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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73호] 2019.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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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전남·경남 국립수목원 유치전 지역갈등 확산

▲ 맑은 날 찍은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완도수목원 전경. photo 완도군청
지난 8월 27일 오전 10시 전라남도 완도군에 위치한 공립완도수목원. 새벽부터 쏟아진 비로 짙은 물안개가 완도군 일대 풍광을 가렸지만, 수목원 초입에 자리한 상록활엽수림만큼은 그 외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겹겹이 심어진 생달나무, 황칠나무 등의 수종들이 상당한 규모의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서다. 육교를 건너 이들 나무 사이로 들어서자 수도권에선 보기 힘든 크고 작은 난대림 식물들이 끝없이 펼쳐졌다. 수목원 측 설명에 따르면 이곳에 서식하는 자생식물은 총 770여종. 길목 곳곳에 조성된 아열대온실, 수생식물원 내 식물 등을 다 포함하면 1000여종이 넘는다고 한다. 주변 휴양림 등을 포함하면 그 규모가 2033㏊에 달하는데, 이를 모두 둘러보려면 최소 2~3시간은 잡아야 했다.
   
   최근 이 수목원을 공립에서 국립으로 전환해 확장·육성하려는 전라남도 완도군과, 이와 유사한 형태의 국립난대수목원을 아예 새롭게 조성하려는 경상남도 거제시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산림청이 지난해 ‘4차 수목원 진흥 기본계획’에 따라 남부권 지역 중 한 곳에 국립 난대수목원을 유치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유치 지역이 결정되면 광릉국립수목원, 국립백두대간수목원, 국립세종수목원(2020년 완공 예정), 국립새만금수목원(2027년 완공 예정)에 이어 국내 다섯 번째 국립수목원이 조성되는 셈이다. 전남 완도와 경남 거제는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언론사를 동원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데, 이들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보이면서 지역갈등 우려도 불거지고 있다.
   
   난대림은 연 평균기온 14도 이상, 1월 평균기온 0도 이상, 강수량은 1300~1500㎜의 온난하고 일교차가 적은 북위 35도 이남에서 나타나는 상림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전남과 경남 등 남부권 지역과 제주도, 울릉도가 대표 난대림 지역으로 꼽힌다.
   
   
   경남 거제 나서자, 전남 완도 다시 도전
   
   전남은 이미 2000년대 말 완도에 국립난대수목원을 유치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2008년 완도수목원을 세계적인 난대수목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산림청과 체결한 것이다. 2009년엔 산림청 ‘2차 수목원 진흥 기본계획’에 완도 국립수목원 유치가 명시화되면서 관련 사업이 구체화되는 듯했다. 하지만 당시 전남과 산림청이 세부조건 협의 과정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유치는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완도 국립수목원 유치에 다시 불이 붙었다. 산림청이 ‘4차 수목원 진흥 기본계획’에 난아열대 산림생물자원 보전·활용 등을 목표로한 남부권 국립난대수목원 조성 계획을 반영해서다. 이에 전남도는 완도수목원 일원 약 400㏊에 국비 1750억원을 들여 공립완도수목원을 국립으로 전환, 확장하겠다는 사업서를 제안했다.
   
   하지만 산림청의 이런 기본계획안 수립에는 거제시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 변광용 거제시장이 전국 지자체장과 산림청장 등이 참석한 제16회 산림연찬회에서 거제시 내 국립난대수목원 유치를 강력히 제의했기 때문이다. 변 시장은 “당시 김경수 도지사도 경남에 국립수목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의견을 내고 있던 터였다”라고 설명했다. 경남도는 지난해 7월 수목원 조성 필요성을 담은 ‘산림복지 벨트 조성계획’을 수립하기도 했는데, 변 시장의 당시 제의는 이 정책과도 맞물려 있었다. 거제시는 산림청이 이번에 ‘4차 수목원 진흥 기본계획’을 발표하자 그동안 계획했던 사업안을 본격 제안했다. 국비 1000억원을 들여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 일원 국유지 약 200㏊에 국립난대수목원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전남도청 관계자는 “시작은 거제일지라도 본래 국립난대수목원 유치는 우리 쪽에서 진행하려 했던 것”이라며 “이를 거제에 넘기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지역의 유치 경쟁이 불붙기 시작한 것이다.
   
   
▲ 경상남도 거제시가 국립난대수목원을 유치하려는 거제시 동부면 구천리 산 96번지 일원 전경. photo 거제시청

   수목원 유치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에 사활
   
   현재 전남도와 완도군, 경남도와 거제시는 국립수목원 유치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올해 여름부터 각 지역사회단체, 학계 전문가 등을 불러모아 태스크포스(TF)팀, 유치추진협의회 등을 조직해 유치의 당위성과 필요성, 기대효과 등을 널리 알리는 중이다. 각 지역 언론사들도 적지 않게 동원되는 분위기다.
   
