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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8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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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금 2000억? 부활절 성지 성묘교회의 3일 투쟁

노석조  조선일보 국제부 기자. 전 예루살렘 특파원 

▲ 지난해 3월 20일 예루살렘 구시가 내 성묘교회가 200여년 만에 대대적인 복원공사를 끝내고 일반에 공개됐다. photo 뉴시스
“키이~익!”
   
   지난 2월 24일(현지 시각) 저녁 예루살렘 ‘성묘(Holy Sepulchre)교회’의 대문이 닫히고 자물쇠가 채워졌다. 이 교회는 2000여년 전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고 장사됐다가 사흘 만에 부활했다는 터에 세워졌다. 이에 ‘부활 교회’라고도 불린다.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구세주)로 믿는 기독교인에게 이 교회는 신앙의 알파(시작)와 오메가(끝)다. 특히 4월 부활절 기간에는 성지(聖地) 중의 성지로 통한다.
   
   지난 2월 25일 새벽, 교회의 문은 이례적으로 열리지 않았다. 335년 지어진 성묘교회는 1009년 무너졌다가 1048년 재건된 이후 지금까지 폐쇄된 적이 거의 없다. 1년 365일 내내 예루살렘의 어떤 교회나 모스크(이슬람사원), 시너고그(유대교회당)보다도 일찍(새벽 4시) 문을 열고 늦게(저녁 7시) 닫았다. 산 넘고 바다 건너 찾아온 순례자들을 헛걸음시키지 않고 항상 맞이하기 위해서다.
   
   
   “기독교 핍박하려 세금 물린다”
   
   이런 성묘교회가 왜 이날 문을 열지 않은 것일까? 성묘교회를 공동관리하는 로마가톨릭·그리스정교회·아르메니아교회 지도자들은 지난 2월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 정부가 오랫동안 유지돼온 교회 소유 재산에 대한 세금 면제 약속을 깨뜨리려 한다”면서 “항의 시위로 교회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교회 재산에 세금을 물리려는 건 예루살렘에서 기독교와 기독교인의 힘을 약화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면서 “유대국가 이스라엘이 제도를 수단 삼아 예루살렘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암흑기의 반(反)유대주의 정책과 같은 조치가 오늘날 예루살렘에서 기독교인을 상대로 가해지고 있다”고 강경 발언을 했다. 유대인은 홀로코스트라는 대재앙을 낳은 유럽의 반유대주의 역사를 가지고 자신들을 비판하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예루살렘에서 유대교와 기독교가 세금 문제로 정면 충돌한 것이다.
   
   이스라엘 일간 하아레츠(Ha Aretz)에 따르면, 성묘교회는 지난 2월 초 예루살렘 시청으로부터 세금 6억5000만셰켈(약 2020억원)을 내라는 명령과 교회 재산과 은행계좌가 동결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세금 6억5000만셰켈은 성묘교회가 소유한 상업시설 887곳에 대한 것이다. 이들 상업시설은 올리브나무를 깎아서 만든 십자가·양초
   
   ·히브리어 성경책 등을 파는 교회 기념품 판매점이나 전통 음식점이 대부분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국제법에 따르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이나 팔레스타인 그 어느 국가의 소유가 아닌 특별한 지위를 가진 도시”라면서 “이스라엘 정부가 예루살렘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기존의 질서를 일방적으로 바꾸려고 하면 지금보다 더 큰 갈등을 부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예루살렘은 세계 3대 종교인 유대교·기독교·이슬람교의 성지다. 지난 4000년간 많은 민족과 나라가 전쟁을 거듭하며 이 도시를 뺏고 빼앗겼다. 고대 이집트·아시리아·페르시아·마케도니아·유다·로마·비잔틴제국 등이 예루살렘을 통치했다. 7세기부터 20세기까지 1300년 동안은 유럽 십자군전쟁 때를 빼곤 이슬람 왕조가 예루살렘의 주인이었다. 1917년부터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까지는 영국이 위임통치했다.
   
   이스라엘은 1948년 예루살렘을 자신들의 수도라고 선언했지만, 유엔 가입국 절대다수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집트·사우디아라비아·이라크 등 20여개 아랍연맹국은 예루살렘은 팔레스타인의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치· 종교 등 여러 방면에서 예루살렘은 어느 한 세력이 함부로 건드리기 어려운 복잡한 도시인 것이다. 국제사회에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과 예루살렘 지위 문제는 ‘현상 유지(Status Quo)의 유지’가 최선의 문제 해결법이란 말이 도는 이유다.
   
