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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회/르포
[2591호] 2020.01.13

단독 윤석열의 심경 토로 “날리면 날리는 대로...”

▲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의 회동을 위해 지난 1월 7일 오후 경기 과천시 법무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photo 뉴시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번 검찰 고위직 인사와 관련해 “인사 가지고 말이 많은데 (수사팀을) 날리면 날리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가지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 고위직 간부 인사가 있기 이틀 전인 지난 1월 6일 주간조선 기자와 만나 이번 인사 폭을 어느 정도 예상한 듯 이렇게 소회를 밝혔다. 윤 총장이 이번 인사를 전후해 외부에 자신의 의견을 피력한 것은 이때가 처음이다. 그가 검찰 고위 인사가 임박한 상황에서 이같이 발언한 것은 청와대와 법무부의 인사 폭에 대해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다는 의미이며, 인사로 인해 자신이 사퇴할 일은 없을 것이란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윤 총장은 인사 문제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수사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란 뜻도 내비쳤다. 그는 “(후임으로) 누가 어떤 자리에 와도 잘할 사람들”이라며 “(간부들이나 수사팀은)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도 안 하고, 내가 나가서 다른 사람이 발령을 받아 온다고 하면 그 사람도 잘할 거란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있을 때 맡겨진 일에 대해서 최선을 다할 뿐”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윤 총장은 청와대와 법무부 인사권의 논거가 되는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에 대해서도 “검찰이 잘못했을 때 민주적 통제가 가능한 것이지, 검찰이 과도하게 수사하는 것 같다고 해서 민주적 통제를 한다는 것은 보기에 따라 애매한 일”이라며 “동일한 사건에 대해서 어디까지 하라고 하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자진사퇴 가능성 낮아
   
   법무부가 지난 1월 8일 단행한 인사를 보면 윤 총장의 표현대로 ‘상당수 참모진이 날아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는 통상의 인사 수요를 넘어선 규모라는 것이 법조계의 공통된 평가다. 공석이 된 검사장급 이상의 고위 검사 8자리를 충원하는 것이 이번 인사의 요인이었지만, 결과는 이를 훨씬 뛰어넘었다. 고검장 승진 5명과 검사장 승진 5명, 전보 22명에 달하는 대폭적인 규모였다. 특히 대검의 수사 지휘라인을 비롯한 참모진이 모두 전보 인사를 통해 교체됐다는 점이 두드러진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무마 의혹 수사를 지휘한 한동훈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수사 중인 박찬호 대검 공공수사부장은 제주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 수사 등을 총괄한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은 고검장으로 승진해 법무연수원장으로 발령이 났지만, 이른바 ‘승진성 좌천’ 성격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종합해 보면 청와대와 여권을 겨냥한 수사를 지휘했던 고위 검사들의 보직이 일제히 바뀐 모양새다.
   
   법무부의 이 같은 인사 기조는 고검 검사급(차장·부장검사)을 대상으로 한 후속 인사에서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사건을 맡은 일선 검찰청의 수사 책임자들을 대상으로 한 물갈이 인사가 뒤따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검 송경호 3차장과 고형곤 반부패수사2부장, 서울중앙지검 신봉수 2차장과 김태은 공공수사2부장, 서울동부지검 홍승욱 차장과 이정섭 형사6부장 등이 후속 인사 대상이 되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이들은 조 전 장관의 가족 비리 의혹과 감찰 무마 의혹,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등을 수사해온 실무 책임자들이다. 현재까지 윤 총장이 자진사퇴할 가능성은 낮지만, 총장의 입장이 주로 반영되는 고검검사급 인사에서도 이번과 같은 파격이 이어질 경우 윤 총장이 의외의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이번 고위 간부 인사에서는 당초 검찰 안팎에 나돌던 비(非)검사 출신 인사가 검찰 내 요직에 보임되는 파격은 나타나지 않았다. 인사를 앞두고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의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출신의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이 검찰국장에 임명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았지만 현실화하지는 않았다. 법무부 주요 직책에서도 비검사 출신 인사를 배치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몇몇 자리에 기존대로 현직 검사들이 임명됐다. 검찰 업무와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에는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기조실장에는 심우정 서울고검 차장이 전보됐다.
   
   신임 검사장들이 대검 참모진으로 기용된 점도 눈에 띈다. 심재철 서울남부지검 1차장과 배용원 수원지검1차장이 검사장으로 승진해 각각 대검 반부패·강력부장과 공공수사부장을 맡게 됐다.
   
   
   정권의 압박에 내성 생긴 尹
   
   외부의 우려와 달리 이번 인사에 대해 윤 총장이 의외로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은 과거 유사한 경험으로 인해 일종의 면역력이 생겼기 때문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2013년에도 국가정보원 댓글수사팀장을 맡으며 정권의 턱밑까지 칼을 들이댄 바 있다. 이후 조영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통해 계속해서 정권 차원의 압력이 들어오자 결국 그는 국회까지 나와 수사의 정당성을 주장하면서 정면돌파를 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인해 윤 총장은 대구고검과 대전고검 등으로 좌천되며 수년간 한직을 돌았다. 당시 윤 총장뿐만 아니라 댓글수사팀에 있었던 검사들 대부분이 인사상의 불이익을 받았다. 댓글수사팀 검사들 중 상당수는 윤 총장이 평검사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던 인사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당시 윤 총장은 자신으로 인해 수사팀 출신 검사들이 불이익을 받는 것에 대해서 ‘매우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윤 총장이 딱 한 번 당시 인사에 대해서 우회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던 것은 부팀장이었던 박형철 검사(청와대 전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가 옷을 벗었을 때였다. 윤 총장은 이때 전직 검찰 선배를 통해 박근혜 정부 정권실세에게 ‘자신이 옷을 벗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전례에 비추어봤을 때 “(수사팀을) 날리면 날리는 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가지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윤 총장의 발언은 자신이 책임지던 조직이나 수사를 놔두고 자진사퇴는 하지 않겠다는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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