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개항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 중인 베이징 다싱신공항. ⓒphoto 바이두
오는 9월 개항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 중인 베이징 다싱신공항. ⓒphoto 바이두

국내 항공업계가 중국발 쓰나미에 요동칠 조짐이다. 5월 초 한·중 노선 운수권 배분, 9월 베이징 다싱(大興)신공항 개항과 상하이 푸둥(浦東)공항 신청사 개장, 12월 중국 1위 중국남방항공의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제휴 종료 등 한·중 간 하늘길을 통째로 바꿀 만한 굵직굵직한 이슈가 닥쳐오고 있어서다. 양대 국적항공사의 경우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망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2선 퇴진에 이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결정으로 자사 입장을 대변할 유력 창구마저 사라져버렸다.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까지 중국 노선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데 자칫 잘못 대응했다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당장 5월 초 한·중 노선 운수권 배분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월 중국 난징(南京)에서 한·중 항공협정을 체결하고 한·중 노선을 주(週) 70회 증편키로 했다. 이 중 인천~베이징은 기존의 주 31회에서 14회, 인천~상하이(푸둥)는 주 49회에서 7회가 증편된다. 특히 인천~베이징, 인천~상하이 노선은 한·중 노선 중 가장 알짜노선으로 국적사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만 취항해왔다. 한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모두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터라 독점을 지킬 가능성이 사실상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각을 앞두고 비수익 노선 운휴 등 구조조정에 나선 상황이어서 추가 노선을 따내올 여력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 평가다. 국적사들은 지금도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는 중국 국유항공사들과 피 터지는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한·중 알짜노선에 저가항공사(LCC)가 추가로 진입할 경우 소비자들은 좋지만 항공사 입장에서는 경쟁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양국 간 대형항공사(FSC)만 취항하고 있는 인천~베이징 노선의 경우 주 14회나 운수권이 늘어나면서 저가항공사가 신규 진입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9월 베이징 다싱신공항 개항

인천~베이징 노선이 주 14회나 대폭 늘어난 까닭은 오는 9월 베이징 다싱신공항 개항으로 여유가 생긴 때문이다. 다싱신공항은 오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포화상태에 있는 서우두(首都)공항의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만든 공항이다. 서우두공항은 여객수 기준으로 지난해 1억명을 처리해 미국 애틀랜타 하츠필드잭슨공항에 이어 세계 2위에 올랐다. 서우두공항은 여객터미널과 활주로가 각각 3개씩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붐벼서 걸핏하면 출발을 지연하기 일쑤였다.

정작 서우두공항에 취항하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모두 다싱신공항 취항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다싱신공항은 베이징 천안문에서 남쪽으로 46㎞나 떨어져 있다. 베이징 도심과의 거리가 기존 서우두공항(25㎞)에 비해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다싱신공항은 서우두공항과 지척인 베이징 동북쪽의 한인타운 왕징(望京)과도 거리가 멀다. 서우두공항과 다싱신공항은 67㎞나 떨어져 있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 노선은 비즈니스 승객들이 많고 비행시간도 2시간 남짓”이라며 “신공항에 내려 다시 도심까지 2시간 가까이 차를 타고 갈 이유가 없다”고 했다.

반면 한·중 협정으로 새로 획득한 인천~베이징 주 14회 운수권 가운데 주 7회만 다싱신공항으로 배정해도 저가항공사로서 베이징으로 취항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인천~베이징 간 하늘길은 양국의 대형항공사(FSC)들에만 문호를 개방해온 터라, 저가항공사들에는 그간 그림의 떡이었다. 저가항공사로서는 다싱신공항 개항으로 베이징 하늘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국토교통부 국제항공과의 한 관계자는 “새로 확보한 주 14회 중 다싱신공항에 얼마나 배정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면서 “5월 2일 저녁 늦게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반면 중국 항공당국은 다싱신공항 조기안착을 위해 노골적인 밀어주기에 나섰다. 중국 1, 2위 항공사인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은 민항(民航)총국의 결정에 따라, 서우두공항에서 다싱신공항으로 옮기는 것이 확정됐다. 현재 남방항공과 동방항공은 서우두공항 2터미널을 쓰고 있는데, 이를 비우고 베이징 남쪽의 다싱신공항으로 옮겨가게 된다. 저가항공 전용 1터미널과 연결된 2터미널은 규모가 협소하다. 상하이를 모항으로 하는 동방항공의 경우, 도심과 먼 다싱신공항으로 이전 시 중국 국내선 최대 황금노선인 베이징~상하이 노선 고객 이탈 염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항공당국의 방침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photo 뉴시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photo 뉴시스

시진핑 역점 ‘슝안신구’의 관문

다싱신공항은 시진핑(習近平) 주석이 베이징의 수도 기능 분산을 위해 역점적으로 건설 중인 신도시 ‘슝안(雄安)신구’의 관문 역할도 수행하기 때문에 거부했다가는 예기치 못한 철퇴를 맞을 수도 있다. 민항총국 측은 대한항공 등 외국 국적 항공사에는 “서우두공항과 다싱신공항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지침을 내려둔 상태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서우두공항에 계속 잔류할 것”이란 입장을 민항총국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항공의 한 관계자는 “다른 외국 항공사들도 베이징 도심과 거리가 먼 신공항에 취항하기를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해왔다.

