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주간조선 로고

상단주메뉴

  • [상하이 통신] 7000억 대전 트램? 애물단지 상하이 트램을 봐라!
  • facebook twiter
  • 검색
  1. 사회
[2544호] 2019.02.11
관련 연재물

[상하이 통신] 7000억 대전 트램? 애물단지 상하이 트램을 봐라!

글·사진 백춘미  통신원 

▲ 상하이 푸둥 장장과학단지의 트램.
상하이는 최신 교통수단의 실험장이다. 최고시속 430㎞의 자기부상열차를 비롯 한국(대전)에서 최근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돼 논란이 일고 있는 노면전차 ‘트램’도 오래전부터 운행 중이다. 상하이 최초로 개통된 현대식 트램이 있는 곳은 외국계 연구개발, 기술기업들이 모여 있는 상하이 푸둥(浦東)신구의 장장(張江)과학단지. 2009년부터 자동차 도로 위에 매설된 약 9.8㎞의 단일궤도를 따라 트램이 운행 중이다. 트램은 궤도를 따라 다니는 전차라는 뜻에서 ‘유궤(有軌)전차’라고 불리는데, 객차 3량으로 편성된 유인운전 트램이 15개 역으로 이뤄진 해당구간 위를 자동차와 함께 오고 간다.
   
   궤도가 매설된 도로를 자동차와 공유하는 트램은 사실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애물단지 같은 존재다. 프랑스의 트램 제작사인 트랜스로에서 제작한 트램의 설계속도는 70㎞라지만 실상 도로 위에서 최고제한속도는 25㎞에 불과하다. 사거리나 정거장 근처에서는 이마저 속도가 15㎞로 제한된다.
   
   자동차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로를 공유하는 트램이 앞서갈 경우 느릿느릿 뒤를 따라가거나 추월해가는 수밖에 없다. 트램이 가운데 2개 차선을 차지하고 있는 관계로, 상하이에서 거의 무제한 허용되는 유턴도 종종 금지된다. 이로 인해 트램 개통 초기에는 트램과 자동차의 충돌사고도 빈발했다.
   
   이용하는 승객이 많은 것도 아니다. 장장과학단지 내 트램은 교통량이 많은 간선도로를 피해 과학단지 외곽을 도는 형태로 설계됐다. 교통량이 많은 간선도로 위를 트램이 다닐 경우 차량흐름을 방해해 교통체증을 일으킬 것이 불 보듯 뻔했다. 지하철과 환승 가능한 정거장도 2곳밖에 없다.
   
   승객이 적다 보니 배차 간격도 버스나 지하철 같은 다른 대중교통수단에 비해 길다. 이로 인해 전 구간 2위안(약 330원)에 불과한 저렴한 운임에도 불구하고 실상 트램을 이용하는 승객은 많지 않다. 푸둥 장장과학단지의 트램이 연간 2000만위안(약 33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 적도 있다. 같은 이유로 해당 노선을 동쪽으로 더 연장하려던 계획은 일찌감치 접었다.
   
   트램에 전기를 공급할 목적으로 궤도 위를 따라 가설된 전기선이 시야를 방해하는 것도 단점 중 하나다. 푸둥 장장과학단지의 트램은 궤도 위 공중에 가설된 전기선과 집전장치인 팬더그래프를 접촉시켜 받은 전력으로 운행하는 방식이다.
   
   지하철처럼 계단을 오르내리지 않아도 돼 노인과 장애인이 타고 내리기 쉬운 점은 트램의 거의 유일한 장점이다. 결국 트램은 교통량이 적고 고령자가 많이 사는 중소도시의 교통수단으로 적합할지는 모르나, 상하이처럼 일분일초를 다투는 세계적 대도시의 교통수단으로는 부족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서양 열강의 조계(租界)로 태어난 상하이는 1908년 영국 자본에 의해 트램이 개통된 이래 약 100여년이 넘는 트램 역사를 가지고 있다. 1949년 중국 건국 직후만 해도 상하이 도심에는 거미줄 같은 트램망이 깔려 있었다. 하지만 상하이 시내에 있던 구식 트램 궤도는 교통흐름을 방해해 교통체증을 일으킨다는 이유로 모조리 퇴출됐다. 서울·부산 등지에 일제강점기 때 부설된 노면전차 궤도를 모조리 걷어내고 박물관과 영화세트장으로 보낸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지금도 상하이 도심에 자동차를 끌고 들어가면 비좁은 길과 부족한 주차장으로 골치가 아픈데, 트램까지 여전히 남아 있었다면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됐을 것이다.
   
