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은 모두 90명이다. 배우들은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나오면 영화 홍보를 위해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에 들러 인터뷰에 응한다. 거의 100%에 달한다고 보면 된다. 회원들은 그 배우를 앉혀놓고 돌아가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퍼붓는다. 그 답변을 회원들은 공유해 기사로 쓴다. HFPA 회원 중에는 다양한 국적이 있지만 한국인은 필자 한 사람이다. 필자는 2006년부터 회원으로 활동해왔다. 최근 일년간 주간조선을 매개로 다양한 스타들을 만났다.

마이클 패스벤더

패스벤더, 이 사람 역시 보통 사람과 같이 행동하는 배우다. 땅에 발을 확실히 디딘 채 살아가는 믿음직한 배우다. 생긴 것과 말투 역시 날카롭지만 미소와 함께 친절하다. 필자와 사진을 찍을 때 “그동안 어떻게 지냈느냐”고 묻는 배우 중의 한 사람이다. 스타 티를 안 내 대하기가 편하다.

더스틴 호프먼

영화 ‘졸업’에서 대학을 갓 졸업한 벤자민으로 나온 더스틴 호프먼도 어느덧 여든 살이 되었다. 배는 나왔지만 정정한 모습이다. 의젓하면서도 음담패설까지 하면서 웃기는데 나이 탓인지 옛날 얘기를 시작하면 한이 없다. 필자가 주간조선을 들어 달라고 부탁하며 “글은 한국어”라고 말하자, 호프먼은 “우리 형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고 말했다.

엠마 스톤

올 초 골든글로브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할리우드를 기린 복고풍의 뮤지컬 ‘라라랜드’로 주연상을 탄 스톤은 안팎이 다 건실한 젊은이다. 시원시원하게 대답을 하는데 음성이 아주 굵다. 필자가 함께 사진을 찍을 때 “당신의 웃는 소리가 아주 듣기 좋다”고 말하자, 기분이 좋은 듯 큰소리를 내며 시원하게 웃었다.

조지 클루니

겸손하고 편안한 사람이다. 농담을 잘해 그를 만나면 언제나 즐겁다. 필자와 사진을 찍을 때면 늘 “그동안 잘 지냈나?”라고 묻곤 한다. 결혼을 안 한다고 우기다가 몇 년 전에 변호사와 결혼해 쌍둥이를 보았다. 수년 전 인터뷰에서 “결혼해 아이 낳고픈 생각이 없느냐”고 물었을 때, 클루니는 “당신들이 다 내 아이들인데 내가 왜 더 아이가 필요하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제니퍼 로렌스

얼굴에서 광채가 나는 아름다운 사람으로 매우 지적이며 지혜롭기까지 하다. 회원들이 오만 가지 희한하고 개인적인 질문을 한다면서 투덜대긴 하지만 인터뷰에는 미소를 짓고 상냥한 태도로 임한다. 최근 부산영화제에서도 선보인 초현실적인 영화 ‘마더!’에 출연했다. 이 영화 출연 이후 감독 대런 아노프스키와 연인이 되었다.

니콜 키드먼

니콜 키드먼은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차갑게 보이지만 스타 티를 전혀 안 내는 겸손한 여자다. 인터뷰 때 자기 큰 키를 인식한 탓인지 하이힐을 벗고 맨발로 함께 사진을 찍는 것만 봐도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키드먼의 두 번째 남편은 유명 컨트리가수 키스 어번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미국 컨트리의 본향인 내슈빌에서 살고 있다.

해리슨 포드

인터뷰 때 해리슨 포드는 질문에 대답한 즉시 자기가 마치 사회자인 것처럼 “다음 질문은?”이라며 능청을 떤다. 겉은 무뚝뚝하나 속은 좋은 사람이다. 잡지 표지사진이 원자력발전소임을 알아차린 포드는 요즘 한창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김정은의 핵개발을 생각했는지 “왜들 핵무기를 만들려고 난리들이야”라며 인상을 썼다.

재키 챈

인터뷰장에 들어올 때 미소를 지으며 일일이 악수를 하면서 곰살맞게 군다. 요란한 제스처와 함께 농담을 하면서도 진지하게 답변을 한다. 챈은 자신이 액션 스타일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영화에 출연, 이미지를 바꾸려고 애쓴다는 것을 강조한다. 어쨌든 그는 아주 즐거운 사람으로 잡지를 들고 한 제스처만 봐도 그의 코믹한 특성을 엿볼 수 있다.