하지만 동방항공이 속한 스카이팀 항공사들이 일제히 다싱신공항으로 옮기면 대한항공 홀로 버텨낼 재간이 없다. 중국 국내 노선연계 측면에서도 서우두공항 잔류가 지속가능할지는 의문이다. 향후 다싱신공항으로 뒤늦게 들어간다고 했을 때 불리한 시간대를 배정받는 것도 불가피하다. 이미 대한항공은 서우두공항에서도 불리한 시간대를 배정받아 상당한 불이익을 감수 중이다. 베이징 출발 인천 도착 대한항공 편의 경우, 밤 9시40분, 새벽 2시30분에 출발해 자정을 넘거나 새벽에 인천에 도착한다.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매각결정 전만 해도 다싱신공항 이전 문제에서만큼은 대한항공에 비해 상대적으로 느긋한 입장이었다. 서우두공항을 계속 사용하는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과 같은 항공동맹체 ‘스타얼라이언스’ 소속이라 서우두공항에서 계속 영업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아시아나항공은 중국국제항공 등 스타얼라이언스 소속 항공사들과 함께 서우두공항 3터미널을 사용하고 있다. 스카이팀에 속한 대한항공이 다싱신공항으로 이전할 경우, 도심과 가까운 서우두공항을 계속 사용하는 데 따른 반사이익마저 기대됐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을 결정하면서 가장 경쟁력 있는 인천~베이징을 비롯해 한·중 노선 자체가 통째로 흔들리는 상황이 됐다. 아시아나항공은 제2민항 출범 초부터 한·중 노선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왔다. 한·중 노선의 경우 지금도 대한항공에 비해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특히 박삼구 전 회장은 한·중우호협회를 운영하면서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등 중국 고위층과 ‘관시’를 다져왔다. ‘사드(THAAD)’ 사태로 한·중 관계가 얼어붙었을 때는 한국방문위원장이라는 직함을 활용해 이를 푸는 막후조정자 역할도 했다. 이제 해결사가 사라진 셈이다.

오는 9월 상하이 푸둥공항 탑승동 개장 역시 양대 항공사로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비록 ‘탑승동’이라고는 하나 단일 탑승동으로 세계 최대 규모로 사실상 신청사다. 새로운 여객터미널 하나가 새로 들어선 것과 같은 효과다. 인천~상하이(현 49회), 부산~상하이(현 14회)를 각각 7회씩 늘려 56회, 21회로 증편하는 것도 탑승동 개장에 따른 영향이다. 푸둥공항 탑승동이 개장하면 동방항공은 1터미널, 남방항공과 국제항공은 2터미널을 계속 쓰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같은 외국 국적사는 탑승동으로 옮기는 방안이 유력하다.

탑승동은 기존 터미널에서 발권하고 짐을 부친 뒤 셔틀열차를 타고 옮겨 가야 하는 식이라 이용객들이 꺼린다. 과거 인천공항에서도 셔틀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 탑승동에 외항사들을 배치하면서 외항사들이 크게 반발한 적이 있다. 탑승대기와 청사 내 이동에 더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현재 탑승동 개장을 앞두고 셔틀열차를 시험운행 중인 푸둥공항에서도 이 같은 사태가 똑같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외항사 이용객들은 기존의 푸둥공항 1·2터미널을 계속 사용해 탑승 소요시간이 짧은 중국 항공사로 상당 부분 갈아탈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경우 오는 12월 말 중국 1위 남방항공과의 제휴가 종료되는 것도 다급한 문제다. 올 초 남방항공이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탈퇴를 선언하면서다. 중국 남부 광저우(廣州)를 허브로 하는 남방항공은 항공기만 840여대를 보유한 중국 최대 항공사다. 지난해 인천공항에 취항한 84개 항공사 가운데 남방항공은 158만명의 여객을 처리해 동방항공(162만명)에 이어 2위 외항사 자리에 올랐다. 그간 대한항공은 같은 스카이팀 소속 남방항공과 ‘코드셰어’ 등을 통해 중국 노선에서만큼은 사실상 하나의 항공사처럼 공동운항해왔다.

중국남방항공 ⓒphoto 바이두
중국남방항공 ⓒphoto 바이두

12월 중국남방항공과 제휴 종료

남방항공은 2002년 중국북방항공의 다롄 추락사고 후 북방항공, 신장(新疆)항공 등을 통폐합해 출범한 항공사다. 북방항공을 인수한 터라 중국 동포(조선족)들이 많이 사는 ‘동북3성(省)’ 노선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항공동맹체 소속이 다른 아시아나항공조차 피인수된 북방항공 때 체결한 계약에 따라, 인천~창춘, 인천~하얼빈 등 노선을 여전히 공동운항 중이다. 하지만 남방항공이 스카이팀을 탈퇴하면서 당장 대한항공은 중국 남방 및 북방 노선에 강점을 지닌 남방항공과 공동운항 등 각종 제휴가 더 이상 힘들어졌다.

