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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4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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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재헌 한·중문화센터 원장

“사드로 얼어붙은 한·중관계 영화로 녹인다”

김대현  기자 

photo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6월 14일 늦은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롯데월드 7층 ‘실크로드 중국영화전용상영관’. 100석 규모의 작은 상영관은 모처럼 만석이었다. 뒤늦게 상영관을 찾은 일부 관객은 통로 계단에 앉아 2시간 동안 영화를 관람했다. 이날 실크로드 상영관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가 끝나자 “기대 이상의 작품이었다” “기회가 되면 다시 보고 싶은 영화”라는 호평을 쏟아냈다. 이날 상영작은 중국 영화계 거장 펑샤오강 감독이 만든 ‘방화(芳華·청춘)’. 작년 연말 중국에서 흥행 1위에 올랐던 영화로, 1970년대 중국 문화대혁명 당시 젊은이들이 겪는 사랑과 이별, 고민을 현대적 시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이날 시사회를 주관한 노재헌(53) 한·중문화센터 원장은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뒤풀이 장소에서 만난 노 원장은 “‘한 번 더 보고 싶은데 언제 다시 상영하느냐’고 묻는 분들이 많아 기분이 좋았다”면서 환하게 웃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아들인 노 원장은 지난 2012년 2월 설립한 재단법인 한·중문화센터를 통해 한·중 문화교류에 앞장서왔다. 2012년부터 정기적으로 중국 외교부 산하기관인 인민외교학회와 ‘한·중 우호대화’를 진행해왔고, 쓰촨성 청두시에서 문화교류 콘서트, 난타 현지 공연 등을 주관했다. 지난 2015년에는 중국 CCTV와 함께 한·중 연예계 스타들의 문화체험 프로그램인 ‘딩거룽동창’을 제작·방영해 화제를 모은 적도 있다. 최근에는 연세대 신촌캠퍼스와 베이징 현지 한·중문화센터에서 양국 간 대학생들의 교류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중 양국의 문화교류는 현재 위기다. 서로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가 있던 차에 지난해 6월 터진 사드(THAAD) 사태가 중국과의 경제·문화 교류를 급속히 냉각시켰다. 노 원장이 영화 ‘방화’의 시사회를 연 것도 얼어붙은 한·중 문화교류의 물꼬를 트기 위한 노력의 하나였다.
   
   지난 6월 22일 서울 광화문 인근 커피숍에서 노 원장을 다시 만났다. 그는 문화교류에 방점을 찍고 중국을 오가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중국의 영향력은 앞으로도 확대되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어릴 적 미국에서 학교를 다니며 교육받은 적이 있지만 지금 큰 흐름은 동양으로 넘어오고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중국을 알아야 한다. 1992년 아버님(노태우 대통령)이 한·중수교를 맺은 인연 때문에 다른 나라보다 중국에 애정을 갖게 됐다.”
   
   노 원장은 중국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문화적 접근과 교류가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한·중수교 이후 20년이 지났지만 양국은 경제교류를 제외하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문화적 토대는 거의 없다. 우리는 중국 하면 ‘짱깨 음식’이라거나, ‘중국은 영화 못 만드는 나라’로 단정한다. 편견은 또 다른 편견을 낳는데, 요즘에는 ‘중국, 너희들 그럴 줄 알았어!’ ‘중국 없이 살아도 된다’는 인식이 생겨났다. 하지만 현실을 보자. 우리는 중국과 함께 갈 수밖에 없다.”
   
   노 원장이 한·중 문화교류의 수단으로 영화를 선택한 것은 양국 모두 기본적인 영화산업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고 서로 문화코드를 전달하는 데 영화만큼 용이한 수단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한국에서 중국 영화가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2015년 기준 관객점유율이 0.1%(관객수 26만명)에 불과하다. 그동안 노 원장은 중국 내 문화콘텐츠를 총괄하는 광전총국을 찾아가 양국 간 영화교류의 물꼬를 터왔다. 광전총국 산하 중국영화자료실과 한·중문화센터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이후 중국 영화만을 상영하는 국내 최초 중국영화전용상영관이 롯데월드에 마련됐다.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봤다. 작품성 있는 영화, 교육적인 영화, 젊은층 요구에 부응하는 영화 등 여러 영화를 선보였지만 중국 영화의 국내 위상을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사드 문제로 인해 감정이 상한 터라 영화를 홍보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다. 최근 다시 양국 관계가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보고 펑샤오강의 영화를 어렵사리 공수해왔다. 반응은 ‘베리 굿!’이다.”
   