주디 덴치

007 제임스 본드의 상관 M으로 나온 덴치는 오스카 수상자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아 ‘데임’이라고 불린다. 나이가 들면서 시력이 나빠져 좋아하는 책들을 못 읽는 게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엄격하게 생겼지만 매우 친절하고 상냥하며 유머감각도 있다. 그러나 대답은 매우 직선적이다.

데브라 윙어

‘사관과 신사’로 스타가 된 윙어는 그 후 수퍼스타가 될 수가 있었지만 명성에 크게 집착하지 않았다. 젊은 시절 지적인 아름다움으로 인상적이었는데 여전히 지적이었다. 주간조선을 대뜸 허리 옆에 낀 채 사진을 찍었다. 잡지를 정면으로 들고 사진을 찍는 것이 겸연쩍은 배우들은 대부분 이렇게 카메라를 대한다.

크리스튼 던스트

고양이 같이 예쁘게 생긴 던스트는 인터뷰 내내 보조개가 진 얼굴을 붉히면서 생글생글 웃으면서 대답한다. 그 모습이 마치 여고생 같다. 주간조선을 들고 인상을 쓰는 것은 표지에 트럼프가 나왔기 때문이다. 할리우드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아성이어서 트럼프를 백안시한다.

로버트 패틴슨

10대들이 열광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스타가 된 패틴슨은 그후 진지한 드라마에 나오고 있다. 매우 수줍음이 많아 인터뷰 때도 얼굴을 붉히면서 자주 고개를 숙이고 쑥스럽다는 듯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여러 번 느낀 거지만 자다가 막 일어난 사람처럼 머리를 산발한 것이 그의 특징이다.

마이클 키튼

초대 ‘배트맨’으로 나와 주목을 받은 뒤로 한동안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근 ‘버드맨’과 같은 심각하고 진지한 드라마에 나오면서 재기에 성공했다. 날카롭고 똑똑한 사람인데 인터뷰 때도 항상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신문을 들고 나타난다.

크리스토프 월츠

오스트리아 태생으로 오스카 수상자. 다소 요란할 정도로 다양한 연기력의 소유자로 여우 같은 얼굴인데 대답도 아주 또렷또렷하고 매끄럽다. 오스트리아인답게 클래식과 오페라에 정통한데 한때 오페라가수가 되려고 했었다고 한다.

이드리스 엘바

거구에 호남형인 엘바는 영국인으로 한때 다음 제임스 본드로 발탁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었다. 체구와 얼굴 생긴 것처럼 호인(好人)으로 바리톤 음성이 듣기 좋다. 겸손하고 듬직한 사람이어서 까다로운 배우를 만날 때와 같은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사람이다.

소피아 코폴라

오스카 수상자인 소피아는 ‘대부’의 감독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의 딸이다. 매우 섬세한 연출 솜씨를 지닌 사람으로 수줍음을 많이 타고 조용해 인터뷰 때도 얼굴을 붉히면서 가는 음성으로 대답한다. 필자는 그의 영화 ‘섬웨어’(2010)에 엑스트라(기자 역)로 출연한 바 있다.

리스 위더스푼

크리스튼 던스트와 같이 역시 고양이처럼 생긴 위더스푼은 소녀 배우 출신으로 2005년 ‘위크 더 라인’으로 오스카상을 탄 연기파. 영화와 TV 가리지 않고 맹활약 중이다. 생글생글 웃지만 야무진 인상인데 약간 코맹맹이 소리를 낸다. 제작사 헬로 선샤인을 소유하고 있으며 아동과 여성의 복지를 위해 활동한다.

케이트 윈슬렛

오스카 수상자인 윈슬렛 역시 스타 티를 안 내는 수수한 배우다. 약간 살이 쪄 보인다. 홍조를 띤 얼굴이 포근하고 아름다운데 대답도 술술 솔직하게 잘한다. 별로 감추는 것이 없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곤 한다.

매튜 매코너헤이

오스카상을 탄 매코너헤이는 새까만 흑발에 늠름한 체구를 지닌 미남. 코맹맹이 소리로 남부 악센트를 섞어 유창하게 대답을 하는데 태도가 다소 뻣뻣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그러나 사람이 오만해서라기보다 줏대가 강하기 때문인 것 같다.