현재 대한항공과 남방항공은 기존에 쌓인 마일리지 소진 등을 위해서 오는 12월 31일까지 1년의 유예기간을 두고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벌써부터 남방항공 이용 시 기존 스카이팀 마일리지 적립과 사용에 따른 조건이 과거에 비해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이로 인해 스카이팀 이용객들이 불편을 호소하며 아시아나항공 등 다른 항공동맹체로 점점 이탈해 나가고 있는 상태다.

남방항공이 탈퇴하면서 남방항공이 대주주로 있는 샤먼(廈門)항공의 스카이팀 잔류 가능성도 의심스러워진 상황이다. 대한항공과 샤먼항공은 인천~샤먼 노선에 공동운항을 실시하고 있다. 현재 항공동맹체 ‘원월드’ 소속 아메리칸항공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남방항공은 스카이팀 탈퇴 후 원월드 가입이 점쳐진다. 원월드는 아메리칸항공을 비롯 브리티시항공, 콴타스항공, 캐세이퍼시픽, 일본항공 등이 가입해 있는 항공동맹체다. 다만 남방항공의 원월드 가입을 홍콩을 모항으로 하는 캐세이퍼시픽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당분간 독자노선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의 스카이팀 내 발언권도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스카이팀은 2000년 대한항공과 델타항공(미국), 에어프랑스, 아에로멕시코 등 네 항공사가 주축으로 결성한 항공동맹체다. 대한항공의 경우 아시아를 대표하는 스카이팀 창설 멤버로서 상대적으로 발언권이 강했다. 스카이팀에 중국 항공사들이 합류한 것은 2007년(남방항공), 2011년(동방항공·상하이항공), 2012년(샤먼항공)에 들어서다. 하지만 남방항공이 빠진 스카이팀 내에서는 사실상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항공사인 동방항공의 발언권이 상대적으로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항공과 샤먼항공은 각각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의 자회사에 불과하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의 경우 당장 오는 6월 서울에서 열리는 IATA(국제항공운송협회) 연차총회에도 비상이 걸렸다. ‘항공업계의 UN총회’로 불리는 IATA 연차총회는 항공업계의 큰 틀을 결정하는 중요한 자리다. IATA 연차총회가 서울에서 열리는 것은 대한항공이 1989년 국적항공사 최초로 IATA에 가입한 지 30년 만에 처음이다. 작고한 조양호 회장은 지난 20년간 IATA 집행위원으로 활동하며 IATA 연차총회를 서울로 유치한 주인공이다. 대한항공 측은 “조원태 신임 회장이 대신 나설 것”이라고 했다.

인천공항 영향 없나?

중국남방항공 스카이팀 탈퇴로 2터미널 재배치 한숨 돌려

인천공항 2터미널
인천공항 2터미널

중국남방항공의 스카이팀 탈퇴를 시작으로 항공동맹 체제에 균열이 생기면서 인천공항 2터미널 항공사 배치 문제로 골치를 앓던 인천공항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비행기가 몰리는 시간에 대한항공만 쓰기에도 벅찼던 2터미널 재배치 작업에 다소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둔 지난해 1월 대한항공을 비롯 델타항공(미국), 에어프랑스, KLM(네덜란드) 등 4개 항공사로 문을 연 인천공항 제2터미널은 현재 항공사 재배치 작업 중에 있다. 지난해 10월, 중화항공(대만)을 비롯 샤먼항공, 아에로멕시코, 가루다인도네시아, 알리탈리아, 체코항공, 아에로플로트(러시아) 등 스카이팀 소속 7개 항공사를 2터미널로 추가 배치했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은 스카이팀의 한 축임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인천공항 1터미널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다. 동방항공과 남방항공은 지난해 인천공항에서만 각각 162만명, 158만명의 여객을 처리한 국내 외항사 1, 2위 항공사다. 이들 모두를 한꺼번에 2터미널로 옮겨 오면 벌써부터 첨두(피크)시간에 주기장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는 2터미널의 포화상태가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서다.

하지만 남방항공이 스카이팀에서 탈퇴하면서 동방항공과 베트남항공만 2터미널로 이전하면 재배치 작업을 대략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인천공항에서만 80만명의 여객을 처리한 베트남항공 역시 1터미널에 잔류 중이다. 인천공항은 오는 2023년까지 4조2000억원을 투입하는 4단계 확장사업을 통해 제4활주로를 신설하고 2터미널을 확장해 스카이팀 항공사를 모두 2터미널로 모으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언론홍보팀의 한 관계자는 “2터미널은 현재 스카이팀 11개 항공사가 쓰고 있는데 나머지 스카이팀 항공사들을 2023년 2터미널 확장이 끝나고 옮길지 그전에 옮길지 아직 정해진 바 없다”며 “항공사 이전은 사무실 이전과 발권카운터 변경까지 복잡한 문제라서 올 연말까지 추이를 지켜보고 나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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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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