   이번 유치전에서 전남도와 완도군은 이미 난대수목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을 피력 중이다. 지원받는 국비를 활용해 기존 난대림 자원에 자생식물단지·습지·생태숲 등을 추가로 조성하고 수종 연구 지원 등을 강화하면, 보다 큰 유치 효과를 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완도군청 관계자는 “기존 산림을 벌초하고 난대수종을 새롭게 심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수목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데만도 30~100년이 걸린다. 난대림의 경우 기후, 토양 조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다 보니 성공 가능성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측면에서 완도군이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1991년 수목원 개원 후 해당 지역에 조성한 다양한 수종도 이들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완도수목원엔 770종에 달하는 자생식물뿐만 아니라 802종의 동물들도 서식하고 있다.
   
   반면 경남도와 거제시는 국토의 균형발전 필요성을 강조한다. 동남부권엔 산림복지시설이 전무한데, 이를 놔두고 이미 몇십 년간 유지돼온 완도수목원에 추가 투자가 필요하냐는 주장이다. 경남도청 관계자는 “현재 동남부권엔 산림 시설이 없다. 국토균형발전을 고려하면 거제에 유치하는 게 맞다. 산림청 4차 계획안은 난대수목원을 새롭게 조성하는 것이지, 기존 수목원을 국립으로 전환하자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2027년 개원을 앞둔 국립새만금수목원으로도 이미 전남 등 서남부권의 산림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접근용이성도 강점으로 내세운다. 향후 남부내륙철도(서부경남KTX)가 완공되고, 부산·울산·경남 신공항 건립이 확정되면 거제 수목원으로 향하는 방문객 수가 상당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거제시청 관계자는 “유치 후 관리·운영도 중요하다. 거제에 수목원이 유치되면 부울경의 산림 수요를 충족시키며 완도수목원보다 더 많은 방문객을 끌어들일 수 있다. 거제시만으로도 그 인구는 월등히 많다. 이는 수익과도 연관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자체들이 수목원 유치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 때문이다. 완도 국립수목원 유치 예비타당성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업 추진으로 2만8000여명의 고용유발, 약 2조원의 경제파급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연간 방문객 수는 150만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정식 개원한 국립백두대간수목원의 한 관계자는 “수목원이 조성되면 유입되는 외지인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자생식물 페스티벌 등 수목원 축제 진행 시 필요한 작물, 화훼를 모두 주변 농가에서 조달받다 보니 확실히 지역경제에 이바지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불황으로 수년째 고용위기지역, 산업위기대응특별지역으로 지정된 거제시 입장에선 수목원 유치가 절실할 수밖에 없다. 거제시는 관광업 자원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겠다는 계획이다.
   
   
   서명전 등 과열 양상 “지역갈등 불가피”
   
   이런 이유 등으로 두 지역 간 경쟁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진행한 완도군 국립수목원 유치 서명운동엔 완도군민 5만명보다 더 많은 8만명이 참여할 정도였다. 군청 설명에 따르면, 전국 향우회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한 결과라고 한다. 거제시의 경우 총 14만명이 서명에 참여했으며, 소셜미디어상에선 거제시 국립수목원 유치를 기원하는 범시민 캠페인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역민들 사이에선 네거티브전도 나타난다. 완도군 한 식당 사장은 “지금 수목원이 국립으로 전환돼 운영, 규모 등이 더 커지면 주변에 위치한 청산도, 완도타워, 청해포구 촬영장 등과 연계해 손에 꼽히는 관광 자원으로 변모할 것”이라며 “아무것도 없는 거제보다 기존 수목원이 있는 완도에 유치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교 완도군번영회 회장은 “조선업 불황에 따른 지역경체 침체를 수목원 유치로 타개하겠다는 건 본래 취지에 어긋나는 것으로 기후 조건과 주변 관광 자원 연계 가능성 등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거제시 측에선 완도 국립수목원 유치를 두고 중복투자라는 비난도 나온다. 배동주 거제경실련 사무국장은 “완도수목원이 공립에서 국립으로 바뀌면, 전남 내 여타 시군에서 사라진 공립수목원을 다시 지으려 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나 저러나 중복투자다. 또 국립 전환을 위해선 산림청이 현재 전남도가 소유 중인 부지, 시설도 매입해야 하는데 그 금액이 천문학적으로 높은 걸로 알고 있다. 국비 낭비다”라고 비판했다.
   
   최근엔 지역구 정치인들까지 유치전에 나서고 있다. 김한표 자유한국당 의원(경남 거제시)은 지난 7월 김재현 산림청장을 만나 거제시에 국립난대수목원을 조성해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윤영일 의원(전남 해남군완도군진도군)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책 사업이기에 기재부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장차관을 만나 정치적 입김, 개입 없이 타당한 데이터 등에 의거해 진행될 수 있도록 당부의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오히려 이들이 국립수목원 유치 경쟁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지역갈등은 불가피하다고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요즘 지방 경제가 워낙 어렵다 보니 이런 유치전엔 지역민, 지자체장, 정치인들까지 똘똘 뭉친다. 결과가 어떻게 나든 지역갈등은 격화될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완도, 거제는 지역 정치색이 분명한 곳이기에, 중앙정부가 유치 지역을 선정할 때 설득력 있는 근거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림청은 당초 8월 초 국립난대수목원 최종 유치 지역을 발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기재부와의 예산 협의 문제 등으로 이를 9월 전후로 미룬 상황이다. 산림청 측은 “가까운 시일 내에 협의를 마치고 결과를 내놓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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