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무인가 국제 대안학교 우후죽순 감독기관은 어디?
  • facebook twiter
  • 검색
  1. 사회
[2525호] 2018.09.17

무인가 국제 대안학교 우후죽순 감독기관은 어디?

배용진  기자 

#1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에 살다가 2016년 9월 서울 서초구로 이사온 학부모 정모씨는 당시 만 16세이던 큰아들과 12세이던 막내아들을 서초구의 한 기독교 대안교육기관에 보냈다. 아이들이 일산에서 대안학교를 다녔을 때 학부모회장을 맡다가 먼저 서초로 이사온 학부모가 “이 학교가 좋다”며 추천했기 때문이다. 정씨는 “미국식 학제로 운영되는 학교에서 아이들이 열심히 공부하면 미국의 좋은 대학에 갈 수 있을 것 같아 보냈다”며 “미국의 교육기관 인증센터로부터 인증을 받았다는 데 마음이 끌렸다”고 말했다. 이 ‘학교’의 이사장이 대형 설교회를 종종 개최하는 유명 목사라는 점도 기독교 신자인 정씨의 마음을 혹하게 하는 요소였다. 학생수가 300명이 넘는 이 ‘학교’의 학비는 1년에 2000만원 선이다.
   
   하지만 ‘학교’를 다닌 지 3개월 남짓 됐을 때 큰아들이 “학교가 이상하다”며 정씨에게 휴대전화를 보여줬다. 아들과 같은 11학년 학생들 30여명이 소속된 단체 카카오톡 방에는 담임교사와 학교 부원장이 올린 ‘북한의 박근혜 하야집회 대남활동 지령’ ‘무엇이 진실인지 알아야 한다-좌파들에 의해서 하나님이 세운 권세에 돌을 던지는 이 나라를 위해 기도하는 여러분이 됩시다’ 등의 가짜뉴스 링크가 수십 개 올라와 있었다. 심지어 당시 탄핵 찬반을 투표하는 국회의원들의 휴대전화 번호를 쭉 나열한 카톡을 보내면서 학생들에게 “국회의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에 투표하도록 힘을 싣자”고 시킨 교사도 있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앞두고 여론이 들끓던 때였다.
   
   아들의 카톡방을 읽고 화가 치민 정씨는 “아이들에게 이런 정치적 활동을 시키는 건 아닌 것 같다”며 ‘학교’를 찾아가 항의했고, 그때부터 ‘학교’와 정씨의 사이가 틀어졌다. 지난 1월, 2월 정씨의 아이들이 다니던 ‘학교’는 방학 캠프를 개최했다. 참가하려면 학비 외에도 추가로 약 300만원의 비용을 내야 했다. 정씨는 “아이들 고모가 몸이 좋지 않아 간병을 해야 한다”고 둘러대고 아이들을 캠프에 보내지 않았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여름에 나온 큰아이의 성적표 중 3학기 성적이 통째로 0점으로 나온 것이다. 정씨는 “성적증명서를 떼어달라고 할 때부터 학교 측이 발급을 꺼리더니 작은아이 성적증명서는 아직도 학교에서 주지 않았다”며 “학교 측은 심지어 캠프 참가비 300만원을 내면 아이의 3학기 성적을 정상적으로 준다고까지 했다”고 했다. 기자는 이에 대해 해당 교육기관의 부원장에게 해명을 요청했지만 그는 9월 12일 오후까지 아무런 답신을 보내오지 않았다.
   
   
   #2 고양시 일산동구의 한 국제기독학교에 학생을 보내는 학부모 A씨는 최근 아이에게 “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꼭 토플 수업을 들으라 한다”는 말을 들었다. 학교에 확인해 보니 학부모, 학생의 의사와 관계없이 매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무조건 토플 수업을 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토플 수업비는 월 180만원. A씨는 “아이가 9학년(한국의 중3에 해당) 미만이라 토플 수업을 들을 필요가 전혀 없기 때문에 수업을 듣기 싫다는 의사를 수차례 밝혔는데도 강제로 수업을 듣게 했다”며 “학교에 다닐 수밖에 없는 상황을 이용한 명백한 ‘갑질’”이라고 했다. A씨는 “아이가 아직도 이 학교에 다니고 있어 조심스럽다”며 구체적 신원을 밝히기를 꺼렸다.
   
   
   전국에 250여곳이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무늬만 국제학교’에 다니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금전적·시간적 피해를 입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교육 당국도 이러한 형태의 교육기관에 대해 학부모에게 주의를 당부한 적이 있지만 실제로는 전국에 이런 시설이 몇 개가 있는지를 추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리·감독이 미치지 않는 상황이다.
   
