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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498호] 2018.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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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저출산의 재앙 의성에서 본 한국의 미래

홍성국  혜안리서치 대표. 전 대우증권 CEO 

평창 동계올림픽의 최고 스타는 단연 여자 컬링의 ‘영미’다. 농촌지역인 경북 의성 출신들이 온 국민에게 행복을 선사했다. 영미의 고향인 의성은 어떤 곳일까? 사실 이곳은 특산물인 마늘보다 인구 고령화가 더 유명하다. 의성은 향후 30년 내 사라질 기초지방자치단체 중 1위에 오른 지역이다. 의성의 중위연령(나이 순서로 정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은 60세에 달한다. 전체 군(郡)민의 절반이 환갑을 넘긴 것이다.
   
   의성은 80대 이상 노인층과 20대 미만 인구 수가 같다. 1973년 18만7000명에 이르던 인구는 2015년에 5만4000명으로 줄어들었다. 가임기 여성(20~39세)이 6.2%에 불과하니 산부인과는 이미 18년 전에 폐업했다. 그나마 2015년에 정부의 정책 배려 덕분에 산부인과가 다시 문을 열었다. 그해 255명이 태어나고 874명이 사망했다. 의성은 머지않은 한국의 미래다. 많은 지역이 의성을 닮아가고 있다.
   
   
   한국의 미래 경북 의성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출생통계에 따르면 출생자는 35만7000명으로 역대 최소치를 기록했다. 2002년 40만명대에 진입했다가 16년 만에 30만명대로 재진입한 것이다. 여성 한 명이 평생에 걸쳐 출산하는 합계출산율은 1.05명으로 통계 작성 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국 총인구가 감소하는 시점은 당초 예상되던 2032년에서 2028년 이전으로 앞당겨진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당장의 문제가 되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우리 사회는 인구감소 위험에 대해 많은 논의와 다양한 정책을 시행했다. 그러나 이제 모든 정책의 실패를 인정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한국의 현재 중위연령은 41세이다. 30년 후에는 54세, 40년 후에는 58세가 확정적이다. 한국 전체가 현재의 의성과 비슷해진다는 얘기다. 1975년 초등학교부터 대학생까지의 전체 학생 수는 1388만명이나 되었다. 그러나 지금은 900만명 이하로 내려왔다. 출산율 하락의 후폭풍이 빠르게 몰려오고 있는 것이다.
   
   한국의 생산가능인구 100명은 유소년 18.8명, 노인 17.5명을 부양하고 있다. 유소년과 노인을 합하면(총부양비) 약 36.2명을 부양하고 있다. 3명이 벌어서 1명을 부양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하다. 그렇다면 50년 후에는 어떨까? 이때의 총부양비는 무려 109명이 된다. 100명이 벌어서 109명을 부양해야 한다. 이게 가능할까? 더군다나 부양해야 할 109명 중 88명 이상이 노인이다. 유소년에 비해 노인은 의료비 등 모든 면에서 서너 배 이상의 비용이 필요하다.
   
   인구학자들은 갑자기 인구가 늘어나 경제가 활기를 띠는 현상을 ‘인구보너스’라고 한다. 통상 대규모 전쟁 이후 베이비부머가 사회에 진출하면서 많은 노동력을 공급하고 이들이 소비주체가 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미국·일본 등 선진국이나 한국·대만 등 소위 ‘아시아 네 마리 용’의 경제 성장은 2차 세계대전 후 탄생한 베이비부머의 노동력과 소비가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한국과 마찬가지로 선진국에서도 생산가능인구가 줄기 시작했다. 세계적 차원에서 인구보너스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본격적인 인구감소에 앞서 당분간은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역사상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 인구구조로만 보면 현재 한국은 인구보너스를 받고 있는 중이다. 각 가구 입장에서 보면 양육해야 할 아이는 적고, 부모 세대는 아직 건강하다는 의미다. 인구보너스를 받으니 소비가 늘고 경기가 좋아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비관론이 팽배하고 대부분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 왜 그럴까? 그 이유는 준비하지 못한 상황에서 고령화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최근의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제가 그런대로 유지되는 것은 인구보너스 효과 덕분일지도 모른다. 만일 인구보너스 시기를 넘기면 우리 사회와 경제는 거의 식물인간 상태가 될 수도 있다.
   