캐스린 비글로

장신의 비글로는 오스카 작품상을 탄 ‘하트 로커’(2009) 를 연출해 오스카 감독상을 탔다. 이 영화는 비글로의 전 남편인 제임스 캐머런의 ‘아바타’와 치열한 접전 끝에 오스카상을 휩쓸다시피 했다. 비글로는 정치·사회적으로 메시지가 강한 영화를 만드는데 사람도 강직하고 직선적이다.

윌렘 데포

데포는 올리버 스톤의 베트남전 영화 ‘플래툰’으로 유명해진 연기파 배우다. 얼굴 생긴 것은 각이 지고 날카롭지만 실제로는 친절하고 상냥한 사람이다. 최근 플로리다주 디즈니월드 인근에 있는 싸구려 모텔의 인자한 매니저로 나와 호연했다. 필자가 “당신은 영화에서처럼 착하고 동정심이 많으냐”고 물었더니 “그랬으면 좋겠다”며 크게 웃었다.

블레이크 라이블리

장신에 볼륨 있는 곡선이 아름다운 몸매를 지닌 금발 미녀 라이블리는 웃으면 얼굴에서 빛이 난다. 겸손하고 꾸밈이 없어 좋다. 미남배우 남편 라이언 레이널즈와의 사이에 남매를 두었다.

레베카 퍼거슨

얼굴이 빨갛게 예쁜 영국 배우.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에 출연해 유명해졌다. 아직 우리들과의 대면이 많지 않아서인지 다소 몸을 사리는 태도였다. 이런 어색함을 마치 소녀 같은 애교로 커버하려는 것 같았다. 잡지를 이리 들었다 저리 들었다 하는 귀여운 모습을 보였다.

골디 혼

지금은 나이가 먹어 활동이 뜸하지만 혼은 왕년에 스크린을 주름잡던 코미디언이다. 왕눈이로 여군 졸병으로 나온 ‘졸병 벤자민’으로 유명한데 세월의 흔적이 얼굴에 묻어났다. 그러나 여전히 생글생글 웃으며 밝고 명랑했는데 역시 베테랑 영화배우인 사실혼의 동거남 커트 러셀에 대한 자랑을 잊지 않았다.

에이미 슈머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면서 작가·배우·제작자인 재주꾼이다. 과격하고 배꼽 빠지게 웃기는 코미디를 만든다. 상소리도 거침없이 내뱉는 천방지축형 코미디언인데 만나 보면 아주 착하고 상냥하다. 수줍음마저 보여 영화와는 완전히 딴판이지만 걸쭉한 말을 할 때는 거침이 없다.

벤 스틸러

코미디언으로 최근에는 ‘브래드의 처지’와 같은 심각하고 진지한 드라마에도 종종 나온다. 처음 만난 지가 상당히 오래돼 필자가 “너무 오래간만이다”고 말을 건넸더니 “아니 뭐 그렇게 오래진 않지”라고 시치미를 뗐다. 코미디언이지만 별 농담 없이 진지하게 대답한다.

하비에르 바르뎀

떡 벌어진 체구에 호남형인 스페인 배우 바르뎀은 인터뷰에 응하는 자세가 매우 당당하다. 좀처럼 유머감각을 보이지 않고 다소 사무적이고 직선적이어서 가까이 하기가 힘든 사람으로 느껴진다. 오스카 수상자인 그는 또 다른 오스카 수상자인 페넬로페 크루즈의 남편이다.

가이 리치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주연한 ‘셜록 홈즈’ 시리즈를 만든 영국 감독으로 마돈나의 전 남편. 그의 영화는 편집을 비롯해 진행 속도가 현기증이 날 만큼 초속이어서 마치 뮤직비디오를 보는 느낌이다. 최신작은 야심만만한 대작 ‘아서 왕’. 인터뷰에 응하는 태도가 다소 뻣뻣하다.

찰리 헌남

‘아서 왕’에서 아서로 나왔으나 영화가 흥행에 실패하는 바람에 시리즈 영화의 주인공이 될 기회를 놓친 셈. 씩씩하고 건강한 젊은이로 겸손하다.

아나 데 아르마스

쿠바 태생의 미녀로 공상과학 누아르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 ‘블레이드 러너 2049’에서 인조인간 형사 K(라이언 가슬링)의 인조인간 애인으로 나온다. 밝고 명랑한데 실물보다 영화에서 더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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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진 할리우드 외신기자협회(HFPA)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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