   하지만 군사력이 우위인 이스라엘은 ‘현상 유지’를 깨려고 한다. 1967년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대승(大勝)하며 예루살렘을 완전히 손에 넣었기 때문이다. ‘6일 전쟁’ 전만 해도 성묘교회 부지를 포함한 예루살렘 동부는 요르단 정부군이 점령하고 관리하고 있었다. 그랬던 이스라엘은 현재 실질적으로 이 도시를 완전 통제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운전면허 등 각종 자격증을 따기 위해 자기네 모국어인 아랍어가 아닌 유대인의 언어 히브리어를 배워 히브리어로 된 시험을 치르고 있다. 인터넷이나 전화 개통도 이스라엘 정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예루살렘 올드시티 내 종교시설을 제외하고는 모든 행정·사법 절차가 이스라엘 방식대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교회 지도자들은 이제 이스라엘이 교회라는 성역(聖域)까지 점령하려고 하고 있으며 이번 세금 문제도 그 ‘계략’의 하나라고 보고 성묘교회 폐쇄 시위라는 비장의 카드까지 내놓았던 것이다.
   
   
   눈물바다 된 성묘교회 광장
   
   이스라엘 정부는 성묘교회의 강공에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니르 바르카트 예루살렘 시장은 “교회가 소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상업적 목적으로 운영되는 호텔이나 가게까지도 세금 면제 혜택을 한다는 게 정말 타당하다고 생각하느냐”면서 “세금은 비즈니스하는 데만 물리고 예배 처소같이 비상업시설에는 지금까지 그래왔듯 세금을 물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교회더라도 영리 목적으로 활동하면 이를 통해 나온 수익금에 대해선 세금을 내는 게 상식이라는 논리다. 바르카트 시장은 “교회와 교회 소유의 상업시설이 사용하는 전기·수도 시설을 누가 누구의 돈을 들여 설치하고 관리했느냐? 바로 정부고 시민이 낸 세금”이라면서 “정부 지원의 혜택은 누리면서 세금은 안 내려는 발상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한 랍비(유대교 율법선생)는 “당신네가 믿는 예수도 세금 문제와 관련해 ‘카이사르(로마제국 황제)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하느님)의 것은 하나님께’라고 하지 않았느냐”라고 일침을 놓기도 했다.
   
   이스라엘이 세게 반격하자 성묘교회 앞 광장은 눈물바다가 됐다. 순례자들은 닫힌 교회 문에 손을 얹고 무릎 꿇은 채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게 해달라”고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기독교 상인들도 “우리는 예루살렘에서 유대인·무슬림에 비해 인구 면에서 소수이고 경제적으로도 훨씬 영세하다”면서 “갑자기 세금을 내라는 건 너무 가혹하다”고 시위했다. 이 같은 소식이 외신을 통해 퍼지자 세계 각국에선 ‘성묘교회에 못 들어간다’면서 이스라엘 여행 취소가 잇따랐다. 성묘교회 하루 방문자 수는 수천 명에 달한다. 이스라엘은 관광업이 국가 주요 수입원이기 때문에 성묘교회 폐쇄는 정부 재정에 큰 부담이 된다.
   
   전세(戰勢)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이스라엘 정부는 지난 2월 27일 “세금 조치를 보류하겠다”면서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교회 세금 문제의 해결안을 찾기 위한 전문가팀을 꾸리겠다”고 발표했다.
   
   성묘교회는 폐쇄 사흘 뒤인 2월 28일 새벽 4시 문을 열었다. 교회 지도자들은 “시위를 끝낸다”면서 “다시 문을 닫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성지순례자 프랑수아 로슈(29)는 이날 프랑스 24 방송 인터뷰에서 “교회 안에 못 들어가 보고 예루살렘을 떠날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날 캄캄한 새벽인데도 사람들이 성묘교회로 구름같이 몰려들었다.
   