   

   30년 후의 악몽
   
   지금도 자녀 양육이 어렵지만 올해 태어난 아이가 사회에 진출하는 30년 후(2045년)를 상상해 보자. 이때 전체 인구 수는 별 차이가 없겠지만 인구 구성은 큰 차이가 있을 듯하다. 65세 이상 인구가 36%나 차지하면서 역피라미드형 인구구조가 완성단계에 진입할 듯하다. 향후 대대적인 개혁이 없다면 국민연금 등 사회안전망도 기능을 상실할 가능성이 높다. 보험은 납부자보다 수급자가 많아지면서 안정성이 낮아질 듯하다. 면허증이 있는 교사, 변호사, 의사들마저 인구 감소로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다. 대기업들은 숙련노동자 부족으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많은 일자리가 로봇으로 교체될 전망이다. 현재 속도로 국가 재정을 낭비하면 국가 부채 문제도 심각할 것이다. 결국 의료비 등 많은 영역에서 자신의 노후는 자신이 준비해야 하는 상황으로 가고 있다. 이런 어두운 미래를 이미 젊은층은 다 알고 있다. 현재도 취업난, 양극화 등으로 지쳐 있는 젊은층 입장에서, 출산은 고사하고 결혼도 망설여질 것이다. 이런 상태에서 과연 자신이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자녀를 출산할까?
   
   모든 생명체는 종족을 번식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나 서식 환경이 악화되면 번식을 포기하고 개체 수를 줄인다. 생물학적 입장에서 출산율 하락은 ‘서식환경 악화로 종족 번식을 포기’하는 인류 역사 최대 사건으로 이해해야 한다. 정부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고 최근 10여년간 100조원대 이상의 재정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오히려 더 줄어들었다. 10년, 100조원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통일 문제나 대선공약보다 더 광범위하고 깊이가 있어야 한다. 기존 시스템 전체를 교체할 정도의 복합 처방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5000만 국민 모두가 당사자이고 한국의 미래까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출산율이 높아질까? 두 가지 근본적 원칙이 전제되어야 한다. 먼저 현재와 미래에 자녀를 가질 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출산에 앞서 혼인율부터 높여야 한다. 혼인 연령도 앞당기고, 결혼 후 출산도 서두르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단순한 출산율 증가대책은 의미가 없다. 생애 전체를 개선하는 대책이어야만 효과가 있다. 부모 세대 입장에서 보면 현재 생활이 안정적이고 만족도가 높아야 출산이 가능해진다. 출산과 양육, 자녀 취업 시점의 경제와 사회 상황, 자녀의 결혼과 분가, 부모 세대의 노후 문제 등에서 자신감이 있어야만 비로소 자녀를 가질 것이다. 특히 여성이 자신의 삶과 미래를 스스로 결정하게 된 상황도 깊게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대책은 여성의 사회생활과 결혼, 출산, 양육, 부모 부양, 자신의 노후 등 6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결론적으로 부모 세대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자녀 세대의 성장과 사회생활까지 망라하는 3대에 걸친 삶의 과정 전체를 바꾸는 대책이 필요하다.
   
   그동안 인류는 선배 세대의 양육으로 성장해 성년이 된 후, 부모와 자녀를 부양하는 ‘세대 간의 분업’을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인구구조가 피라미드 형태였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세대 간의 분업을 통한 가족 부양은 거의 불가능해졌다. 인구구조가 항아리형을 거쳐 역삼각형 구조로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족 중심의 부양의무가 사회의 책임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인정하고 대응하는 대전환이 필요하다.
   
   
   지자체별 대책은 제로섬게임
   
   두 번째 원칙은 출산율 하락 이외의 구조적 전환과 위기를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는 역사상 가장 중요한 변곡점에 놓여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일자리는 기계로 대체되고 있다. 모든 산업은 공급과잉이고, 양극화는 더 이상 인내할 수 없는 지경이다. 부채는 어느 국가나 사상 최고 수준이다. 국제 관계는 투쟁적으로 변질되고 있고, 환경오염의 피해는 지구를 강타하고 있다. 세계적 차원에서 발생하고 있는 구조적 위기는 미래를 비관적으로 보게 하면서 출산을 가로막는 또 다른 환경이다. 즉 구조적 위기 해소 정책과 출산율 증대 정책은 동일한 정책이라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만일 이 두 가지 원칙을 반영한 정책 시행으로 출산율 회복과 경제성장이 조금이라도 나타나게 되면, 미래에 대한 낙관적 인식도 증가할 것이다. 미래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되면 재차 출산율이 올라갈 것이다. 이렇게 긍정적 영향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결국 정책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 몇 가지 대안을 살펴보자. 좁게 보면 청년 일자리 문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일자리가 없으면 결혼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청년 일자리뿐 아니라 모든 일자리가 줄어들고 불안정해지고 있다. 따라서 일자리를 우선 늘려야 한다. 한국은 경제 수준에 비해 복지 수준이 매우 낮기 때문에 당분간 공공부문에서 일자리 창출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본질적으로 일자리는 경제적 파이가 커지는 과정에서 생긴다. 성장이 있어야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겨난다. 따라서 성장잠재력 확보에 투자를 크게 늘려야 한다. 출산율을 높이는 원동력이 성장이라는 공감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
   
