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84호] 2017.11.27

형법 제21조 1항 정당방위 논란의 역사

▲ 2015년 9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주택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 폴리스 라인이 쳐져 있다. photo 연합
#사례 1
   
   2014년 3월,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A씨는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서다가 물건을 훔치기 위해 침입한 도둑 B씨를 목격했다. A씨는 도망가려는 B씨를 붙잡고 주먹과 발로 수차례 때렸다. A씨는 당시 집에 전화기가 없어 신고 전화를 하고 돌아올 동안 B씨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B씨를 묶어놓았다. A씨는 B씨의 머리를 발로 걷어차고 빨래건조대와 허리띠로 수차례 폭행했고, 결국 B씨는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B씨는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9개월 뒤 사망했다. 법원은 집주인 A씨의 폭행을 정당방위라고 인정하지 않았다. 집주인 A씨는 1심에서 상해치사로 1년6월형을 선고받았고, 2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사례 2
   
   2015년 9월,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한 주택에서 두 사람이 숨진 채 발견됐다. 한 명은 집주인 A씨와 약혼한 뒤 동거하던 여성 B씨였고, 다른 한 명은 휴가를 나온 육군 상병 C씨였다. 사건 당일 C씨는 노원구 유흥가에서 친구와 소주 3병을 나눠 마셨다. 만취한 C씨는 공릉동의 주택가를 배회하다가 문이 열려 있던 A씨의 집에 침입해 잠을 자던 B씨를 흉기로 살해했다. 비명소리를 듣고 다른 방에서 나온 A씨는 C씨와 마주쳤다. 그리고 A씨는 몸싸움 끝에 흉기를 빼앗은 뒤 C씨를 살해했다.
   
   2015년 자신의 집에 침입해 약혼녀를 죽인 군인을 격투 끝에 흉기로 살해한 A씨가 사건 발생 2년 만인 지난 10월 ‘정당방위’를 인정받았다. 살인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였다. 정당방위는 방어에 필요한 행위를 공세적(攻勢的)으로 해도 된다는 법리(法理) 해석이다. 법원은 공격의 수위가 강해지면 방어 결과가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인정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10월 서울 북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최용훈)는 A씨의 살인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사건 당시 휴가 장병에 의해 예비신부가 살해당한 상황에서 A씨의 범행은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서울북부지검은 “살인 피의자를 처벌하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그동안 대법원 판례뿐 아니라 외국 사례까지 검토했으며, 국민의 법정서가 변한 사실도 고려했다”고 불기소 처분 이유를 설명했다.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가르는 요인
   
   형법 제21조 1항에 근거한 정당방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 정당방위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이 바로 ‘현재’라는 부분이다. 정당방위는 상대의 공격이 이뤄지는 순간에 한 행위여야 한다는 의미다. 공격이 일단 끝난 후에 상대를 폭행하는 건 정당방위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위의 ‘사례 1’에 나온 2014년 ‘도둑 뇌사 사건’이다. 그런데 불과 1년6개월 뒤 벌어진 ‘사례 2’에 나온 ‘공릉동 사건’은 정당방위로 인정받았다. 두 사건을 비교했을 때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가른 결정적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도둑 뇌사 사건’과 ‘공릉동 사건’은 작지만 큰 차이가 있다. 공릉동 사건에서 가해자인 군인은 흉기를 들었고, 흉기를 빼앗긴 이후에도 끝까지 싸우려 들었다. 반면에 도둑 뇌사 사건에서 도둑은 흉기가 없었고, 집주인에게 폭행을 당한 뒤에는 도망가려고만 하였다. 이 차이가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가른 중요한 이유가 됐다. 그렇지만 당시 자신의 집에 침입한 도둑을 폭행한 집주인에게 실형을 선고한 것은 과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도둑 뇌사 사건’은 2014년 10월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서도 논란이 됐다. 당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은 이 사건을 두고 “1심 판결은 정당방위나 과잉방어도 아닌 범법행위라고 봤는데 이게 대한민국 법이고 정의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만약 ‘도둑 뇌사 사건’이 외국에서 벌어졌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하는 미국의 경우를 보자. 개인의 총기 소지가 허용되는 미국의 경우 일리노이, 노스캐롤라이나 등 16개 주가 ‘캐슬 독트린(Castle doctrine)’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 법은 집주인이 주거침입자를 사살해도 기소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국에는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Stand Your Ground)’라는 법도 있다.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는 ‘캐슬 독트린’에서 정당방위의 적용 범위를 길거리까지 확장시킨 법이다. 인디애나, 플로리다, 캘리포니아 등 미국의 26개 주에서 채택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 법에 적용을 받아 살인죄가 정당방위로 인정받은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1년 미국 플로리다에서 벌어진 ‘조지 서베이드라’ 사건이다.
   
