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축구협회의 이임생 기술총괄이사가 홍명보 감독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로 국회에서 추궁을 받던 중 사퇴 의사를 밝혔다. 홍 감독은 같은 자리에서 증인으로 출석했지만 논란 속에서 사퇴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임생 이사는 지난 24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서 홍명보 감독을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과정에서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에 직을 내려놓겠다고 선언했다. 이 이사는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울먹이며 “내 명예가 걸린 일이라 사퇴하겠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4개월 전 축구협회 기술총괄이사로 취임했으며, 한국 축구의 기술적 발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해왔다.
이 이사는 자신이 전력강화위원회 위원들의 동의를 받아 홍 감독을 선임하는 과정 중 절차적 문제 의혹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위원들로부터 모두 동의를 받은 내용이었다”며 자신이 규정된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럼에도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날 함께 출석한 홍명보 감독은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홍 감독은 “성적이 좋지 않으면 언젠가는 경질될 수 있지만, 지금은 우리 팀을 더욱 강하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사임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홍 감독은 선임 과정의 절차적 문제에 대해 일부 행정 착오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했다. 홍 감독은 “10차 회의까지는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11차 회의에서는 행정적인 실수가 있었던 것 같다”며 “하지만 선임 과정 전반에 대해서는 정당하게 이루어졌다”고 주장했다.
앞서 홍 감독은 지난 6월 말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이끌었던 전력강화위원회 10차 회의에서 위원들로부터 다비드 바그너 감독과 함께 가장 많은 7표를 받아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면접 없이 대표팀 감독으로 임명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팬들 사이에서 선임 과정의 공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한편, 이 이사는 홍 감독이 대표팀 감독으로 적합한 인물이라 판단해 선임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럽 출장 중 두 명의 외국인 후보자와 직접 만났지만, 한국에 정착할 준비가 되지 않아 외국인 지도자들과 끝내 계약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에 7월 5일 홍 감독을 만나 감독직을 제안했고, 홍 감독이 이를 수락하면서 선임이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홍 감독은 당시 면담에서 자신의 축구 철학과 한국 축구의 기술적 방향성, 대표팀과 연령별 대표팀의 연계 방안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이사가 나와 나눈 대화를 기록하며 내 생각을 들어주었다”며 선임 과정이 면접의 성격을 지녔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사는 이날 국회에서 사퇴 의사를 밝히며 축구 행정가로서 불명예스럽게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었다. 이 이사는 마지막으로 “대표 선수들이 한국에서 좋은 잔디에서 뛰기를 바란다“며, 한국 축구 환경 개선을 당부했다. 다만 홍 감독은 대표팀 감독직에 남아 팀을 강화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의지를 거듭 강조하며, 논란 속에서도 자리를 지키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주간조선 온라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