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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4호] 2018.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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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수화하는 고릴라 코코가 남긴 것

최인준  조선일보 산업2부 기자 

▲ 수화를 가르쳐준 패터슨 박사와 자신이 좋아하는 고양이 ‘올볼’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생전의 코코. photo popular science
‘수화(手話)하는 고릴라’로 유명했던 ‘코코(Koko)’가 지난 6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우드사이드에서 46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코코는 생전 2000개의 영어단어를 인지하고 1000개의 수화 동작을 구사해 인간과의 대화에 가장 성공한 유인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코코를 연구했던 미국 고릴라재단은 지난 6월 21일 성명을 통해 “코코는 잠든 상태에서 편안하게 숨을 거뒀다”며 “생전 코코는 종(種) 간의 소통과 공감을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세계인을 감동시켰다”고 밝혔다.
   
   서부 저지(低地) 고릴라종(種) 암컷인 코코는 1971년 7월 4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동물원에서 태어났다. 태어난 이듬해 프란신 패터슨 스탠퍼드대 박사로부터 수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코코는 수화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지 2년 만에 150개의 단어를 이해하는 수준이 됐다. 사람의 말(영어)을 알아듣고 간단한 수화로 대답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1998년 수화 통역사의 도움을 받아 인터넷에 접속한 사람들과 ‘나는 음료를 좋아한다(I like drinks)’와 같은 영어 문장으로 대화를 하기도 했다. ‘고릴라’라는 단어를 표현할 때는 두 주먹으로 가슴을 두드리고 ‘사랑’이라는 단어를 표현할 때는 양팔을 가슴 앞에 포개는 식으로 그의 의사소통은 비교적 정확했다. 코코는 수화를 통해 여러 동영상에 출연해 “인간을 사랑한다” “지구를 보호해주세요” 등의 메시지를 전하며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도 했다.
   
   
   영화배우 윌리엄스 사망 소식 듣고 눈물
   
   코코는 뛰어난 언어능력을 바탕으로 사람들과 깊은 친밀감을 보였다. 코코는 수화를 배운 초기에는 수화로 자신을 ‘좋은 동물 고릴라’라고 표현했는데 사람과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부터 ‘좋은 사람 고릴라’라고 표현했다. 인간사회에 대한 소속감을 표현한 것이다. 코코는 할리우드 배우 고(故) 로빈 윌리엄스와도 각별한 사이였다. 코코는 패터슨 박사처럼 윌리엄스와 오랜 시간 함께 있진 않았지만 우연한 기회에 만난 자리에서 서로 장난을 치고 포옹을 하며 가까워졌다. 코코는 패터슨 박사로부터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코코는 수화로 사람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TV 다큐멘터리와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여러 차례 소개돼 유명세를 탔다. 1978년 잡지에는 코코가 사진기를 이용해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이 실렸고, 1985년에는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는 모습이 실렸다. 코코는 사람 다음으로 고양이를 무척 좋아했다. 패터슨 박사는 코코에게 고양이 봉제인형으로 새끼고양이를 돌보는 연습을 시킨 뒤 1983년 실제 새끼고양이를 선물했다. 코코는 이 고양이에게 올볼(ALL BALL)이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정성껏 돌보았다. 이 고양이는 안타깝게도 코코를 만난 지 6개월 만에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코코는 이때도 ‘울다’ ‘찡그리다’ ‘슬픔’ ‘문제’라는 단어를 수화로 표현하며 고양이의 죽음을 슬퍼했다. 이후에도 두 마리의 고양이와 친구로 지냈다.
   