▲ 상하이 옌안고가도로 아래 24시간 버스전용차로를 달리는 무궤전차.

   트램·무궤전차 전기버스로 대체
   
   구식 유궤전차(트램)의 궤도를 걷어낸 자리는 ‘무궤(無軌)전차’가 대부분 대체했다. ‘트롤리 버스’라고도 불리는 무궤전차는 도로에 매설된 궤도 없이 공중으로 가설된 전기선으로 전기를 공급받아 운행되는 버스다. 이 무궤전차는 1914년 상하이에 처음으로 출현한 이래 지금까지 한 번도 중단되지 않고 줄곧 이어진 역사를 자랑한다. 한때 22개 노선으로 아시아 최다 규모를 자랑했고 지금도 13개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상하이 최대 번화가인 난징루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14번 무궤전차의 경우 1914년 영국 자본에 의해 개통된 후 차량이 바뀌고 노선은 길어졌지만 여전히 운행 중이다.
   
   하지만 구식 유궤전차의 후신인 무궤전차 역시 여러 문제 탓에 점차 퇴출되고 있다. 하늘 위 거미줄처럼 치렁치렁 널린 전기선이 악천후 시 위험할 뿐더러 시야를 방해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다. 대신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버스가 그 자리를 급속히 대체하고 있다. 1990년대 본격 개발한 황푸강 동쪽 푸둥의 경우 무궤전차 없이 모두 일반버스가 공공교통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남아 있는 무궤전차는 24시간 중앙버스전용차로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생명력을 얻고 있다. 상하이 동서를 연결하는 옌안고가도로 아래를 따라 설치된 71번 무궤전차가 대표적이다. 상하이 동서를 빠른 속도로 연결하는 71번 노선은 지하철 못지않은 빠른 속도로 늘 승객들로 붐빈다.
   
   궤도와 전기선을 따라 운행하면서 자동차와 도로를 공유하는 트램은 대도시 간선 교통수단으로서 부족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이는 이미 상하이의 트램 도입 100여년 역사를 통해 증명된 사실이다. 최신 기술이 적용된 현대식 트램이라고 해도 도심 외곽의 보조 교통수단으로서 의미가 있을 뿐이다. 지난해 12월 상하이에서 두 번째로 개통된 트램의 경우도 상하이 외환고속도로 바깥쪽에 있는 베드타운인 쑹장(松江)에 들어섰다. 도심 곳곳에서는 트램이 아닌 대도시 교통 문제 해결의 정공법인 지하철 공사가 지금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이번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으로 선정된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은 국내 최초 현대식 트램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지 몰라도 향후 대전 도심의 골칫거리로 전락할 위험성이 다분하다. 게다가 대전에 도입될 트램은 대전 시내 주요 구간을 연결하는 무려 37㎞의 순환선으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한다. 자동차와 도로를 공유하는 트램 고유의 방식이 아니라 별도의 트램 전용선로를 이용하는 식으로 건설될 예정이라고 하는데, 이는 결국 값비싼 버스전용차로와 다를 바 없다. 기존 도로의 왕복 2개 차선을 고정적으로 차지하는 트램 전용선로는 오히려 심각한 교통체증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전 트램 도입에 약 700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간다는데 궤도는 한번 깔릴 경우 노선 변경이 어렵다. 교통수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도 힘들다. 트램이 지하철에 비해 건설비가 적게 든다지만, 버스전용차로에 비해서는 건설비나 유지보수비가 훨씬 많이 든다. 트램 도입에 더욱 철저한 예비타당성조사가 필요한 이유다. 대전을 시작으로 전국 각 지자체에서 트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있다는데, 관계 공무원들은 한국보다 10년 앞서 도입한 상하이 트램을 반면교사로 삼길 바란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주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창간 50주년 영상

주간조선 SNS

  • 페이스북
  • 트위터
  • 인스타그램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