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회
[2495호] 2018.02.12

“우리가 평창서 태극기 드는 이유”

▲ 지난해 3월 23일 한국대학생포럼 회원들은 광화문 광장에서 ‘서해수호의 날 청년추모 기자회견’을 가졌다. photo 한국대학생포럼
‘평화쇼로 이용된 평창올림픽을 규탄한다.’
   
   지난 1월 28일 회원 수 3000여명의 대학생 단체 ‘한국대학생포럼(이하 한대포)’이 발표한 성명서 제목이다. 성명서의 주요 대목이다.
   
   “남북대화와 북한의 올림픽 참가는 ‘평화쇼’로서 북핵 개발의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 한반도기를 들고 공동으로 입장하고 단일팀을 구성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북한은 우리의 눈을 가리려고 더욱 시도할 것이고 핵개발 완성이라는 야욕을 품고 나아갈 뿐이다. ‘평창의 짧은 꿈’은 곧 끝날 것이다. 평창올림픽이라는 꿈에서 깨면 북핵이라는 현실을 다시 직면할 것이다. 국제사회와 발 맞춘 대북 제재와 압박으로 비핵화를 위한 국민의 결연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한대포는 성명 발표 다음 날인 1월 29일 평창올림픽 관련 긴급 간부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평창올림픽 개막식에서 태극기를 흔들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난 2월 5일 박성은(23) 한대포 회장과의 통화에서 평창올림픽 ‘태극기 퍼포먼스’의 구체적인 계획을 들었다. 부친이 위독해 제주도의 한 병원에서 병간호를 하는 상황이라 박 회장과의 인터뷰는 전화로 진행됐다. 한대포 8기 회장인 박성은씨는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으로 현재는 휴학 중에 있다. 2016년부터 한대포에서 활동해왔다고 한다.
   
   한대포는 국가안보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를 준수하는 대학생 모임이다. 2008년 광우병 왜곡조작 사태를 겪은 뒤 2009년 발족해 ‘민노총’ ‘북핵 문제’ ‘통진당 해산’ 등 사회적 이슈가 있을 때마다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에는 ‘박정희 탄생 100주년 기념우표’를 제작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었다. 2억원가량의 후원금이 모였고 기념우표 3만부가 발행돼 3일 만에 완판됐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기념우표 발행이 돌연 취소된 상황에서 대학생들이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 외에 워크숍, 강연, 학술토론, 안보캠프, 시장경제캠프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한대포는 개막식 대신 남북단일팀으로 대회를 치르는 2월 10일 여자 아이스하키 경기에서 태극기 퍼포먼스를 가질 계획이라고 한다. 태극기 2000개를 준비해 경기를 관람하는 시민들에게 나눠주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함께 응원할 예정이다.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은 태극기 대신 한반도기가 새겨진 선수복을 입어야 한다. 국기 게양 시에도 한반도기를 걸고 애국가 대신 아리랑이 연주된다. 국명도 ‘KOR’이 아닌 ‘COR’을 사용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진행되는 태극기 퍼포먼스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2월 8일에는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차량용 태극기 전달식’을 가질 예정이다. 평창올림픽의 성공을 기원하고 국가대표 선수들을 응원하는 의미에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이 태극기 전달식에 동참을 표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다른 정당에서는 거절하거나 응답이 없었다고 한다.
   
   박 회장은 “문재인 정부가 ‘평화올림픽’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북한에 끌려다니고 있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 정부가 친북 성향을 가졌다고 색안경을 끼고 보고 싶지 않아도 국민 눈에 그렇게 보여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가 소통을 중요시해서 국민청원제도를 활성화하고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 점은 좋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북한 문제와 관련해선 현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일보다 국민 여론이 안 좋은데 신경을 안 쓰는 것 같다. 북한이 의도적으로 갑질을 하고 우리 정부를 무시하는데 일부러 맞춰주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 박성은 한국대학생포럼 회장 photo 미래한국

   2030세대, 문재인 정부 독선에 반발
   
   지난 1월 넷째 주 ‘알앤써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정부는 평창올림픽 남북단일팀 구성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지지율이 한때 56.7%까지 떨어졌다. 집권 이후 처음으로 지지율 60%대 벽이 무너진 것이다. 고공행진하던 20·30대 지지율도 50%대까지 하락했다. 이에 문 대통령의 주요 지지층인 2030세대의 민심이 돌아선 것 아니냐는 주장까지 나왔다.
   
   이에 대해 박 회장은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합리성을 추구하는 2030세대에게 현 정부의 비합리적이고 일방적인 정책이 반발을 산 것이라 했다. 그는 “국무총리가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문제와 관련해 우리 선수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발언을 한 것이 2030세대의 마음을 자극한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 일자리 전광판까지 만들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를 찍으며 IMF 사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탈원전 정책, 가상화폐 거래 규제 등 각종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박 회장은 현 정권의 정책 실패는 ‘이념 편향성’과 ‘전문성 부족’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북정책의 경우 지나치게 노골적으로 이념을 따라 움직인다. 탈원전, 가상화폐 등의 정책 실패는 대통령 주변 인사들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박 회장은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인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정부가 큰 그림을 보고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근시안적인 해결책으로 돈을 쥐여주는 포퓰리즘 정책이 아닌 경제 전반을 성장시키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경제를 살려야 청년 세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가 행복하게 사는 사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대포는 탄핵 사태 이후 전국경제인연합회 후원을 받은 ‘화이트리스트’ 단체 의혹을 받으며 어려움을 겪었다. 박 회장은 탄핵 사태를 통과하며 공부의 필요성을 더 느꼈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고 나서 저희뿐 아니라 보수우파 성향의 단체들 모두 많이 힘들었다. 그때 느꼈던 게 청년 보수라는 사람들이 공부를 너무 안 하는구나. 어디 가서 탄핵이 왜 잘못됐고 말이 안 되는지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너무 부족했다. 외부 활동을 줄이고 공부 모임을 늘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대포는 한 달에 2번 세미나를 열고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 등 학술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태극기집회, 자유한국당 등과 같은 보수우파의 이미지가 청년 세대에게 호감을 얻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박 회장은 어떻게 파악하고 있을까. 박 회장은 보수우파가 청년들, 나아가 국민들의 마음을 되찾아올 방법은 더 분명한 이념 정립에 있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당명에 자유가 붙은 게 아주 좋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자유한국당이란 이름이 붙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이 편의점 오픈 시간을 제한한다는 법안이었다. 자유란 이름이 부끄럽다고 생각했다. 자유주의 보수 정당이면 자유주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보수당만의 철학을 쌓는 게 중요하다. 좌파 진영의 담론인 여성, 젠더, 다문화, 불평등에 대해서도 보수당만의 철학을 가지고 다뤄야 한다. 우파적 관점에서 문제를 해석하고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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