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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
[2548호] 2019.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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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인 뉴스] 제로페이 살리려고 신용카드 죽이기?

신용카드 공제 축소 논란

▲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3월 5일 ‘제로페이’ 모범단지인 서울 관악구 신원시장을 방문해 한 상가에서 제로페이를 이용해 물건을 사고 있다. 오른쪽은 제로페이 전용 QR코드 사진. photo 뉴시스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도입 취지가 어느 정도 이뤄진 제도에 대해서는 축소 방안을 검토하는 등 비과세·감면 제도 전반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월 4일 ‘납세자의 날’ 기념식에서 강조한 말이다. 이 발언은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를 위해 공제율을 낮추거나 공제 한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직장인 연말정산 1순위 항목으로 꼽히는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방침이 나오자 당연히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는 물론 소비자 측에선 정부의 이 조치가 ‘제로페이 밀어주기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던지고 있다. 정부가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자영업자의 신용카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만든 ‘제로페이’를 밀어주기 위해 신용카드를 희생시키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신용카드 결제액의 0.0003%에 불과
   
   “제로페이를 사용한 손님은 아직까지 한 명도 없어요.” 서울시 마포구 연남동에 위치한 한식점 주인 오모씨의 말이다. 지난 3월 6일 만난 오씨는 “아직 제로페이를 써본 적이 없어서 사용법도 모른다”면서 “주말이면 예약손님으로 만석이 될 정도로 바쁜 편인데 손님이 제로페이로 결제한다고 하면 꽤 번거로울 것 같다”고 했다.
   
   실제 제로페이를 사용한 이들 사이에서는 이용방법의 불편함을 호소하는 후기가 많다. 이용자는 제로페이로 물건 등의 값을 치르기 위해 앱을 실행한 뒤 QR코드를 찍어 결제금액을 직접 입력해야 한다. QR코드 결제를 완료하고 나서도 업주 측이 결제금액의 입금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카드나 현금이면 5초 안팎으로 끝나는 결제과정이 제로페이를 이용할 때에는 1~2분 정도가 소요될 정도로 복잡해지는 셈이다.
   
   이 같은 불편은 제로페이의 ‘태생적 한계’이기도 하다. 제로페이는 애초부터 소비자의 편리성보다는 상인들의 수수료 부담을 낮춰주려는 의도에서 시작됐기 때문이다. 제로페이를 사용하면 연매출 8억원 이하의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수수료를 전혀 내지 않는다. 결제과정에 신용카드사나 부가통신업자(VAN사)가 개입하지 않고 소비자와 상인이 계좌이체를 통해 곧바로 연결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결제과정을 이행해야 하기 때문에 카드 결제보다는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
   
   그래서일까. 현재까지 제로페이의 흥행 실적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 정부와 서울시는 시행 초부터 마케팅과 홍보에 공을 들이고 있지만 제로페이 가맹점 수와 결제 건수가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지난 1월 31일 기준으로 제로페이에 정식 등록한 가맹점 수는 총 4만6628곳이다. 서울시 자영업자 66만명의 10%도 안 되는 수치다.
   
   또 지난 3월 6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김종석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입수한 ‘제로페이 결제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중 은행권의 제로페이 결제 건수는 8633건, 결제금액은 1억9949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국내 개인카드(신용·체크·선불) 결제 건수 15억6000만건과 비교하면 0.0006%, 카드 결제금액 58조1000억원에 견주어도 0.0003%에 불과한 수치다.
   
   서울시가 지난해 12월 20일부터 제로페이 시범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우 저조한 실적이다. 서울시가 발표한 ‘시정 4개년 계획’대로라면 올해 제로페이 이용액 목표는 8조5300억원이다. 하지만 1월 한 달 결제금액이 약 2억원에 불과해 목표금액 8조원대 달성은 요원해 보인다.
   
   
   직장인들 뿔났다
   
   이 와중에 정부가 신용카드 공제 축소 방침을 내비치자, 좀처럼 성과를 내지 못하는 제로페이를 지원 사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신용카드 공제 축소로 인한 피해가 평범한 직장인에게 돌아갈 수 있기에 우려가 뒤따른다. 이미 홍 부총리의 발언 직후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은 3월 5일부터 ‘신용카드 소득공제 축소 반대’ 서명 운동을 벌였다. 3월 7일 현재 서명자 수는 4600명을 넘어선 상태다. 한국납세자연맹 측은 반대서명 운동을 벌이며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2017년 기준 968만명이 3조원에 달하는 감면혜택을 보고 있고 독신근로자는 (소득공제 시) 신용카드공제가 유일한데 공제를 폐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서명에 동참한 시민들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참여자들이 ‘유리지갑인 직장인에게 소득공제는 매우 중요한 항목이며 특히 사용비중이 높은 신용카드의 소득공제 축소에 반대한다’거나 ‘이미 대부분의 소비를 신용카드로 하는데 명분 없는 (소득공제) 축소는 말이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을 낮춘다고 해서 제로페이가 보편적인 결제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 제로페이의 유일한 혜택은 ‘소득공제율 40%’ 정도다. 정부와 서울시는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제로페이로 갈아타도록 제로페이 소득공제 혜택을 40%로 높이기로 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율 15%, 체크카드 소득공제율 30%에 비해 공제율이 더 높다.
   
   하지만 이 역시 아직 법 개정을 거치지 않은 단계라 확정적인 수치가 아니다. 공제율 40%를 온전히 적용받으려면 소상공인 점포에서만 사용해야 하는 점 또한 한계라 할 수 있다. 신용카드나 체크카드와 같이 할인, 포인트 적립 등의 부가서비스 혜택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제로페이를 사용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듯하다.
   
   현재 서울시는 제로페이를 시행하면서 발견된 문제점들을 수정·보완하고 있다. 이르면 4월 중순부터 결제 편의성을 높인 ‘제로페이 버전2’를 선보일 계획이다. 제로페이 2차 버전은 포스(POS)단말기를 통한 결제가 가능해지고, 그동안 치명적인 한계로 지적되어온 후불 결제 기능도 추가할 방침이다.
   
   윤준병 서울시 행정1부시장은 지난 3월 3일 자신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 이같은 내용의 제로페이 2차 버전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윤 부시장은 “제로페이 가맹점 등록의 수기신청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 모바일 신청 앱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VAN사들이 포스(POS)에서 제로페이 매출까지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소비자의 결제금액 입력 행위가 필요 없도록 해나갈 것”이라며 “제로페이 결제가 일상생활 속에서 안착될 시점이 기대보다 빨리 다가올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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