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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23호] 2018.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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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블록체인 큰손’ 한화 김동원 ‘현대코인’ 발행한 정대선…

블록체인에 뛰어든 재벌

김경민  코인와이즈 기자 

지난 8월 17~19일 강원도 양양에서 열린 해커톤 ‘크립토온더비치’. 해커톤이란 정해진 시간 내에 모의 해킹을 하거나 아이디어를 모아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날 행사에는 암호화폐 업계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했다. 그런데 이날 행사에 의외의 인물이 눈에 띄었다. 아트센터나비의 노소영(57) 관장이었다. 그는 이 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주요 언론에는 보도되지 않았지만 이날 노 관장의 참석은 그 자체만으로 화제가 됐다. 노 관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오랜만이었기 때문이다. 노 관장은 현재 남편인 최태원(58) SK그룹 회장과 이혼소송 중이다. 노 관장은 지난 7월 6일 진행된 이혼소송 첫 재판에도 불참했을 뿐 아니라, 지난 8월 2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고(故) 최종현 회장 20주기 추모식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고 최종현 회장은 최태원 회장의 아버지로 노 관장에게는 시아버지다.
   
   이번 해커톤은 아트센터나비가 블록체인 스타트업 스트리미(Streami), 암호화폐 거래소 고팍스(GOPAX)와 함께 주최했다. 노 관장은 SK그룹이 운영하는 미디어아트 전문 예술기관 아트센터나비의 수장으로 있으면서 평소 첨단 정보기술(IT)에 관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노 관장이 과학기술과 예술 영역의 융합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며 “암호화폐 투자 같은 건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블록체인 등 최첨단 트렌드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노 관장이 이 행사를 주최하고 심사위원으로 참석까지 한 데엔 이러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가 지난해부터 국내외 경제·산업계를 뜨겁게 달구면서, 이 분야에 대한 직간접적 관심을 드러내는 재벌들이 주목받고 있다. 국내 재벌기업 가운데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업계에 가장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곳은 단연 한화그룹이다.
   
   그룹 내에서도 한화생명, 한화투자증권, 한화손해보험 등 금융계열사들이 관련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한화는 세계 블록체인 업계의 큰손이 모두 모였던 제1회 분산경제포럼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바 있다. 한화와 함께 메인 스폰서로 참여한 업체는 업그라운드, 액트투테크놀로지스, 웨일엑스였는데, 세 곳 모두 한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
   
   
   한화 김동원, 가장 활발한 움직임
   
   업그라운드는 한화와 액트투테크놀로지스가 합작해 만든 스타트업이다. 액트투테크놀로지스 역시 이미 한화생명을 비롯한 금융계열사 4곳과 협업하고 있다. 웨일엑스는 액트투테크놀로지스가 운영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다. 업그라운드와 액트투테크놀로지스 모두 서울 강남구 서초대로 한화드림플러스 건물에 입주해 있다. 분산경제포럼 개최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사실상의 포럼 메인 스폰서가 한화 금융계열사였다”고 말했다.
   
   한화 금융계열사가 블록체인 업계에 많은 관심을 갖는 이유는 김동원(33) 한화생명 상무 때문이다. 김 상무는 김승연(66)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이다. 김 회장에게는 김동원 상무를 비롯한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 삼남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 등 세 명의 아들이 있다. 김 상무는 차기 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금융계열사를 이어받는 것으로 그룹 내부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김 상무는 핀테크와 P2P 대출 등의 금융 분야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매년 다보스포럼과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글로벌 비즈니스 인맥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엔 중국 시진핑 주석이 주재하는 지도자 좌담회에 초대되기도 했다. 당시 좌담회에는 세계 2위 철강회사인 바오우철강그룹의 천더룽 회장, 중국 최대 보험사인 중국생명의 양밍셩 회장, 중국기계공업그룹의 런훙빈 회장, 천스칭 중국은행장, 일본 도요타자동차 다케시 우치야마다 이사회 의장 등이 참석했었다.
   
