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85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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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전문병원을 찾아] 수부외과 전문 대구 W병원

손발이 아니라 삶을 찾아준다! 국내 최초 팔이식 성공

▲ 대구 달서구에 있는 W병원 외관.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매년 16만명의 환자가 찾는 대구 달서구에 있는 W병원에는 몇 가지 눈여겨볼 만한 공간이 있다. 첫 번째 공간은 진료실이 모여 있는 2층에 있다. 언제나 환자들로 붐비는 2층 한가운데에는 수백 개의 작은 손발 모형이 전시돼 있다. W병원 선천성기형센터에서 지금까지 수술한 신생아의 손발 모형이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모형은 꽤 많다. 손가락이 두 개씩 붙어 엄지까지 총 세 개처럼 보이는 손도 있고 아예 손가락이 없는 손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가 태어나면 관습적으로 “손가락 발가락 10개 맞나요?” 묻는다. 하지만 이 모형들 앞에서는 관습적인 질문으로 끝나지 않는다. 손발에 기형을 가지고 태어나는 아이는 1만명당 57명 수준. 전국에서 태어난 손·발 기형 아이들이 W병원을 찾아 새 손과 발을 찾고 돌아간다.
   
   3층 재활치료실에도 눈여겨볼 만한 것이 있다. 큰 해바라기 화분이 그려진 퍼즐이다. 2012년 암벽등반을 하다가 손가락이 절단됐던 28세 여성 환자가 손가락 접합 수술을 받고 재활치료 중에 맞춘 퍼즐이다. 일반인도 완성하기 어려울 정도로 큰 액자 가득 채워진 퍼즐 아래서 관절염,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일반 정형외과 환자들이 열심히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직원들의 공간인 10층과 11층에도 다른 병원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공간이 있다. 의료진들의 연구실이다. 2층에 있는 각 전문의들의 진료실과는 또 다른 공간이다. 이곳 연구실에서는 말 그대로 연구만 이뤄진다. 매일 아침마다 회의가 열리는 공간도 따로 마련돼 있다. 이 회의 일정은 W병원 홈페이지에 공개가 된다. W병원 홈페이지를 보면 병원소개, 진료안내뿐 아니라 W병원 의료진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회의의 내용, 발표한 논문 등이 공개돼 있다. W병원은 2008년 개원과 동시에 대한의학회에서 지정한 수부외과(手部外科·Hand surgery)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이다. 정형외과나 성형외과 전문의 중 수부외과 세부전문의가 되고자 하는 의사는 별도의 수련과정을 거쳐야 한다. 전국의 수부외과 세부전문의는 250여명에 불과한데 W병원에서 매년 3명의 전문의를 배출하고 있다.
   
   수부외과란 손과 팔의 질환을 치료하는 과(科)다. 손목통증과 손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손목터널증후군, 손목과 팔의 관절에 통증이 생기는 건초염, 팔꿈치 관절에 통증을 호소하는 상과염(테니스엘보) 같은 질환은 수부외과의 단골손님이다. 손가락을 굽히지 못하거나 부자연스럽게 굽혀지는 방아쇠손가락, 손가락이 망치처럼 구부러지는 망치손가락같이 선·후천성 기형도 수부외과에서 다룬다. 사고로 훼손된 손과 발도 수부외과의 몫이다. 정형외과와 성형외과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여기는 분야 중 하나다. 보건복지부에서는 수부외과 중 수지(手指)접합 분야에서 전문병원을 지정하고 있는데 전국에 네 곳이 있다. 이 중 하나가 W병원이다.
   