   코코가 TV 방송에 출연해 사람과 수화로 대화하는 장면은 고릴라를 비롯한 영장류의 언어·인지능력에 대한 큰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패터슨 박사는 “코코는 거친 야생동물로만 알려진 고릴라에 대한 편견을 깨뜨려 고릴라 보존 노력에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인간과 대화하는 워쇼·칸지…
   
   코코 외에도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의사소통을 했던 유인원이 더 있었다. 코코에 앞서 수화를 가장 먼저 배운 유인원은 1965년 서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침팬지 ‘워쇼’였다. 워쇼는 두 살 때부터 연구원들에게 수화 교육을 받았다. 연구원들은 동물의 지능과 언어능력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해 워쇼에게 미국 수화를 가르쳤다. 워쇼는 1년여 만에 350개의 수화를 익힐 만큼 다른 침팬지 무리보다 학습능력과 IQ(지능지수)가 뛰어났다. 워쇼는 수화들을 조합해서 ‘마시는 과일’(멜론)처럼 특정 단어를 설명하는 방법에 능했다. 한 사육사가 거울에 비친 워쇼를 향해 “그게 뭐니?”라고 묻자 워쇼는 수화로 ‘나, 워쇼’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워쇼에게도 코코처럼 오랫동안 그의 곁을 지켜준 연구자가 있었다. 세계적인 영장류학자이자 동물운동가인 로저 파우츠 박사였다. 파우츠 박사는 원래 아동심리학을 전공할 생각이었다. 대학원 시절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연구보조 조교로 일하게 됐는데 새끼침팬지였던 워쇼를 돌보며 수화를 가르치는 일이었다. 파우츠 박사는 매일 4~8시간씩 워쇼와 붙어 지냈다.
   
   파우츠 박사와 워쇼는 궁합이 잘 맞았다. 함께 지내며 수화를 배운 지 몇 개월 만에 ‘로저 빨리’ ‘안아줘’ ‘나가자’ 등의 수화를 쏟아냈다. 파우츠 박사는 수화로 단어를 가르칠 때마다 워쇼에게 보상을 하거나 주입식 교육을 하지 않았다. 대신 특정 단어와 관련된 상황을 손동작이나 그림을 이용해 가르쳤다. 파우츠 박사는 워쇼와의 이야기를 담은 저서 ‘침팬지와의 대화’에서 “당시 내 두 살배기 아들 조슈아만큼이나 표현이 빠르게 늘어서 워쇼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워쇼는 2007년 43살에 숨을 거뒀다.
   
   워쇼와의 추억은 파우츠 박사의 진로를 크게 바꿔놓았다. 파우츠 박사는 연구소에서 평생을 보내다 세상을 떠난 워쇼를 기리기 위해 10년 동안 기금을 모아 ‘침팬지인간커뮤니케이션센터’를 세웠다. 각종 과학 연구 실험에 동원된 침팬지들을 위한 보호소 건립에도 앞장섰다.
   
   수화 대신 그림을 통해 단어를 익히고 사람과 대화를 나눈 유인원도 있다. 1980년 미국 여키스국립영장류연구센터에서 태어난 보노보 ‘칸지’는 그림문자를 이용해 수백 개의 단어를 익혀 사람과 소통했다. 1980년대 미국에서는 워쇼와 코코가 화제가 되면서 유인원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연구가 한창 유행했다. 미국 조지아주립대에서는 수화 대신 ‘렉시그램’이라는 그림문자를 유인원에게 가르치는 연구를 진행했다. 당초 칸지의 어미인 ‘마타타’가 실험 대상이었는데 마타타보다 곁에서 그림문자를 보고 배운 칸지의 학습 속도가 더 빨랐다. 연구진은 실험 대상을 칸지로 바꿨다.
   
   칸지는 동물의 한계를 넘어설 정도의 언어 학습능력을 보였다. 칸지는 렉시그램으로 3000여개의 영어단어를 익혀 대화할 수 있었다. 칸지는 언어소통 외에도 스스로 불을 피우거나 프라이팬을 이용해 달걀을 요리하는 등 사람의 일상생활을 흉내 내는 동작에도 관심을 보였다. 컴퓨터를 이용해 비디오 게임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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