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 대릉원에 있는 황남대총(皇南大塚)은 대릉원 고분 28기 중 가장 크다. 제일 높은 곳이 22.5m, 남북으로 길이는 120m다. 높이가 다른 봉분 두 개가 표주박처럼 붙어 있다. 연인원 3만2800명이 2년3개월 동안 발굴했는데 무덤 주인을 끝내 밝히지 못했다. 때문에 왕릉 대신 총이라는 이름이 붙게 됐다. 옆에 있는 천마총도 마찬가지 이유로 왕릉이 아니라 총, 그러니까 큰 무덤이다. 황남대총은 큰 무덤 중에서 제일 커서 대총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워싱턴포스트 기자, 소설 ‘25시’ 작가 비르질 게오르규 같은 사람이 발굴을 지켜봤다.

1974년 10월 29일 금관이 출토됐다. 신라 금관으로 여섯 번째다. 금관 수습에는 나흘이 걸려서, 11월 1일 하늘에 별이 총총히 나타날 무렵에 완전하게 흙더미에서 나왔다. 발굴일지에는 “금관이 노출될 때부터 하늘은 저녁 노을과 같이 붉게 물든 상태로 계속되다가 금관을 완전히 수습해서 안전하게 옮기고 난 뒤부터 평상시의 하늘로 돌아갔다”고 기록돼 있다. 1년 전인 1973년 7월 26일 오전, 천마총에서 금관이 출토됐을 때는 맑고 쾌청하던 하늘에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와 천둥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쏟아졌다. 겁에 질린 인부들과 조사원들이 잠시 피신했다가 금관을 안전하게 옮기자 거짓말처럼 날이 갰다고 했다. 1971년 7월 무녕왕릉 발굴 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신비한 자연현상은 전설이 됐다. 지금은 해거름이나 심야, 새벽 어스름이면 카메라를 든 무리가 출몰한다. 황남대총 동쪽에 있는 목련을 촬영하기 위해서다. 동쪽 양편에 있는 두 고분과 황남대총 사이에 서 있는 목련은 고분들의 곡선과 맞물려 고요한 풍경을 만든다. 요즘도 그러하고, 목련이 활짝 피는 봄에는 유택에 쉬고 있는 귀신들이 쉴 수 없을 정도로 사진가들이 몰려와,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다. 렌즈=캐논EF 24-70㎜ f2.8 USM, 셔터스피드=1/50초, 조리개=f10, 감도=ISO125, 2015년 5월 촬영

박종인 조선일보 여행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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