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 사진작가 김건태
ⓒphoto 사진작가 김건태

지난 9월 2일부터 8일까지 열린 충주세계무술축제는 예년보다 경쟁이 치열했다. 올해 무술 연무(演武)대회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연무대회는 선의의 경쟁을 통해 무술 축제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고 국내 무술의 발전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이에 부응하듯 수많은 무술 단체들이 첫 우승의 영광을 품에 안기 위해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다.

대회 출전팀 선정 방식도 엄격했다. 1차로 서류심사를 통해 10개 팀을 선정한 후 9월 3일 예선전을 가졌다. 토너먼트 방식으로 경연한 뒤 이 중 5개 팀을 선정했다. 본선이 치러진 9월 8일에는 예선 통과 5개 팀이 2차례의 시범 및 공연을 해서 평가를 받았다.

첫 수상의 영광은 뜻밖에 세계국선도연맹이 차지했다. 금상은 십팔기보존회, 은상은 선문대, 동상은 합기도연합회와 영동대가 각각 받았다. 국선도 대상 수상이 이변(異變)이라고 한 것은 국선도는 그동안 단전호흡을 하는 수련법이라고 인식됐지 무술이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선도의 이번 수상은 이런 통념을 깼고 국선도가 무술로서도 뛰어나다는 것을 세상에 알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현재 국선도 지도자는 법사 12명, 현사 60명, 사범 547명, 수사·생활강사를 포함해 2000여명이다. 국선도 수련장은 300여곳이며 수련 인구는 10만여명이다. 국선도 최고지도자인 허경무 도종사를 충남 공주에 있는 국선도 수련원인 천선원에서 만났다.

지난 9월 충주세계무술축제 연무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국선도의 연무 장면.
지난 9월 충주세계무술축제 연무대회에서 대상을 받은 국선도의 연무 장면.

- 이번 수상의 의의는. “국선도는 우리 민족 고유의 심신 수련법으로 내공 수련과 외공(무술) 수련법이 공존한다. 그동안 내공 수련이 국선도의 전부인 것처럼 보여 왔지만 이번 대회를 계기로 국선도에 비전돼온 우리 민족 고유의 외공법이 있다는 걸 알릴 수 있게 됐다. 뛰어난 무술은 전통문화의 중요 요소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일이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 심사위원들이 극찬했다고 들었다. “우리가 우리 것을 좋다고 하는 것보다 남이 한 말이 객관적일 것이다. 심사위원들은 ‘국선도는 타 무술 단체와 달리 시연과 공연 내용에서 품격이 느껴진다. 내외공이 조화된 모습이 좋다. 동작이 춤처럼 굉장히 우아하고 강하면서도 절제돼 있다. 독특한 형에서 나오는 동작이 다양하다’고 호평했다.”

- 국선도 외공에 대해 구체적으로 들려달라. “국선도에서는 외공법을 기화법(氣化法)이라 한다. 기화법은 30법(法), 88형(形), 283세(勢)로 4714동작의 운기형신법으로 이뤄져 있다. 국선도 기화법은 어느 날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유구한 우리 민족의 역사 속에서 탄생된 아름답고 멋진 무예다. 우리 조상들은 학의 몸짓을 보고 기화법의 체계를 세우셨다. 학은 매우 우아하고 여유롭게 보이지만 먹이를 잡을 때는 빠르고 예리한 움직임이 돋보인다.”

- 보기에만 좋은 게 아니라 파괴력도 뛰어나다는 말인가. “물론이다. 학의 몸짓처럼 한없이 유장한 흐름을 보이면서 상대방의 허점이 발견되면 부드러움을 바탕으로 빠르게 그 혈(穴)을 타격하여 강력한 파괴력을 발휘한다.”

- 맨손 무술만 있나. “그렇지 않다. 손과 발을 사용하는 청산기화권이 있지만 예부터 무기술도 내려온다. 국선도는 호국 무술의 근간을 이루기 때문이다. 검법과 봉술, 창법 등도 함께 수련한다.”

- 수련자 입장에서 무술 수련은 어떤 효과가 있나. “국선도는 깊은 산속에서 신선과 같은 도인들만 수련해온 것이 아니라 우리 조상들이 생활인으로서 각자의 삶을 보다 활기차고 보다 바르게 영위하기 위해 갈고닦았던 수련법이다. 수련이라고 하면 얼핏 너무 정적이라 생각하고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많은데 외공을 접해보면 어느 것보다도 다채롭고 역동적인 우리 수련문화를 알게 될 것이다. 외공 수련은 스트레스 등 현대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청소년들의 육체적·정신적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다.”

국선도는 심신 수련에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정평이 나서 사회 저명인사들이 많이 수련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남덕우 전 국무총리, 손병두 KBS 이사장, 이필상 고려대 교수, 서현숙 이화여대 의무부총장, 이준규 경희대 부총장, 박형규 목사, 신동호 아나운서,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백덕현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 사장 등이 국선도 수련자다.

국선도 최고지도자인 허경무 도종사는 충남 당진 태생이다. 국선도를 세상에 공개한 청산 선사의 문하에 1969년에 들어가 42년간 국선도를 수련해오고 있다. 지난 2000년 초대 도종사에 취임해 국선도의 각종 수련법을 체계화하고 전파하는 데 힘쓰고 있다. 내외공이 모두 높은 경지에 도달했으면서도 소탈해 중망이 높다. 그는 “앞으로는 국선도의 해외 보급에도 심혈을 기울여 국선도가 신(新)한류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영철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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