   
   아시아 4번째 팔이식 성공
   
   W병원은 수부외과 병원 중에서도 국내 최초로 팔이식 수술을 성공한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월의 일이다. 팔이식을 받은 사람은 36살의 손진욱씨. 2년 전 다니던 공장에서 사고로 왼쪽 팔꿈치 아랫부분의 팔을 잃고서 줄곧 팔이식 수술만 기다리고 있던 환자였다. W병원 의료진이 실시한 손씨의 팔이식 수술은 국내에서는 처음, 아시아에서는 네 번째로 성공한 수술이다. 세계적으로도 성공적으로 이뤄진 팔이식 수술은 100건이 되지 않는다. 1954년 미국에서 역사상 최초로 신장을 이식하면서 장기이식에 성공한 이래로 간, 폐, 심장, 신장 같은 장기는 활발하게 이식 수술이 이뤄졌지만 팔과 다리는 그렇지 않았다. 이식 수술의 메커니즘이 다르기 때문이다.
   
   신장과 심장 같은 장기는 같은 세포로 이뤄진 단일조직으로 조직에 연결된 정맥과 동맥을 연결해주면 곧바로 재생된다. 그러나 팔이나 다리 같은 복합조직(Composite Tissue)의 이식은 녹록지 않다. 관건은 대략 두 가지 정도로 알려졌다. 하나는 이식수술이 성공해도 다량의 면역억제제를 먹어야 하고 이 때문에 수술 후 유지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여러 연구를 통해 팔 같은 복합조직을 이식하더라도 신장, 심장 이식수술에 준하는 면역억제제로도 충분히 수술 이후의 삶이 유지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나의 과제를 해결한 셈이다.
   
   다른 하나는 복합조직 이식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이다. 팔이식을 할 때 연결해야 하는 근육은 18개, 신경은 5개다. 정맥 4개와 동맥 2개뿐 아니라 뼈 2개에 피부까지 연결해야 무사히 팔이식이 성공할 수 있다. 비전문가의 입장에서 봐도 매우 고난이도의 전문적인 기술을 요한다는 점을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W병원이 팔이식 수술을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전문성을 10년 가까이 쉬지 않고 키워온 덕분이다. W병원이 팔이식 수술을 성공하고자 한 것은 단순히 ‘최초’의 타이틀을 따기 위해서가 아니라는 게 병원 의료진의 말이다. 우상현 원장의 설명을 들어보자.
   
   “팔이식 수술은 목표이자 지향점이었습니다. 팔이식은 보통의 전문성으로는 성공하기 어려운 수술입니다. 수지접합의 모든 기술이 최고 난이도로 접목된 수술이 팔이식 수술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수부외과 전문병원으로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팔이식 수술을 목표로 삼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팔이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점입니다. 모든 절단 환자가 제때에 접합 수술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손가락만 잃어버린 경우에는 그래도 발가락으로 대신할 수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손목 이상의 팔을 잃어버린 환자에게는 이식 수술 외에 희망이 없습니다.”
   
   W병원은 수지접합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한다. 우상현 원장은 세계적 지명도를 가진 수부외과 전문의다. 지난 10월에 발간된 국제학술지 ‘The Journal of Hand Surgery’에는 W병원에서 실시한 발가락으로 엄지손가락을 만들어 접합한 수술에 대한 논문이 실려 있다. 이미 W병원에서는 2011년 9월 발가락 3개를 이용해 오른손이 완전히 절단된 환자에게 손을 만들어주는 수술에 성공한 바 있다. 발가락이 없어도 발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는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하지만 손가락은 그렇지 않다. 손이 절단된 환자에게는 발가락이 손가락을 대신할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W병원에서는 종종 발가락으로 손가락을 만들어주는 수술이 이뤄지곤 한다.
   
   독일 슈핑거(Spinger)라는 출판사에서 나오는 수부외과 교과서에 선천성 기형, 접합술 등에 대한 우 원장의 글이 실릴 예정이기도 하다. 미국이나 일본 같은 의료 선진국에서도 수부외과 전문의들이 W병원을 찾아 수부외과 수술을 관람하고 배워가곤 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W병원 의사들이 매일 아침마다 여는 회의에서 찾아볼 수 있다.
   