   국제학교로 불리는 무인가 국제형 교육기관은 주로 ‘인터내셔널스쿨’ ‘글로벌스쿨’ 등의 명칭을 사용해 학부모들을 현혹한다. 하지만 이 기관들은 교육법상 ‘학교’로 분류되지 않는, 실제로는 학원이다. 이 때문에 이런 교육기관을 나오면 국내에서는 학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일반 고등학교로 전학을 가기도 어렵고, 만약 국내 대학교에 진학하려면 검정고시를 봐야 한다. 교육법상 학교가 아닌 기관이 학교라는 명칭을 쓰면 현행법 위반이지만, 영어 명칭은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내에는 정식 외국인학교가 40곳(외국인유치원 2곳, 외국인학교 38곳) 있다. 정식 외국인학교는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 자녀와 외국에서 3년 이상 거주하고 귀국한 내국인 중 대통령령으로 정한 학생을 교육하기 위한 학교다.
   
   정식 국제학교로 인정된 곳은 현재 인천·대구·제주 등 전국에 6곳이 있다. 이들 국제학교의 연간 학비는 2500만~3000만원 수준이다. 국제학교는 전국 40곳인 외국인학교와는 설립 목적이나 입학 자격 등이 다르다. 내국인도 입학 가능하지만 대부분이 인천 송도·제주 등 경제자유구역·국제자유도시에 있다.
   
   반면 이 6곳을 제외한 국제학교는 입학제한 규정이 없고 국내법상 지위는 ‘학원’이다. 이런 형태의 국제형 교육기관은 아무런 외국 거주기간 요건이 없는 곳이 많다. 자연히 근무하는 교사들의 신분도 학원 강사이고 자질도 검증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무늬만 국제학교’를 나와도 SAT와 토플 성적이 우수하다면 경우에 따라 미국 특정 지역의 학교에는 진학할 수 있고, 실제로 진학한 사례를 내세워 업체들이 광고하기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를 이런 시설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 학비가 연 2000만원이 넘는데도 이런 ‘학교’들이 성행하는 이유다.
   
   
   ‘학교’의 탈을 쓴 학원
   
   문제는 교육 당국이 이같은 ‘무인가 국제학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무인가 국제학교가 전국 250개에 이르는 것으로 보지만 이는 업계 추산일 뿐이다. 말 그대로 인가가 나지 않은 학원이기 때문에 관련 통계를 가진 기관이 없다.
   
   학생들을 교육·지도하는 학원은 일선 교육지원청이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다. 어떤 건물이 실제 학원으로 쓰이는지, 같은 건물이라 해도 어디서 어디까지의 구역이 실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구역으로 쓰이는지 등 세세한 내용까지 교육지원청이 관리·감독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시설이 아닌 곳에는 교육지원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한다. 무인가 국제학교에 자녀를 보내 피해를 본 학부모 정모씨는 지난 8월 국민신문고를 통해 “미인가 대안학교의 부조리로 인해 직접 피해를 입어 억울함을 호소한다”고 민원을 넣었다. 해당 민원은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담당한다. 서초교육지원청의 담당자는 “민원이 들어온 학원에 방문해 조사한 결과 학원에서는 학원 관련 교습만 진행하고, 민원인이 제기한 캠프 관련 사항은 같은 건물에 있는 교회에서 진행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이어 “학원이 아닌 시설에 대해서는 학원의 경우와 다르게 교육지원청의 권한이 크지 않아 성적 조작과 관련해 확인하기는 어려운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는 또 “무인가 시설의 경우는 관리·감독이 아니라 폐쇄 대상”이라며 “해당 시설의 경우 일부가 학원으로 허가돼 있고 일부는 교회로 학원 외 시설인데, 교회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사실이 있는지를 확인해 관계기관에 협조를 의뢰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조만간 한 번 더 현장을 방문해 무인가 교육시설 운영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고 했다.
   
   기독교를 간판에 걸고 학교를 연 뒤 주로 신자들을 학생으로 유치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도 이러한 ‘무늬만 학교, 실제로는 학원’인 기관들의 특징이다. 서울의 한 교육 관련 컨설팅업체 대표는 기자와 만나 “미국 대학교에 갈 수 있다고 홍보하는 ‘국제학교’들은 특히 기독교를 기반으로 한 이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돈을 벌 목적으로 미국에서 목사 안수를 받은 이들이 신앙을 미끼로 이와 같은 일을 벌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조선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