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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57호] 2019.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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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의 세상 읽기] ‘농약 맥주’ 괴담의 진실

극미량 ‘제초제’보다 ‘술’이 더 무섭다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duckhwan@sogang.ac.kr

▲ 2017년 11월 유럽 환경단체 회원들이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유럽연합 본부에서 제초제 글리포세이트 사용 전면 금지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photo 뉴시스
글리포세이트라는 제초제 성분이 들어 있는 ‘농약 맥주’가 버젓이 수입·유통되고 있다는 괴담에 온라인이 뜨겁게 달아올랐던 모양이다. 수입 맥주에서 작은 행복을 누리던 많은 소비자들이 극심한 불안에 시달렸다. 결국 식품의약품안전처가 41종의 수입 맥주·와인에 대한 정밀검사를 실시해야만 했다. 다행히 ‘농약 맥주’는 없었다. 적지 않은 검사 비용만 쓸데없이 낭비해버린 셈이다. 식약처는 지난해 5월에도 국산 맥주 10종을 검사했지만 괜한 논란이 두려워서 결과를 공개하지 못했다고 한다.
   
   
   ‘1군’보다 ‘2A군’이 더 무섭다고?
   
   글리포세이트가 국제암연구소(IARC)의 발암물질 목록에서 ‘2A군’으로 분류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런데 2A군에는 글리포세이트만 있는 것이 아니다. 쇠고기와 같은 적색육, 실내에서 사용하는 숯불, 커피에 불순물로 포함되어 있는 아크릴아마이드 등 80여종의 화학물질과 환경요인이 2A군에 포함되어 있다. 섭씨 65도 이상의 차(茶)와 국물, 생체리듬을 깨뜨리는 교대제 근무환경도 2A군에 속해 있다.
   
   2A군에 속하는 물질이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은 물질’이라는 일부 언론의 소개는 정확한 것이 아니다. IARC의 분류는 발암성의 강도(强度)를 근거로 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A군’은 ‘2A급’이 아니라는 뜻이다. 실제로 2A군은 사람에게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발암물질로 추정되기는 하지만, 인체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물질을 말한다. 과연 2A군을 ‘발암물질’이라고 불러야 하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셈이다.
   
   실제로 글리포세이트의 발암성에 대한 연구 결과는 매우 혼란스럽다. 인체 발암성을 확인했다는 결과도 있지만 정반대의 결과도 적지 않다. 그래서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금도 글리포세이트의 인체 발암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세계식량농업기구(FAO)·유럽연합(EU) 등의 국제기구도 많은 양의 제초제를 직접 사용하는 농부나 정원사가 아니라면 일상생활에서 글리포세이트의 인체 발암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됐다고 법석을 떨었던 ‘술’은 인체 발암성이 과학적으로 분명하게 확인된 ‘1군’에 속한다. 술에 상당한 양이 들어 있는 ‘에탄올’도 역시 1군 발암물질이다. 실제로 간암 사망자의 9%가 술 때문이다. 술과 에탄올은 발암성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술 때문에 발생하는 질병은 수를 헤아릴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 보건복지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7년 술에 의한 질병으로 사망한 사람이 4809명이었다. 하루 13명이 술 때문에 사망했다. 술의 폐해는 그뿐이 아니다. 2017년 강력 흉악범죄자 1만여명이 음주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 음주운전에 의한 사망자도 연간 439명이나 되고 부상자는 3만명을 훌쩍 넘어선다. 음주에 의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간 9조4000억원에 이른다.
   
   그런 술에 인체 발암성조차 불확실한 글리포세이트가 극미량 들어 있다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당장 거대한 산불이 덮쳐오고 있는데, 초미세먼지가 1군 발암물질이라고 걱정하고 서 있는 것과 같은 일이다. 정작 걱정해야 하는 것은 글리포세이트가 아니라 만병의 근원인 술과 에탄올이다.
   
   
▲ ‘농약 맥주’ 사태를 보도하는 한 방송사 뉴스 화면.

   우리와는 너무 다른 미국의 언론
   
   ‘농약 맥주’ 괴담은 지난 2월 말 미국에서 시작됐다. 미국의 소비자 단체인 ‘공익연구그룹(PIRG)’이 미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19종의 맥주·와인·사과주에서 최대 51.4ppb의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었다고 밝힌 것이 계기였다. 사실 가공식품에서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다는 소식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IARC가 글리포세이트를 2A군으로 분류한 다음해인 2016년부터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구문(舊聞)이다. 독일의 환경단체와 미국의 소비자단체가 맥주·와인에서 처음 검출한 후부터 시리얼·아이스크림을 포함한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서 극미량의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고 있다.
   
   그렇다고 미국과 독일에서 글리포세이트 때문에 소동이 벌어진 적은 없다. 지금까지 가공식품에서 검출된 양이 WHO가 설정해놓은 허용기준보다 턱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성인의 경우 평생 동안 매일 200잔 이상의 맥주나 포도주를 마시더라도 글리포세이트에 의한 부작용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을 대부분의 소비자와 언론이 신뢰하고 있다.
   
   PIRG도 자신들이 검출한 글리포세이트의 양이 EPA가 정해놓은 음료의 허용기준인 200~4만ppb보다 충분히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만 글리포세이트가 매우 낮은 농도에서도 유해할 수 있다는 2013년의 ‘어설픈’ 세포 실험 결과를 들먹이고, ‘유기농’ 와인에서도 5ppb 수준의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되었다는 사실을 앞세워 글리포세이트의 유해성을 강조하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미국의 언론은 냉정했다. 주요 언론은 대부분 PIRG의 주장을 외면해버렸다. PIRG의 주장을 비교적 자세하게 보도한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제목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극미량의 글리포세이트를 용납하는 것이 오히려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전문가의 발언까지 소개했다. 만약 농사에 제초제를 전혀 사용하지 않으면 “세계 식량 생산량은 20~40%나 줄어들어 훨씬 더 심각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글리포세이트가 다른 제초제보다 독성이 약하다는 사실도 분명하게 밝혔다.
   
   EPA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간이검사에 사용하는 효소결합면역흡착분석(ELISA) 키트를 사용한 PIRG의 어설픈 검출 실험에 대한 한마디의 반론도 없었다. 다만 “제초제를 정상적으로 사용한다면 어린아이를 포함한 소비자가 부작용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USA투데이가 전해준 EPA의 확고한 입장이었다.
   
   자신들의 검출 방법까지 시시콜콜 밝히면서 저자세로 언론을 설득해야만 했던 우리 식약처의 입장에서는 소비자와 언론의 무한 신뢰를 얻고 있는 EPA가 부러울 것이다. 식약처의 검사가 국산 맥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억지를 부리는 언론도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엉터리 괴담에 갈피를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하는 식약처의 전문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유해물질에 대한 모든 논란이 IARC의 발암물질 목록을 향하고 있는 현실도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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