   
▲ W병원 3층 재활치료실에서는 손이 절단되었던 환자들을 위한 맞춤 재활치료가 진행된다.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미세접합 수술의 최고가 되기 위해
   
   W병원 간호사들이 처음 병원에 들어와 배우는 일은 사진을 찍는 일이다. 환부와 수술 장면이 잘 보이게 ‘과학 사진’을 찍는 일은 W병원에서 매우 중요하다. 매일 아침 전날 있었던 수술과 이날 이뤄질 수술에 대해 환자와 환부 사진을 펼쳐놓고 의사들끼리 토론을 벌이기 때문이다. 수술 장면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W병원의 라이브서저리(Live Surgery) 시스템은 W병원 의료진이 고르게 높은 의료 기술 수준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세접합 수술은 손을 꿰뚫고 있어야 가능한 수술입니다. 손의 신경 하나, 근육 하나까지 마치 자기 몸인 양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접합 수술을 할 수 있어요. 사람마다 몸의 모양이 다르고 사고마다 절단 수준이 다른데 늘 공부하지 않는다면 아예 진료를 할 수 없습니다.”
   
   우상현 원장의 말처럼 W병원 의사들에게 공부는 생존법 중 하나다. 자신의 진료 장면을 모든 의사에게 공개하며 지적당하고 칭찬받으며 W병원 의사들은 고르게 성장한다. 우 원장은 “절단돼 어떤 근육이 구부리는 역할을 하고 어떤 근육이 접는 역할을 하는지 알기 힘든 상황에서 경험으로 근육을 가르고 연결하는 정도의 능력을 갖춘 의사들에게 사실 손목터널증후군이나 건초염 같은 질환은 어려울 리가 없다”고 말했다.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잇는 의사들이 신경과 관절의 움직임을 놓칠 리 없다. 자연스럽게 수부외과 모든 분야의 전문가로 거듭나게 되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전문의가 있고 2015년 이전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재단장한 공간이 있으니 자연스럽게 환자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2008년 개원 때부터 대구·경북 지역에서 수부외과 질환이라면 W병원을 으뜸으로 꼽던 환자들이 전국 단위에서 찾아왔다. 손과 팔을 많이 이용하는 스포츠 선수들은 물론이다. W병원 관계자에 따르면 유독 다른 의사 가족들의 내원이 잦은 편이라고 한다. W병원 1층에 크게 적힌 사자성어에서 그 이유도 찾아볼 수 있다.
   
   ‘일기일회(一期一會)’, 평생에 단 한 번 있는 일이라는 뜻의 사자성어는 우상현 원장부터 W병원 직원이라면 누구나 갖는 마음가짐이다. 우 원장은 “환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라”고 말했다. “환자 입장에서 무엇보다 소중한 손을 다루는 의사는, 정말 중요한 사람이잖아요. 그런데 의사 입장에서 여러 환자 중 하나로 생각하면 그때부터 문제가 생깁니다. 이 환자에게 저는 삶을 빼앗을 수도 되찾아줄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고 있고, 후배 의사들에게도 당부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낸 성과가 바로 지난 2월 있었던 팔이식 수술이다. 그러나 다음 팔이식 수술이 언제 이뤄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른 장기에 비해서도 유독 기증에 거부감을 느낄 수밖에 없어 기증자가 적다는 단점도 있지만, 무엇보다 팔이식 수술은 현재 법적으로는 불법이기 때문이다.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에서 이식을 허용하는 장기는 신장 1개, 간, 골수, 췌장, 췌도, 소장까지 단 6개뿐이다.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이 입법예고되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최근의 장기이식 수술은 의료기술과 생명공학의 새 기술이 집합하는 의료기술의 최첨단에 서 있는 분야다. 3D프린터로 없는 장기를 만들어내 이식하는 것은 물론 조만간 목 위의 머리 부분을 이식하는 안면이식 수술도 시도될 예정이다. 우 원장은 “간이나 폐, 심장, 신장 같은 주요 이식장기의 이식수술에서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의료기술이 발전하기 위해서라면 팔이식과 같은 복합조직 이식 수술도 폭넓게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팔이식은 환자의 잃어버린 삶을 찾아주는 단 하나의 대안이다. “팔이 하나 없는 일흔 넘은 할머니가 찾아와 팔이식 성공 뉴스를 봤다며 자신도 팔이식을 해달라고 매달렸습니다. 여러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이식 수술은 몸에 큰 부담을 주기 때문에 노인의 몸에 무리가 갈 거라고 설명을 하자 ‘단 하루만이라도 팔이 있는 삶을 살아봤으면 좋겠다’고 우시더군요.” 팔과 손이 없는 상지(上旨) 절단 환자는 전국적으로 7021명에 달한다.
   