   두 번째로 복합적 관점에서 정책을 짜야 한다. 통상 선진국들은 중위연령이 46~50세 근처에 오면 소비가 정점에 도달한다. 한국은 베이비부머 최초 세대인 1955년생이 70세에 이르는 2025년경이 바로 이 시점이다. 이때가 되면 사회가 완벽하게 고령화되면서 내수소비 쇼크가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이때를 대비해서도 성장을 위한 투자를 서둘러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민간 기업의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야 한다. 재난 방지나 환경 개선에 획기적인 투자를 고려해 볼 만하다. 당장의 위험을 줄이면서 미래를 개선하는 조치이므로 출산율 상승에도 도움을 준다. 이런 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면 경제성장률을 높이면서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 정부나 사회가 지향하는 많은 정책들은 2~3단계 경로를 거쳐 출산율에 영향을 준다. 따라서 정책을 만들 때는 거시적이고 복합적인 관점에서 짜야 한다.
   
   의성은 출산장려금으로 100만원(첫째), 150만원(둘째), 1550만원(셋째), 1850만원(넷째)을 준다. 셋째 아이부터는 고교 등록금 전액, 대학 등록금 절반을 지원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많은 지자체에서 이런 식의 출산장려금을 준다. 국가 전체의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 없이 지자체 간에 벌어지는 출산 대책은 한국 전체로 보면 제로섬게임 성격이 강하다. 국가 전체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동하는 것일 뿐이다. 따라서 출산·보육·교육 대책 등은 국가 전체적 차원에서 계획하고 시행되어야 한다. 특정 부처의 과제가 아닌 정부 전체와 사회가 힘을 합쳐도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
   
   셋째, 출산보다는 보육 지원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20~30대 부모는 과거의 부모와 매우 다르다. 자유분방하고 관심의 폭도 넓다. 보육 지원을 획기적으로 강화하면 부모 세대가 정체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간과 금전적 여유를 가지게 된다. 기업들도 강력하게 동참해서 직장 내 직원 자녀의 보육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이런 조치들은 지금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보다 획기적으로 전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해야 한다. 동시에 교육체계도 바꿔야 한다. 미래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하는 교과목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향후 학생 수 감소로 사교육 비중은 점차 줄어들 것이다. 반면 학교와 선생님은 보다 여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 학교가 사교육과 보육의무를 상당 부분 담당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볼 시점이다. 교육 제도 전체를 바꿔야 한다.
   
   네 번째로 사회안전망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한다. 전 세계 모든 정권은 사회안전망 문제에 대해 ‘NEXT’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다음 정부로 개혁을 넘겨온 것이다. 그러나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국민연금이 2060년에 고갈된다고 주장하지만, 10년쯤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주류다.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도 조만간 한계에 부딪힐 것은 명확하다. 고령화로 건강보험료는 끝없이 오를 것이다. 이 모든 비용을 국가 재정으로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본인 부담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지금도 어려운데 향후 사회적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면 본인뿐 아니라 자녀의 미래도 암울해진다. 엉성한 사회안전망을 적극적으로 개혁해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한다.
   
   

   인구 반전, 세종시의 교훈
   
   한국 전체를 통일된 개념으로 재개발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역 간 출산율을 비교하면 대도시에 비해 지방, 특히 농촌지역 출산율이 높다. 대도시의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일 것이다. 교통·통신의 발전으로 지방 균형개발은 더욱 쉬워지고 있다. 세종시 출산율이 크게 늘어난 것은 수도권에서 이주한 공무원들이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기기 시작했음을 보여준다. 수도권에 비해 주거비, 생활비가 싸고 교육환경이 개선되니 출산이 늘어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전체를 거대도시군(群)인 ‘메갈로폴리스(megalopolis)’ 개념으로 재개발하는 것도 아이디어가 될 듯하다. 주거 공간에 대한 인식과 삶의 패턴 전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사회 문화도 중요한 요소이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부모 세대와 자녀 세대 간 인식 차이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이외에도 부부 갈등, 고부 갈등 등 가정 내에서조차 갈등지수가 높아지고 있다. 이혼도 크게 늘고 있다. 사회 모든 영역에서 기득권 계층의 군대식 문화와 젊은층의 개인주의가 충돌하고 있다. 이런 갈등의 도가니에 자식을 밀어넣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출산 대책은 가정과 사회의 문화까지 개선해야 하는 숙제를 던진다.
   
