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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19호] 2018.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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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 통신] 중국 모바일 페이와 서울시 제로페이가 다른 이유

백춘미  통신원 

▲ 즈푸바오나 웨이신즈푸 결제방식을 주로 쓰고 있는 중국. QR코드 리더기로 고객 휴대폰의 QR코드를 읽거나 손님이 직접 상점의 QR코드를 스캔해 결제한다. photo 바이두
“돈 좀 주세요.”
   
   요즘 중국 관공서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자주 듣는 말이다. 사정은 이렇다. 모바일 페이가 일상화된 무(無)현금사회 상하이에서는 현금을 들고 다니는 사람이 많지 않다. 반면 관공서에서는 인지대, 복사비, 택배료 등 부득이하게 현금결제가 필요한 경우가 왕왕 있다. 이에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QR코드로 돈을 보낼 테니 대신 현금을 좀 달라”는 부탁이다.
   
   이런 부탁을 받으면 대개 상하이 사람들은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QR코드를 보여주며 돈을 즉석에서 송금받고 대신 호주머니에서 주섬주섬 현금을 꺼내 준다. 필자 역시 올해만 관공서에서 현금을 달라는 요구를 두 차례나 받았다. 운전면허를 갱신하기 위한 차량관리소에서, 국제택배를 찾으러 간 우체국에서 그랬다. 처음에는 황당하기 그지없는 부탁이었지만 지금은 필자 역시 이런 부탁을 남들에게 가끔씩 한다.
   
   상하이의 어느 소매업장을 막론하고 주된 결제방식은 즈푸바오(알리페이)나 웨이신즈푸(위챗페이) 둘 중 하나다. 중국 오프라인 결제대금의 61%가 모바일 페이로 이뤄진다는 한 조사 결과도 있었다.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에서는 그 비율이 훨씬 높다. 현금은 가장 덜 선호되는 결제방식으로 종종 수취거부를 당하는 일도 있다. 한 조사에서는 조사대상 소비자의 37%, 사업자의 39%가 현금결제를 거부당했거나, 거부했다는 결과가 나온 적이 있었다.
   
   실제 ‘전황(錢荒)’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요즘 현금 보기가 어렵다. 필자 역시 인민폐에 새겨진 마오(毛)의 얼굴을 안 보고 산 지 꽤 오래됐다. 마트, 편의점, 식당, 전기, 수도, 가스요금 결제는 모두 마윈(馬云)이 만든 즈푸바오에서 이뤄진다. 거지가 동냥바구니 대신 QR코드를 놓고 있는 것은 받을 현금이 없기 때문에 생긴 궁여지책이다. 급기야 인민폐를 발행하는 중국인민은행이 지난 7월 13일 “중화인민공화국의 법정화폐는 인민폐다. 어떤 기관이나 개인도 현금수취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문건을 하달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중국 모바일 페이 결제시장의 90% 이상은 알리바바의 즈푸바오나 텅쉰의 웨이신즈푸가 장악하고 있다. 상하이의 어느 상점을 가나 카운터에 즈푸바오나 웨이신즈푸의 QR코드 스티커가 떡하니 붙어 있다. 즈푸바오가 54%, 웨이신즈푸가 38%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두 플랫폼 모두 결제는 다음의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로 이뤄진다.
   
   첫 번째는, 나의 휴대폰 QR코드를 제시하면 상대가 바코드 리더기와 유사한 QR코드 리더기로 나의 해당 결제금액을 빼내가는 것이다. QR코드 리더기를 갖춘 마트와 식당 등 대부분의 대형업장에서는 이 같은 방식의 결제가 이뤄진다. 별도의 비밀번호 입력이 필요 없어 가장 간편한 결제방식이다. 신용카드 결제 때 본인 신용카드를 점원에게 건네듯 휴대폰 QR코드만 점원에게 보여주면 ‘삑’ 하는 소리와 함께 결제가 끝난다.
   
   두 번째는, 손님이 직접 상점의 QR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이다. QR코드 리더기가 없는 옷수선이나 노점상 등 영세사업자들은 이런 방식을 쓴다. 이런 업장 카운터에는 QR코드 스티커가 붙어 있는데, 이를 내 휴대폰으로 정조준해 스캔하고 해당 결제금액을 직접 입력한 후 비밀번호까지 입력하면 결제가 완료된다. 해당 상점에 송금하는 방식과 동일하다. 하지만 이 경우는 QR코드를 본인이 직접 스캔해야 하고, 결제금액과 비밀번호를 직접 입력하는 등 절차가 번거롭다. 간편성 측면에서 신용카드보다 결코 나을 게 없는 방식이다.
   
