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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496호] 2018.02.26

교육부와 한 유학원의 공방

배용진  기자 

▲ 세종시 교육부 전경. photo 뉴시스
교육부가 서울 강남의 한 유학업체와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유학업체를 고등교육법 및 외국교육기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하자 이 업체는 이미 검찰에서 두 차례나 무혐의 결정을 받은 사안으로 다시 수사 의뢰하는 것은 교육공무원의 직권남용이자 업무방해라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교육부와 업체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기존의 고등교육법이 공교육과의 경계를 허물어뜨릴 만큼 다양한 형태의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는 사설 교육기관의 현실을 수용하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월 25일 교육부는 ‘불법 학교형태 운영 시설 조치 결과 발표’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외국대학 학위 과정 일부를 법적 근거 없이 국내 시설에서 운영한 혐의(고등교육법 및 경제자유구역 및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외국교육기관 설립·운영에 관한 특별법(외국교육기관법) 위반)로 서울 강남의 I유학업체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으며, 해당 시설 관계자의 불법성이 확인될 경우 관련법에 따라 시설 폐쇄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지난 2월 5일 기자와 만난 이 유학업체 이모 이사장은 “교육부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안으로 같은 업체를 다시 고발해 극심한 피해를 보고 있다”며 억울함을 토로했다. 교육부가 앞서 2014년과 2015년에도 똑같은 사안으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검찰이 병합해 불기소 처분했다는 설명이었다.
   
   그동안 I유학업체는 미국 대학들과 협약을 맺어 협약 대학들을 홍보해주고 입학할 학생들까지 모집해왔다. 협약 대학 중 S주립대 같은 경우는 이 업체가 1년 과정으로 국내서 운영 중인 어학 프로그램을 이수하면 학점으로까지 인정해준다. I업체는 2009년 인가를 받은 이후 미국 10여개 대학과 협약을 체결했고 현재까지 약 2800명의 학생이 이 업체를 통해 미국 대학에 입학했다. 이 이사장은 “학생들의 지원이 몰려드는 1월 말 교육부가 수사의뢰 보도자료를 배포해 등록 취소가 잇따르면서 큰 피해를 봤다”며 “30~40명이 등록을 취소해 2월 21일까지 9억원에서 12억원의 손실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법무법인과 접촉을 끝내고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라며 “교육부와 담당 교육공무원을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학업체 간의 경쟁이 배경
   
   교육부는 I업체가 미국 유타주에 있는 S주립대에 학생을 보내는 것을 두고 고등교육법 및 외국교육기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봤다. I업체가 S주립대 항공운항학과 학생들을 대신 모집·선발하고 1년간 국내 과정을 이수시키는 것이 법령 위반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현행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교육부 장관의 인가나 승인 없이 학교의 명칭을 사용하거나 학생을 모집해 시설을 사실상 학교의 형태로 운영하는 자는 시설 폐쇄 및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이에 대해 I업체는 같은 사안으로 이미 검찰에 두 번이나 고발됐고, 검찰이 I업체를 사실상의 ‘학교’로 판단하지 않아 ‘혐의 없음’으로 불기소 처분 결과가 나왔는데도 다시 고발하는 것은 교육부의 ‘갑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교육부는 2014년과 2015년 고등교육법 및 외국교육기관법 위반, 사기 혐의로 이 업체 대표(현 이사장)를 고발했지만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방지검은 2015년 10월 불기소 결정했다. 당시 사건을 맡은 박종근 검사는 “피의자들이 운영한 ‘1+3 유학프로그램’(국내에서 1학년을 마치고 3년간 미국 유학을 떠나는 제도)은 고등교육법이 정한 ‘외국대학과의 교육과정 공동운영’을 위법하게 변형한 것으로 보일 뿐, 새로운 비인가 대학을 설립한 것으로 평가하기 어려우므로 교육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한 후에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은 경우에만 형사처벌할 수 있다”고 불기소 결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2015년 10월 불기소 처분 당시 I업체의 프로그램이 “‘설립목적과 명칭’ ‘조직과 학제’ ‘교육내용과 방법’ ‘입학자격과 교수진 구성’ ‘수업료 납부’ ‘학위 수여’ 등에서 비인가 대학을 설립, 운영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음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비인가 학교를 설립·운영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당시 외국교육기관특별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외국교육기관특별법 2조는 ‘외국교육기관’을 특정한 지역 내에서 설립·운영하는 것으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범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해당 업체는 경제자유구역이나 제주국제자유도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울 강남구에 있기 때문에 애초에 해당 사항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모 이사장은 “‘왜 세 번째로 고발했느냐’는 내 질문에 교육부는 ‘당시 고발한 법인과 현재 법인은 다르다’고 답했는데 당시 법인과 현재 업체가 이름과 대표가 바뀌었을 뿐 동일한 법인이라는 것을 교육부도 안다”고 주장했다. I업체는 ‘자체적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교육부의 의혹에 대해서도 “S주립대가 직접 지정한 S주립대 아시아센터가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교육부와 업체 사이 갈등의 배경에는 유학업체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있다. I업체의 경우 전체 100여명의 유학 준비 학생 중 30여명이 항공 관련 전공이다. 유타주 남서부에 있는 S주립대의 경우 기후가 비행에 적합해 비행 관련 전공의 경쟁력이 강하다. 최근 몸값이 높아지는 조종사 입학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항공운항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국 대학교로 유학을 가려는 학생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이모 이사장은 “교육부에 유학업체들 간 서로를 문제 삼는 민원이 엄청나게 제기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우리 업체만 특정해 교육부가 집요하게 고발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항공조종사 과정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모이는 네이버 모 카페를 보면 ‘S주립대에 자체 비행교육원이 없다’고 하는 등 업체들 간 상호 비방이 치열하다.
   
   I업체의 반발에 대해 교육부는 담당 부처 조사관이나 지역감독부서 조사관은 현장 조사를 갔을 때 I업체 측이 현금출납부 등 관련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을 비롯해 “의심가는 정황이 있었다”고 말했다. 교육부 담당자는 전화통화에서 “지역감독부서가 자료 제출 요청을 할 경우 일반적으로 협조를 하는데 이 업체는 띄엄띄엄 자료를 제출하는 등 떳떳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또 “2013년 국내 여러 대학교가 일명 ‘1+3프로그램’을 운영할 때도 해당 업체가 연관이 있었는데 교육부가 시설 폐쇄명령을 내리거나 시정조치를 내려도 법망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변형해 영업을 계속해왔다”고 말했다. 이 담당자는 “교육부가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을 경우 이런 유형의 유학 시장이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며 “항공운항 관련 학과의 경우 누구나 선호하는 학과인데 성적이 안 돼도 돈만 있으면 미국으로 가려고 하지 않겠는가. 이러면 한국 고등교육 체계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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