   성묘교회는 로마 가톨릭·이집트 정교회·에티오피아 정교회 등 6개 교파(敎派)가 공동 운영하고 있다. 사실 이들은 성묘교회 소유권 등 각종 이권 다툼으로 수백 년간 사이가 좋지 않았다. 치고받으며 패싸움할 정도로 갈등이 깊어져 오스만제국의 술탄(통치자)은 이 교회 대문 열쇠를 기독교인이 아닌 한 무슬림 가정에 맡겼다. 지금도 이 무슬림 가정은 대대로 교회 열쇠를 관리하고 있다. 이렇게 화합 못 하는 교파들이 이번에는 신속하게 힘을 합쳐 성묘교회 폐쇄·재개 조치를 결정하며 이스라엘 정부에 맞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인 것이다. 그만큼 세금 조치가 이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만큼 심각했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유대교)과 기독교의 갈등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꼭 70년 전인 1948년 이스라엘이 건국 선언을 할 때부터 기독교와의 마찰은 예견됐다. 건국 선언에 “이스라엘은 유대인의 나라”라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종교의 자유는 허락했지만, 국가대표 종교를 유대교로 정한 건 조상 대대로 기독교인으로 살아온 이들에게 충격이었다. 졸지에 공식적으로 종교적 소수이자 비주류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기독교인 사이엔 이런 비유도 있다. “오랫동안 백인과 흑인이 섞여 살았던 동네가 있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어느 날 이 동네 백인들이 ‘이제 여기는 백인의 나라’라고 일방적으로 선포합니다. 졸지에 흑인들은 백인 나라의 흑인 국민이 돼버린 겁니다. 흑인들이 얼마나 황당하고 화나겠습니까?”
   
   
   뿌리 깊은 유대교·기독교 간 갈등
   
   이스라엘의 기독교인 수는 계속 줄어들어 현재 전체 인구 850만명의 2%(17만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주로 동(東)예루살렘, 예수 탄생지인 베들레헴, 그리고 예수가 자란 마을인 나사렛에 거주한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임시수도 라말라로 이주해 사는 기독교인들도 많다. 라말라의 다수는 무슬림이지만 유대인보다 무슬림과 이웃으로 사는 걸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유대교와 기독교의 불화 원인은 신학적 차이 때문이기도 하다. 기독교는 예수를 하나님의 아들이자 메시아로 여긴다. 하지만 유대교에서 예수는 숱한 유대인 중의 하나일 뿐이다. 생전에 독특한 파격적인 논리로 대중으로부터 큰 인기를 끈 별난 인물 정도로 본다. 유대인은 히브리어로 기독교인 무리를 ‘노쯔림’이라고 하는데, 이는 ‘나사렛 사람들’이라는 뜻이다. 유대교는 기독교를 예수를 추종하는 무리의 신앙으로 간주한다. 정통 유대교에서 벗어난 ‘나사렛 종파(宗派)’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독교를 신학적으로 저평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 기독교는 유대교에 대해 ‘예수 탄생 이전 시대(구약시대)’에 갇힌 종교로 본다. 예수가 메시아인데도 이를 알아보지 못하고 구약시대처럼 메시아가 오기를 기다리는 ‘영적 맹인’이라는 것이다. 유대인을 측은히 여기는 부류도 있지만, 혐오하는 세력도 있다. 예수가 십자가 사형을 당하는 등 핍박받은 게 유대인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수에게 십자가형을 선고한 건 당시 로마제국 총독이었지만, 그 결정을 부추기고 예수를 음해한 세력은 유대교 율법학자라는 것이다. 이런 시각을 이용해 독일 나치 정권은 홀로코스트를 정당화하기도 했다. 유대인 일부는 또 이런 기독교 세력의 반유대주의 행위에 대한 반감 때문에 기독교를 혐오한다. 제2의 홀로코스트를 막기 위해서라도 기독교 세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논리도 만들어졌다.
   
   양쪽의 갈등은 크고 작은 범죄 사건으로 표출되고 있다. 2015년 갈릴리호수 인근 ‘오병이어(五餠二魚)의 기적’ 기념 교회에선 극단주의 성향의 유대인 청년들에 의해 방화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요 순례지로 꼽히는 이 교회 건물 일부가 불에 타 잿더미가 됐다. 방화범들은 벽 한쪽에 ‘예수는 원숭이였다’라는 낙서도 남겼으며, 체포 이후에도 반성하는 기미를 안 보여 큰 논란을 일으켰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예수가 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많은 사람을 넉넉히 먹이는 이적(異跡)을 보인 일화를 말한다. 이스라엘 상당수 학교에서는 수학 수업에서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덧셈 부호인 ‘+’ 대신 ‘ㅗ’ 또는 ‘ㅜ’ 모양을 쓴다. ‘+’가 십자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들의 갈등이 얼마나 일상 속에 뿌리내리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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