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소망교회. 신도 7만명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있는 소망교회. 신도 7만명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이다.

지난 1월 2일 아침 9시5분쯤 서울 강남구 압구정파출소에 “신사동에 있는 소망교회 담임목사가 폭행당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소망교회로 출동해 부(副)목사 중 한 명인 조모(여·61)씨와 부목사를 지낸 최모(53)씨를 폭행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했다. 그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소망교회 김지철(62) 담임목사 폭행사건의 시작이었다.

왼쪽 눈 부위를 심하게 다친 김 목사는 그 자리에서 S의료원으로 후송됐다. 최씨와 조씨는 경찰 조사를 받은 뒤 “몸싸움을 하다가 우리도 다쳤다”며 통증을 호소해 그날 K대병원에 입원했다. 수사를 담당한 서울 강남경찰서는 K대병원과 S의료원을 오가며 진술을 받은 끝에 4일 오후 최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조씨를 불구속 입건하기로 결론내렸다. 김 목사를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짓밟아 상해를 입힌 혐의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계속 “폭행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고, 최씨는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았다.

폭행 사태가 발생한 원인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 모두 인사 문제가 촉발제였다는 점에 동의한다. 최씨는 작년에 부목사에서 해임됐고, 조씨는 지난 1일자로 담당교구를 회수당해 사실상 목회활동을 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인사에 불만을 품은 두 사람이 김 목사를 찾아갔다가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양측 주장이 엇갈린다.

S의료원에 입원 중인 김 목사는 왼쪽 눈과 광대뼈 부위 뼈가 내려앉아 직접 인터뷰가 어려웠다. 그러나 김 목사를 따르는 목사·장로들은 “일종의 테러라 할 만한 일방적 폭행”이었다고 말한다. 이들의 증언과 김 목사가 경찰에 진술한 내용을 종합해 본 상황은 이렇다.

김지철 목사
김지철 목사

최씨와 조씨가 원로권사 한 명을 대동한 채 담임목사실 앞 비서실에 나타난 것은 사건 당일 아침 8시40분쯤이었다. 담임목사실로 들어가려는 이들을 비서목사가 가로막자, 조씨가 비서목사 뺨을 때렸다. 최씨 등이 담임목사실에 들어섰을 때 김 목사는 아침 7시30분쯤 시작해 1시간5분 동안 이어지는 1부 예배를 마치고 혼자 소파에 앉아 아침밥을 먹고 있었다. 여비서 한 명이 따라서 방에 들어가자 최씨 등은 “너도 죽어볼래?”라고 위협하며 문 밖으로 밀쳐내고 문을 걸어잠갔다. 이들은 방에 들어서자마자 김 목사에게 “밥이 들어가나!”라고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퍼부었다. 조씨는 “내가 소망교회 시작할 때부터 여기 있었는데 나를 뺄 수 있느냐?”고도 했다. 반말과 욕설을 듣다 못한 김 목사가 일어나 자리를 피하려 했지만 두 사람이 앞을 가로막았다.

김 목사가 계속 대꾸를 하지 않자 최씨가 먼저 멱살을 잡더니 뒤에 있는 화장실 쪽으로 몸을 밀며 구타를 시작했다. 최씨가 주먹으로 왼쪽 눈을 때려 심한 통증을 느꼈고, 완전히 넘어지자 여성 목사인 조씨까지 합세해 배를 발로 짓밟았다고 김 목사는 진술했다. 뭔지 모를 물체에 맞아 김 목사 왼쪽 이마는 길게 찢어졌고, 조씨가 넥타이를 잡아당겨 목도 졸렸다. 밖에 있던 비서와 장로들이 문을 강제로 열고 방에 들어선 뒤에야 최씨와 조씨는 폭행을 멈췄다. 병원으로 옮겨진 김 목사는 주변 사람들에게 “죽는 줄 알았다. 사람을 이렇게도 때리는구나…”라고 말했다고 한다.

