하는 집회에서는 "이재명 구속"을 계속해서 외치며 그의 유죄 판결을 촉구했다. 또 단상에 올라온 한 집회 참가자는 "오늘 이재명이 구속되면, 근처 국수집을 동나게 하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대표가 법정에 들어간 뒤 공판이 시작되면서 법원 주변엔 긴장감도 함께 맴돌기 시작했다. 특히 이 대표의 무죄를 주장하는 집회는 달아오른 분위기와 함께 선고 결과를 기다리기 시작했다. 참가자들은 현장에서 '이재명 당대표 무죄 탄원서' 등을 작성하며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분위기였다. 또 "국정농단 윤석열을 규탄하다"고 외치며 윤 대통령을 비판하기도 했다.
오후 3시를 막 넘긴 시각. 이 대표에 대한 징역형 집행유예 선고 결과가 나오자, 현장은 급속도로 냉랭한 분위기에 잠겼다. 발언대에 선 한 발언자는 "통분하다"며 "이 대표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집회 참가자들 중 일부 사이에서는 고성과 함께 욕설이 난무하기도 했다. 특히 현장에서는 한 지지자가 쓰러져 응급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경찰과 주변 관계자들의 응급조치 후 해당 지지자는 119 구급대에 후송됐다.
한 이 대표 지지자는 "기소 자체가 말이 안 되는 재판"이었다면서 "이제 참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를 끝장내야 한다"며 "윤석열을 탄핵하자" "검찰을 해체하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지지자들은 "정치판사 탄핵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비슷한 시각 이 대표 규탄 집회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지지자들은 "윤석열. 윤석열"을 연호하기도 했다. 한 참가자는 "우리가 이겼다"면서 "이재명 구속. 재명아 감방 가자"라고 연이어 외쳤다. 규탄 집회 주최 측은 "25일날 반드시 구속시키자"고 했다. 한 참가자는 "판사님 감사합니다"라며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이 대표 규탄 집회는 오후 3시20분쯤 마무리 됐다.
이 대표 지지자들 집회는 침울한 분위기 속에 해산했다. 주최 측은 "내일(15일) 광화문에서 다시 모이자"고 말한 뒤 장내를 정리했다. 집회가 공식적으로 끝난 후에도 일부 이 대표 지지자들은 욕설과 재판부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경찰에게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한 50대 여성 지지자는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말이 안 된다"며 자리를 떠났다.
또 다른 50대 여성은 "내일 당장 나와야 한다"며 "죽는 날까지 나올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해산 도중에도 한 남성이 서울고등법원 입구에서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를 받기도 했다. 그는 "정치검사 XX들아, 너네도 다 감옥 갈 거야"라고 하다가 돌아섰다.
한편 이날 경찰은 법원 인근에 45개 기동대, 총 2700여 명을 배치해 통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