   정치의 목적은 미래를 준비하고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데 있다. 출산율 증대대책의 본질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정책 수행 과정에서 이익집단 간 갈등도 불가피하다. 또한 특정 시점 정권만의 문제가 아니라 수십 년간 이어질 초장기 과제로 인식해야 한다. 여야(與野) 구분 없이 향후 정권을 잡으면 출산율 증대는 최대 난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21세기 정치와 사회 전반의 과제로 인식해서 대응해야만 한다.
   
   앞서 언급한 대책들은 이미 필요성에 대해서는 대부분 인식하고 있다. 다만 실행하지 못해왔을 뿐이다. 이대로 가면 한국이 사라진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서둘러야 한다.
   
한국의 또 다른 미래 일본
   
   최근 일본 지방정부의 최대 현안은 빈집 처리이다. 주택 밀집 지역에 방치된 일명 ‘쓰레기 집’이 최대 골칫거리다. 집이 비게 되면 유기견 등이 창궐하거나 범죄 장소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집을 헐어 텃밭으로 이용하면 좋겠지만 이 또한 쉽지 않다. 이런 집들은 주로 독거노인이 살다가 사망한 경우가 많은데 대도시에 상속인이 있을 수도 있어 법률적 문제 해결에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현재 일본 주택의 약 15%가 이런 빈집이다. 지금은 수도권과 떨어진 지방에 빈집들이 많지만 점점 대도시로 번질 기세다. 노무라연구소에 따르면 2033년이 되면 일본 전체 주택의 30%가 빈집이 될 것이라고 한다.
   
   2009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한 일본은 인구 감소 속도가 점점 빨라져서 매년 30만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 인구가 가장 많았을 때와 비교하면 이미 150만명이 줄어들었다. 한국으로 치면 강원도 전체 인구가 줄어든 것이다.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의 27%를 차지하고 있고, 80세 이상만 1000만명이나 된다. 노인 간병인이 부족해지자 얼마 전 베트남에서 1만명을 수입하기로 했다. 상속할 후손이 없어서 고독사한 노인 재산이 연간 1000억엔씩 국고로 환수된다는 통계도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급속히 악화되면서 개인부담 비율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은 1975년 생애 출산율이 2명 아래로 내려왔다. 1990년 이후에는 1.5명 아래로 고착되었다. 이 결과 고령화가 더욱 심해지자 ‘하류노인’ ‘노인지옥’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유행어처럼 떠돌고 있다. 특히 1990년 버블 붕괴 후 저출산에 대한 고민을 전혀 기울이지 못하고 단기적인 경기부양에만 몰두한 것이 재앙을 불러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출산을 가로막은 근본적 사회 시스템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전혀 기울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 누적된 경기부양 비용으로 정부 부채는 GDP 대비 250%를 넘겨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제는 저출산 대책을 쓸 예산마저 고갈되고 있다. 자식이 없는 사람에게 세금을 더 부과하는 웃지 못할 세제 개편마저 추진 중이다.
   
   최근 이탈리아에서는 고학력 젊은층의 해외 이민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스에서는 의사들이 대거 이민에 나서 향후 의료체계를 유지하기조차 어려워질 듯하다는 소식도 들린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이들 국가 역시 수십 년 전부터 저출산·고령화 대책 마련에 나서질 못했다. 그 결과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진 것이다. 중국도 한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중국이 현재와 같은 저출산이 지속되면서 일본이 지나온 경로를 밟아간다면 우리에게는 또 다른 재앙이다. 한국 경제의 중국 의존도가 심한 상황에서 한국 경제를 떠받치는 시장이 소멸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교훈에서 보듯 저출산 대책은 30~40년 앞을 내다보면서 시행해야 한다. 한국은 일본을 10년 뒤에서 따라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도 이미 ‘골든 타임’은 지났다. 그렇지만 일본을 반면교사 삼아서 이제라도 저출산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출산율은 생존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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