K대병원에 입원 중인 최씨와 조씨의 말은 이와 사뭇 다르다. 2일 아침 8시45분쯤 비서실로 먼저 들어갔고, 비서실을 지나 담임목사실에 들어갔을 때 김 목사가 밥을 먹고 있었다는 점까지는 이들 진술도 비슷하다. 하지만 조씨는 “비서목사의 뺨을 때린 적은 절대로 없고 언성을 높여 이야기만 했다”고 했다. 처음 담임목사실에 들어가서 “지금 밥이 들어가십니까? 왜 이런 인사를 하셨습니까?”라고 물었는데 김 목사는 흘긋 바라보기만 한 뒤 계속 밥을 먹었다. 이때 비서가 들어와 “나가시라”고 말하기에 조씨가 “너는 나가 있어”라며 내쫓은 뒤 문을 걸어잠갔다고 한다.

최씨 등은 얘기를 하자며 응접 소파에 앉았는데 갑자기 김 목사가 도망가려 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최씨가 김 목사 앞을 가로막고 “왜 도망가시냐” 물었더니, 김 목사가 대뜸 최씨 넥타이를 세게 잡아당겨 목을 졸랐다는 것이다. 최씨와 김 목사 사이에 실랑이가 벌어졌고, 옥신각신하다가 두 사람 모두 넘어졌다고 한다. 김 목사가 입은 상처는 모두 이때 밀고 당기고 넘어지는 와중에 생긴 것이라고 최씨와 조씨는 말했다. 최씨는 “폭행은 없었고, 실랑이를 하다가 나도 다리에 멍이 들고 오른쪽 입술 근처가 손톱에 긁혀 다쳤다”고 했다.

김 목사 측과 최씨·조씨 양측은 원인을 놓고도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다. 최씨와 조씨는 모두 지난 1977년 소망교회를 개척한 곽선희(78) 원로목사가 담임목사였던 시절 이 교회 부목사가 됐다. 장로회신학대 교수로 있던 김 목사는 곽 목사가 은퇴하던 2003년 그 자리를 물려받았다.

 ⓒ곽선희 목사
ⓒ곽선희 목사

김 목사를 따르는 이들은 “곽 목사님 배려로 우리 교회에 왔지만 최씨와 조씨는 본래 목사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소망교회가 속한 장로교통합 총회헌법에 따르면 대한민국인이어야 목사로서 사역할 자격이 있는데, 최씨는 미국 국적을 계속 포기하지 않아 면직이 됐다는 것이다. 조씨는 계속교회 안에서 김 목사를 비방하고 다녀서 “부목사는 담임목사를 보좌한다”는 총회헌법을 어겼기에 보직을 맡기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최씨와 조씨는 “김 목사가 담임목사가 된 뒤 인사·재정에서 말썽이 많았고, 이번 인사 역시 소망교회 당회의 결정을 무시한 채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최씨는 “강남 지역 교회들의 의결집단인 노회에 속해 있지 않다는 이유로 해임됐지만, 부당한 결정이기 때문에 작년 9월 ‘지위보전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냈다”고 말했다. 조씨는 “작년엔 내가 본래 맡았어야 할 교구를 자격은 없지만 김 목사와 친한 다른 부목사에게 넘겨주더니, 올해는 아예 내가 맡았던 교구를 분해해 없애버렸다”고 말했다.

지난 대선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다니는 교회로 주목받은 소망교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형 교회로 등록신자가 7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곽선희 원로목사가 은퇴하면서 새 담임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간에 갈등이 끊이질 않았다. 폭력사태도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 12월에는 김지철 목사를 지지하는 장로가 반대파 집사를 폭행했고, 지난해 9월에도 김 목사 지지 장로와 반대 장로 간 폭행사건이 벌어졌다. 김 목사 지지파와 반대파 사이에 업무상 배임·사기·횡령 등 고소·고발도 10여건에 이른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러한 내부 갈등이 결국 곽선희 원로목사와 김지철 담임목사 지지세력 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곽선희 목사는 당초 자신의 후임으로 김지철 목사가 아닌 대학교수 출신의 젊은 목사를 추천했지만 이들이 중도 탈락하면서 김 목사가 부임하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진명 조선일보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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