   중국영화전용관이 롯데에 있다는 것은 역설적이다. 롯데 측이 공익적 차원에서 전용관을 내준 것인데, 롯데는 사드 사태 이후 중국에서 어려움을 겪은 대표적인 기업이다. “사드배치 이후 롯데가 피해를 보면서도 계속 상영관을 유지하겠다고 밝혀왔다. 한·중관계 개선과 영화진흥이라는 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들었다. 미안하고 감사할 따름이다.”
   
   사드배치 논란 이후 중국에서는 한국영화 상영도 중단됐다. 지난해 중국에서 상영된 한국 영화는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 단 1편뿐이다. 노 원장은 이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오는 8~9월 중국영화자료실의 협조를 얻어 한국영화제 개최를 추진 중이다. “사실 중국은 우리 영화산업을 상당히 부러워한다. 1000만 관객 영화가 1년에 몇 편씩 쏟아지는 걸 보고 ‘왜 우리는 저렇게 할 수 없을까’라는 하소연도 한다. 올여름 ‘신과 함께’ ‘아이캔스피크’ 같은 우리 영화를 중국에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영화교류가 재개되는 신호탄이 됐으면 좋겠다.”
   
   
   ‘일대일로연구원’ 개원
   
   노 원장은 한·중문화센터를 통해 문화컨설팅도 한다. 한·중 교류를 위해 조직된 다른 단체들과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문화가 산업화되는 시대다. 그런데 문화산업 하는 기업들이 돈을 못 번다. 공익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나서게 되는 배경이다. 이건 잘못된 모델이다. 문화산업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전이되고 있는 요즘 중국과 손잡고 새로운 문화융합상품을 개발한다면 아시아를 넘어 세계시장 제패를 꿈꿔볼 만하다. 우리 것을 앞세우기보다 상대가 가진 것을 존중하는 데서 출발하면 역사·지리적으로 통하는 한·중이 문화적 파워를 만들어낼 수 있다.”
   
   노 원장의 중국 내 주요 활동무대는 쓰촨성이다. 한·중문화센터 사무실도 베이징과 쓰촨성 성도인 청두 두 곳에 마련했다. 노 원장이 중국 내 34개 성(省) 단위 행정구역 가운데 쓰촨성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중국과 교류하겠다는 단체나 기업 또는 기관은 성 단위 한 곳을 타깃으로 골라 관계를 맺는 게 좋다. 쓰촨성 인구만 8000만명이 넘는다. 특정 단체가 중국을 전부 커버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협회나 기관별로 하나의 성과 관계를 돈독히 하면 유기적 교류가 가능하다. 내가 쓰촨성을 선택한 것은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갖춘 곳으로 중국인들도 동경하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노 원장은 조만간 ‘일대일로(一帶一路)연구원’을 개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에 사단법인 등록을 진행 중인데 이를 통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 사업을 연구하고 우리 역할을 모색해나갈 계획이다. “요즘 중국 언론에서는 북한을 일대일로에 포함시킨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중국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추진하는 사업이지만 한반도 전체가 직·간접적으로 연관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미리 대비하자는 차원에서 연구원을 만들게 됐다.”
   
   노 원장과의 인터뷰 말미에 노태우 전 대통령의 안부를 물었다. 지난 6월 23일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타계하기 하루 전의 일이다. “현재는 병원이 아닌 집에서 와병 중이시다. 요즘 몸이 편찮으신 어머님이 아버님 수발을 드신다. 아버님은 거동이 힘들고 말을 할 수 없지만 의식은 또렷하신 편이다.” 노 원장에 따르면,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9월 자신에게 부과된 추징금을 16년 만에 모두 납부했다고 한다. 1997년 대법원은 노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 조성 등의 죄를 물어 추징금 2628억원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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