   김 상무는 국내 블록체인 업계의 핵심인물 중 하나로 평가받는 업그라운드 한승환 대표를 전폭적으로 밀어주면서 관련 업계에 영향력을 키워가는 중이다. 29세의 한승환 대표는 제1회 분산경제포럼 개최를 주도한 인물로 이더리움 개발자 비탈릭 부테린을 포함한 세계적 암호화폐 거장들과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분산경제포럼에 세계적 거장들이 모인 것도 순전히 한 대표와의 인연 때문이다. 거장들이 거액의 강연료도 받지 않고 한국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한 대표와 함께 업그라운드라는 블록체인 허브를 만들기도 했다. 한 대표는 두나무 출신 오재민 대표와 최근 웨일엑스라는 거래소도 오픈했고, 블록인프레스라는 블록체인 전문 매체의 지분도 상당 부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웬만하면 언론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김 상무도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행사만큼은 본인이 직접 나서기도 한다. 그는 지난 4월 11일 중국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해 세계적 암호화폐 전문가들을 직접 만났다. 한화그룹은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보아오포럼 공식 세션을 주최했다. 세션 주제는 ‘글로벌 블록체인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 이 자리에는 한승환 대표도 참여했다. 한화그룹 한 임원은 “김 상무가 암호화폐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금융계열사 내부에서는 잘 알려진 일”이라며 “오너가 하는 일에 제동을 걸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임원은 “핀테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 대표와도 연이 닿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많은 암호화폐시장에 대기업이 뛰어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에도 김 상무는 암호화폐 비즈니스에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그라운드는 지난해부터 한화금융 계열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신생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대기업과 대등한 파트너십을 맺고 전폭적 지원을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김 상무의 의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그라운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때 김 상무 라인을 통하면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 큰손’이란 이미지로 포지셔닝된 것은 김 상무 본인에게는 기회이자 부담이 될 수 있는 부분이다. 김 상무는 그동안 불미스러운 일로 언론에 자주 등장했다. 반면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후계자로서의 경영능력이나 업무들은 상대적으로 부각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그가 주도한 P2P 대출업체에 대한 투자가 상당한 시세차익을 거두고 마무리되는 등 금융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면서 그에 대한 김승연 회장의 신뢰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김 상무가 투자한 핀테크, 블록체인 기술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을 경우 경영능력 역시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투자에 실패할 경우, 과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e-삼성 사업에 손댔다가 많은 손실을 낸 것처럼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되어 따라다닐 수도 있다.
   
   
   현대코인 2900억원대 자금 유치
   
   범현대가(家)로 분류되는 정대선(41) 현대BS&C 대표는 직접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에 뛰어든 케이스로 분류된다.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4남인 고 정몽우 전 현대알루미늄 회장의 아들로, 아나운서 노현정씨와 결혼하면서 화제를 뿌리기도 했다. 그는 에이치닥(HDAC)이란 이름의 암호화폐에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현대BS&C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암호화폐 발행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정 사장이 지휘하는 블록체인 전문기업 에이치닥테크놀로지가 발행한 암호화폐 에이치닥은 ‘현대코인’으로 불리며 ICO 전부터 업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에이치닥은 지난해 말 ICO로 총 2억5800만달러(약 2919억원)의 자금을 유치해 토종 가상통화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다.
   
   현대BS&C는 건설과 IT서비스 전문기업으로 건설·플랜트 사업과 시스템 통합, IT아웃소싱, IT컨설팅 등의 사업을 한다. 블록체인 업체로는 이례적 사업 구조이지만 실제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자체 시장을 가지고 있는 유리한 구조라는 평가도 있다. 현대·현대차 등 범현대그룹에 속하는 기업들과 직접적인 연관관계는 없지만 범현대가 3세 사장이란 점에서 현대그룹의 후광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지난해 10월 블록체인 특화도시 스위스 추크(Zug)에 에이치닥테크놀로지를 설립하며, 국내 정부 규제 이전에 선제적 산업 육성을 해왔다. 그는 6월 5일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사물인터넷(IoT)을 서비스하는 과정에서 보안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다가 블록체인을 접하게 됐다”며 “토종 코인을 대표해 기존 암호화폐시장의 부정적 시선을 긍정적으로 바꿔 블록체인 생태계의 롤모델을 제시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에이치닥테크놀로지는 현재 스위스 금융당국(FINMA)이 발표한 ICO 가이드라인에 따른 행정서류를 제출한 뒤 현지 정부의 권고사항을 준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벌들이 암호화폐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 대기업에선 암호화폐에 대한 직접적 투자보단 기반기술인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개발 차원의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 암호화폐에 대해 강경기조로 돌아선 정부의 눈치 보기, 암호화폐를 ‘사기’ ‘사행성’으로 보는 사회적 인식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경우 ‘암호화폐의 기반인 블록체인 기술엔 관심을 두면서도, 암호화폐공개(ICO)는 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내세웠고, SK그룹의 ‘안방마님’ 노소영 관장 역시 아트센터나비를 통한 블록체인 플랫폼 개발에 관심을 보이는 수준이다.
   
   하지만 재벌 3세 중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암호화폐 시장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전면으로 나서는 인사들도 하나둘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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