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3터미널(아래)과 1·2터미널(우측 상단)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photo 구글
중국 베이징 서우두공항, 3터미널(아래)과 1·2터미널(우측 상단)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photo 구글

‘12년 연속 1위’.

인천공항이 내세우는 성과다. 하지만 이는 공항서비스평가(ASQ) 수치일 뿐 여객 기준으로 인천공항은 아직 동아시아 경쟁공항에 비해 많이 처진다.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집계한 여객 기준으로는 베이징 서우두(首都), 도쿄 하네다(羽田), 홍콩 첵랍콕, 상하이 푸둥, 광저우 바이윈, 싱가포르 창이에 이어 동아시아 7위 정도에 그친다. 인천공항은 새해 1월 18일 제2여객터미널 개장과 함께 체급을 한 단계 더 키울 발판을 마련했을 뿐이다. 앞서 언급한 동아시아 경쟁공항은 이미 2~4개의 여객터미널을 갖추고 인천공항보다 월등히 많은 여객을 처리하고 있다.

동아시아 경쟁공항은 어떻게 여객터미널을 운용하고 있을까. 여객수 기준 동아시아 1위 공항이자 인천공항의 최대 경쟁공항인 베이징 서우두공항의 경우 인천공항과 처한 입지가 여러모로 비슷하다. 베이징 서우두공항도 구(舊)터미널인 1터미널과 2터미널은 붙어 있지만, 2008년 베이징올림픽 직전에 개장한 3터미널은 1·2터미널과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활주로만 공유하고 있을 뿐 사실상 별개의 공항이라고 취급해도 될 정도다. 개항 초기 여객터미널 간 셔틀버스 이동에만 20분 이상이 소요됐다. 활주로만 공유할 뿐 사실상 별개의 공항과 같은 인천공항이 처한 상황과 비슷하다. 인천공항도 1터미널과 새로 개장하는 2터미널을 셔틀버스로 이동 시 약 20분이 소요된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은 철저히 항공동맹체별로 여객터미널을 분배해 공동운항 및 환승편의를 도모했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을 허브로 하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이 가장 큰 터미널인 3터미널을 쓰고, 중국국제항공이 속한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가 모두 3터미널을 쓰는 것이다. 이에 따라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의 아시아나, 전일본공수(ANA), 싱가포르항공, 미국 유나이티드, 독일 루프트한자, 에어캐나다 등은 모두 3터미널을 사용한다. 중국국제항공의 국내선도 3터미널을 이용하기 때문에, 해외에서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 비행기를 타고 날아온 여행객들은 3터미널 내에서, 같은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의 중국국제항공으로 환승한 뒤 중국의 지방 곳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중국국제항공 계열의 저가, 지역항공 자회사인 마카오항공, 선전항공, 다롄항공, 시짱(티베트)항공, 산둥항공도 모두 3터미널에 배치돼 있다. 인천공항으로 들어온 환승객들이 한국의 지방으로 가기 위해서 약 40㎞ 떨어진 김포공항까지 무거운 짐을 끌고 이동해야 하는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환승편의다. 세계 3위 항공동맹체인 ‘원월드’ 소속의 일본항공(JAL), 홍콩 캐세이퍼시픽, 영국 브리티시, 호주 콴타스 등도 3터미널에 집중 배치돼 있다.

스카이팀 소속인 중국동방항공과 중국남방항공을 비롯 대한항공, 미국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은 모두 2터미널에 배치돼 있다. 가장 오래되고 협소한 1터미널은 중국 최대 저가항공사인 춘추항공 등 자국의 저가, 지역항공사들이 주로 국내선으로 사용한다. 베이징 서우두공항은 환승편의를 더욱 끌어올리기 위해 2015년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활주로 아래 길이 1.4㎞, 왕복 4차선의 지하터널을 뚫어내는 방식으로 터미널 간 이동거리를 획기적으로 단축시켰다.