인터뷰 | 우상현 원장
   
   “실패 용서해준 환자에게 빚 갚는 마음으로”
   
▲ photo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평생 안고 있는 마음의 빚이 있습니다.”
   
   대구 달서구 감삼역 인근의 W병원 원장실에서 만난 우상현 원장이 한참 뜸을 들이다가 입을 열었다. 수부외과에서 세계적 권위를 가지는 의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이냐고 던진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의사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입니다. 발가락으로 손가락을 만들어주는 일은 미세접합 수술 중에서도 가장 까다로운 수술입니다. 대학병원에 있을 때 그 수술을 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었습니다. 40대 남성 환자였는데 제 잘못으로 인해 절단됐던 손가락은 더 짧아지고 엄지발가락마저 잃어버리게 됐죠. 그저 참담한 심정으로 있는 저에게 그 환자분이 절단된 손가락과 발가락을 들고 말했습니다. ‘저한테 잘해주시려고 하다가 이렇게 됐다는 걸 저는 압니다. 부디 더 공부하셔서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는 꼭 새 손가락을 선물해주세요.’”
   
   우 원장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이내 목소리를 가다듬은 우 원장은 “모든 환자의 손을 찾아주자, 어떤 일이 있어도 실패하지 말자, 독하게 마음 먹은 것이 바로 그때부터”라고 말했다.
   
   “하나 더 있습니다. 1997년 의료 봉사활동을 하러 네팔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한국에서 의사들이 왔다고 하니 우르르 몰려온 환자 중에 팔이 없는 소년이 한 명 있었습니다. 혹시나 자신의 팔을 만들어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을까봐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저를 쳐다보던 그 눈빛을, 저는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늘 환자들로 붐비는 12층짜리 W병원 건물을 얼핏 보면 우리 주변에 많은 ‘성공한 병원’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W병원을 지금까지 키워낸 것은 다른 무엇이 아닌 ‘사명감’이라는 게 우상현 원장의 말이다. 실패를 용서해준 환자와 네팔 소년은 우 원장을 팔이식 수술로 이끈 은인이기도 하다. 또 하나 더 짐작할 수 있는 것이 우 원장이 머무르는 원장실에 걸려 있는 족자다. ‘송원서실(松院書室)’이라는 네 글자는 우 원장의 아버지가 연구실에 걸어놓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맹아(盲兒)를 위한 재활교육 시스템을 만들던 분이셨습니다. 평생을 장애인을 위해 살면서도 늘 안타까워하셨어요. 장애인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할 수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장애를 치료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지요.” 아버지의 아쉬움은 우 원장이 의사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됐다. 처음부터 그는 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되겠다고 생각했고 은사(恩師)의 가르침을 받아 수부외과로 전공을 정했다.
   
   “제 이름을 알리려고, W병원을 더 크게 키우려고 팔이식 수술을 시도했다면 진즉에 포기했을 겁니다. 누구도 권유하지 않았고 걸림돌만 가득한 길이었거든요. 그러나 하나하나 장애물을 치워가며 저와 의료진의 능력을 키워서 팔이식 수술에 도전했던 것은, 그것이 환자들을 위하는 최선의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아직도 우상현 원장이 해야 할 일은 많다. 의료진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은 물론 미세접합과 팔이식에 맞는 의료환경을 만드는 것도 시급하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좀처럼 포기할 것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인터뷰가 끝났을 때 우 원장이 마지막으로 이 말을 덧붙였다.
   
   “환자에게 ‘더 해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하는 의사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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