   중국에서 모바일 결제가 보편화된 까닭은 믿을 수 없는 법정화폐와 불편한 은행서비스 때문이다. 지폐의 경우 1위안, 5위안, 10위안, 20위안, 50위안, 100위안 등 5종류나 되는데, 유통되는 위폐가 많아 일일이 육안검사를 필요로 한다. 구겨지거나 찢어져 액면가만큼의 화폐가치를 못하는 돈 같지 않은 돈도 많다. 최고액권인 100위안의 경우 사이즈가 한국의 옛 1만원권만큼이나 커서 지갑에 넣고 다니기도 거추장스럽다.
   
   공상, 농업, 중국, 건설은행 등 4대 국유 상업은행이 주도하는 은행서비스 역시 한국과 비교하면 느리고 불편하기 짝이 없다. 대부분 은행창구에서는 두꺼운 방탄유리 너머로 무뚝뚝한 텔러들의 고압적인 서비스를 마주해야 한다. ‘고객님’ 하며 생글생글 웃음으로 응대하는 한국 은행원들과 많이 다르다. 그렇다고 ATM 이용이 편리한 것도 아니다. ATM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기 일쑤고, 열악한 치안 상황 때문에 대부분 문을 걸어 잠그고 이용해야 한다.
   
   신용카드 발급과 이용도 쉽지 않다. 저신용사회 중국에서는 외상거래를 가능하게 해주는 신용카드의 발급 자체가 쉽지 않다. 실제 지난해 기준 13억 중국 인구의 신용카드 발급장수는 5억8800만장으로, 신용카드 보유량은 아직 1인당 1장도 채 안 된다. 금액이 좀 크면 결제 시에도 건건이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등 결제 절차도 번거롭다. 특히 외국인들이 주로 쓰는 비자나 마스터 계열의 신용카드는 여전히 취급하지 않는 소매업장들이 많다. 이런 요인들이 맞물려 모바일 페이의 대성공을 만들어낸 것이다.
   
   최근 서울시가 영세소상공인들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기 위해 ‘제로페이’라는 결제방식을 선보였다. 사실상 중국의 즈푸바오와 웨이신즈푸를 모델로 한 결제방식을 국내에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취지는 좋지만 중국에서 모바일 페이의 대성공을 만들어낸 여건이 한국에도 조성돼 있는지 하나하나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2006년 지폐 사이즈 일제 변경을 통해 유통되는 위폐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은행에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신용카드 역시 카드사태가 초래됐을 정도로 가정주부, 학생들에게까지 광범위하게 발급돼 유통 중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1인당 신용카드 보유량은 3.6장으로 주요 선진국 평균 보유장수(2.2장)에 비해 더 많다. 법정화폐도 아닌 신용카드의 의무수납을 법적으로 강제해 1000원 이하 소액결제도 카드로 이뤄진다. 카드사와 가맹점 사이의 취급수수료 산정에도 시시콜콜 개입해 수수료를 낮춰오는 등 카드 사용에 최적환경이 조성돼 있다.
   
   게다가 영세소상공인을 제로페이의 주된 보급대상으로 하면 앞에서 말한 한 두 번째 결제방식이 주가 될 수밖에 없다. 손님이 직접 QR코드를 스캔해 결제금액, 비밀번호를 차례로 입력하고 대금을 치르는 방식은 결코 신용카드보다 간편하지 않다. 무현금사회 중국에서도 대형업장을 중심으로 점차 외면받는 방식이다. 자연히 모바일 페이로의 전환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서울시가 내건 ‘2020년 제로페이 전국 확산’은 상당히 촉박한 시간표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점은 모바일 페이로의 전환이 철저히 민간 경쟁 속에 이뤄진 중국과 달리 한국은 서울시 등 관(官) 주도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중국은 즈푸바오와 웨이신즈푸의 피터지는 경쟁 속에 모바일 페이가 정착됐다. 웨이신즈푸가 2015년 무현금일(8월 8일)을 선포하자, 즈푸바오가 무현금주(8월 1~8일)로 되받아칠 정도로 경쟁이 살벌하다. 급기야 올해는 당국이 ‘무현금’이란 말에 제동을 걸 정도였다. 21세기에 관 주도로 성공한 사업이 있었던가 되짚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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