항공동맹체별 집중 배치

상하이 푸둥공항의 경우 1터미널과 2터미널이 서로 등지고 마주하는 형태다. 1터미널과 2터미널은 도보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편리하다. 푸둥공항은 상하이를 모항으로 하는 중국동방항공과 자회사인 상하이항공을 비롯 대한항공, 델타항공,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항공, 대만중화항공 등 스카이팀은 1터미널에 주로 배치한다. 동방항공의 중국 국내선도 1터미널을 사용한다. 해외에서 스카이팀 소속 항공기를 타고 푸둥공항으로 입국한 여행객은 1터미널 내에서 중국동방항공으로 곧장 환승한 뒤 중국 지방 곳곳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반대로 중국국제항공을 비롯 아시아나항공, 전일본공수, 미국 유나이티드, 독일 루프트한자, 에어캐나다 등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는 2터미널에 집중 배치해 환승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베이징 서우두공항, 상하이 푸둥공항이 인천공항의 환승손님을 급속히 잠식한 데는 효율적인 터미널 배치와 운용방식이 단단히 한몫했다. 과거 인천에서 환승해 미주 등지로 향하던 중국 지방 승객들은 이제 베이징 서우두공항이나 상하이 푸둥에서 환승한 뒤 미주 등지로 향한다.

동아시아 최대 환승공항인 홍콩 첵랍콕공항의 경우 2개 터미널을 운용 중인데, 1터미널과 2터미널은 역시 서로 등지고 마주하는 형태다. 1터미널은 홍콩 캐세이퍼시픽을 비롯한 대형항공사(FSC), 2터미널은 저가항공사(LCC) 위주로 나뉘어져 있다. 첵랍콕공항을 모항으로 하는 캐세이퍼시픽이 속한 항공동맹체인 ‘원월드’ 소속 아메리칸항공, 영국 브리티시항공, 호주 콴타스, 일본항공, 카타르항공, 말레이시아항공은 모두 1터미널에 집중배치돼 있다. 스타얼라이언스와 스카이팀 등 주로 대형항공사가 가입해 있는 항공동맹체의 공동운항과 환승은 모두 1터미널 내에서 이뤄진다. 심지어 홍콩 캐세이퍼시픽 계열의 캐세이드래곤에어의 경우 저가항공사이지만 캐세이퍼시픽과의 공동운항 편의를 위해 저가항공 위주의 2터미널이 아닌 1터미널에 배치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 여객수 기준 2위 공항인 도쿄 하네다공항의 경우 모두 3개의 여객터미널을 갖고 있는데, 1·2터미널은 국내선, 3터미널은 국제선으로 구분하고 있다. 역시 국제 환승의 경우 국제선은 3터미널에서 모두 이뤄지기 때문에 환승이 편리하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의 경우 지난 10월 개장한 제4터미널을 비롯 터미널만 모두 4곳을 갖추고 있다. 기존 1·2·3 터미널이 모두 등을 지고 사실상 하나의 여객터미널처럼 연결돼 있어 도보로도 이동이 가능하다. ‘스카이트레인’이란 여객터미널 간 무인경전철을 통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4터미널의 경우 1·2·3터미널과 떨어져 있지만, 역시 24시간 셔틀버스를 통해 터미널 간 환승편의를 보장하고 있다.

인천공항은 1터미널과 탑승동, 2터미널을 연결하는 지하에 놓인 무인경전철 방식으로 운행되는 셔틀트레인(IAT)이 있다. 1터미널과 2터미널 사이를 잇는 가장 빠른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용 자체가 각각의 터미널에서 탑승수속을 마친 여행객에 한해서만 이용할 수 있어 제약이 있다. 요즘은 항공동맹체를 넘어선 공동운항도 급증하는 추세다. 대한항공만 해도 비(非)동맹 저비용 자회사인 진에어와 무려 19개 노선에 걸쳐 공동운항 중이지만 정작 터미널은 다르다. 대한항공은 인천~댈러스 구간의 경우 원월드 소속 아메리칸항공과도 공동운항 중이지만 역시 터미널이 다르다. 인천공항으로서는 경쟁공항과 비교해 공동운항과 환승편의를 개선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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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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