   2011년 미국 플로리다주 칼리어카운티에 살던 14살 ‘조지 서베이드라’는 같은 학교에 다니는 16살 ‘딜런 누노’를 버스 정류장에서 흉기로 찔러 숨지게 했다. 조지는 평소 딜런을 비롯한 여러 명의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했다. 사건 당일에도 버스 안에서 조지는 딜런에게 구타를 당했다. 폭행을 참지 못한 조지는 딜런을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조지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됐지만 법원은 조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법원은 ‘스탠드 유어 그라운드’ 법조항을 들어 그의 살인을 정당방위로 판결했다. 물론 정당방위를 폭넓게 인정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 때문에 최근 미국에선 법원이 정당방위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고 있다. 미국 법원은 2013년 백인 자율 방범대원이 무장하지 않은 10대 흑인 청소년을 총으로 쏴 죽인 방범대원에 대해 정당방위를 인정, 무죄 판결을 내렸다. 또 2011년 흑인 운전자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백인 경찰 역시 정당방위로 무죄 선고를 내렸다.
   
   
▲ 2014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박민식 새누리당 의원이 ‘도둑 뇌사 사건’에서 집주인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지 못한 것을 두고 항의하고 있다. photo 전기병 조선일보 기자

   “정당방위에 대한 법 해석 달라져야”
   
   정당방위 인정 여부를 둘러싼 고민은 다른 국가에서도 마찬가지다. 영국은 필요 이상의 방어행위로 상대가 사망했다면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는다. 법원은 상대방이 숨질 정도로 대응하기 전에 ‘후퇴할 의무’를 우선적으로 지켰는지 여부를 따진다. 독일 역시 정당방위의 요건을 제한적으로 해석한다. 일본은 정당방위의 요건으로 ‘어쩔 수 없이 한 행위’일 것을 규정하고 있다. 가령 맨손으로 공격하는 사람에게 흉기를 사용해 해친 경우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어렵다.
   
   정당방위 인정 여부에 엄격한 독일, 일본보다도 우리나라가 훨씬 정당방위를 인정받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당방위 인정 여부 논란을 불러일으킨 우리나라의 또 다른 사례를 살펴보자. 2005년 A씨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병원에 가려고 현관에 나서는 길이었다. 이때 남편 B씨가 뒤에서 갑자기 손으로 A씨의 머리채를 세게 잡아당겼다. 순간 A씨는 본능적으로 남편의 팔을 뿌리치며 그를 발로 찼다. 이로 인해 남편은 바닥에 쓰러지면서 머리를 다쳤고, 결국 뇌사 상태에 빠졌다. 1심은 A씨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에서는 달랐다. 손을 뿌리친 행위까지 정당한 방위였고, 발로 찬 것은 ‘소극적 방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판단해서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다만 전과가 없고 A씨가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두 자녀를 홀로 부양해야 하는 사정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처럼 한국에서는 정당방위 인정을 받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10월 주거침입자를 살해한 집주인이 정당방위를 인정받은 ‘공릉동 사건’이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사기관이 살인 피의자에게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은 1990년 이후 27년 만이다. 1990년 눈앞에서 애인을 성폭행한 사람을 격투 끝에 살해한 남성에 대해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적이 있다. 같은 해 성폭행범으로부터 생후 3개월 된 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흉기를 휘둘러 상대방을 숨지게 한 가정주부에 대해서도 정당방위가 인정된 경우가 있다.
   
   이번 ‘공릉동 사건’ 판결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정당방위에 대한 법 해석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과거 평택경찰서장을 지낸 박상융 변호사의 설명이다. “혐의가 가장 중한 살인 사건에서 검찰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정당방위의 해석 범위가 넓어질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2015년 경찰청은 정당방위에 대한 논란을 의식하고 이에 대한 8가지 기준을 발표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①침해행위에 대해 방어하기 위한 행위일 것 ②침해행위를 도발하지 않았을 것 ③먼저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④폭력행위의 정도가 침해행위의 수준보다 중하지 않을 것 ⑤흉기나 위험한 물건을 사용하지 않았을 것 ⑥침해행위가 저지, 종료된 후에는 폭력행위를 하지 않았을 것 ⑦상대방의 피해 정도가 본인보다 중하지 않을 것 ⑧치료에 3주 이상을 요하는 상해를 입히지 않았을 경우다. 이 내용만 보더라도 정당방위로 인정받기가 얼마나 까다로운지 알 수 있다. 위급한 상황에서 이 모든 기준을 기억하고 자신을 방어할 사람이 과연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이 때문에 정당방위를 법 현실에 맞게 더 넓게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박상융 변호사는 “그동안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위급한 상황을 겪은 당사자에게 너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앞으로 가해자가 흉기를 지녔거나 살인을 당한 사건 등에 대해 정당방위를 더 넓게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당방위 형법 제21조
   
   ①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때에는 정황에 의하여 그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③ 전항의 경우에 그 행위가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하에서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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