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마스크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photo 신화·뉴시스
지난 2월 11일 중국 상하이의 한 아파트 주민위원회에서 마스크 예약 신청을 받고 있다. ⓒphoto 신화·뉴시스

한국 교민들이 많이 사는 중국 상하이 푸둥(浦東)의 한 대단지 아파트는 한국 주민들의 아파트 출입문 카드를 정지시켰다. 한국에서 귀국한 지 14일 이내 사람들이 대상이다. 이 아파트에서 출입문 카드 없는 생활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우선 단지 안에 들어가려면 아파트 입구에서 출입문 카드를 태그해야 한다. 아파트 1층과 지하주차장 현관에서도 출입문 카드를 태그해야 문이 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도 출입문 카드를 태그해야 가고자 하는 층을 누를 수 있다. 출입문 카드가 없으면 30층 이상 되는 아파트를 걸어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출입문 카드가 없으면 비밀번호 방식이 아닌 이상 자기 집 대문조차 열 수 없다.

출입문 카드 정지라는 방식으로 잠재적 코로나19 감염자인 귀국 한국 교민들을 사실상 가택연금시킨 것이다. 집값이 비싼 푸둥에서도 관리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아파트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아파트 상가 등지에 한국인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는 민원이 관리사무소 측에 빗발치면서 급기야 단지 주민위원회가 출입문 카드 정지조치를 내린 것이다. 사실상 가택연금된 교민들은 택배와 배달음식에 의존해 하루하루를 연명 중이다. 한 교민은 “아파트 단지 앞에서 봉쇄됐던 음식배달이 코로나19가 완화되면서 집 앞까지 들어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했다.

처지 뒤바뀐 상하이와 한국

사실 이 같은 조치는 한국 교민이 많은 상하이 주요 아파트에서 대동소이한 방식으로 실시되고 있다.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 등지를 다녀온 사람들도 모두 이런 방식으로 걸러낸다. 강력한 조치 덕분에 중국 최대 경제도시 상하이는 코로나19 충격에서 빠른 속도로 벗어나고 있다. 상하이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중국에서 ‘1선도시’로 특별 관리되는 4개 도시(베이징·상하이·광저우·선전) 가운데 가장 양호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3월 5일 오후 2시 기준, 상하이의 확진자는 338명으로, 4개 1선도시 가운데 가장 적다.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이 있는 베이징(418명)보다도 양호한 성적이다.

코로나19 방어전에서 상하이가 거둔 기대 이상의 성적 덕분에 상하이시의 2인자였던 잉융(應勇) 상하이 시장은 지난 2월 13일,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을 관할하는 후베이성 당 서기로 영전됐다. 잉융 전 시장으로서는 후베이성의 1인자인 당 서기로 체급을 높이며 향후 중앙정치국에 입성할 발판을 만들었다.

상하이시는 지난 2월 27일에는 상하이총영사관을 통해 대구·경북 지역에 마스크 50만장을 지원하기도 했다.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중국동방항공 편으로 건너온 이 마스크는 지난 3월 3일부터 대구·경북 지역에 풀리고 있다. 상하이 한국상회(한인회)도 조만간 마스크 10만장을 한국에 지원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막아라

상하이가 코로나19 방어전에서 사용한 노하우는 지난 3월 5일 오후 2시 기준, 확진자 5766명에 사망자만 39명이 나온 한국에서도 배울 만하다는 지적이다. 코로나19 발원지인 후베이성과 고속도로, 철로, 항공, 뱃길로 촘촘히 연결돼 있는 악조건 속에서도 각종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조치로 코로나19가 상하이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상하이까지 코로나19가 번졌을 경우에 전 세계에 미칠 여파는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상하이는 전면 도시 봉쇄라는 초강수를 둔 우한과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채택하지 않고도 비교적 성공적으로 코로나19를 막아냈다.

우선 외부 감염원 차단은 기본 중 기본이다. 상하이로 들어오는 모든 입구에서부터 상하이 출입을 최소화시킨 것은 가장 돋보이는 조치였다. 우한 등지와 연결되는 항공, 철도, 버스, 배편을 미리 끊어버리는 것은 기본이다.

교통체증 등에 구애받지 않고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틀어막은 것도 결과적으로 상당한 효과를 봤다는 평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를 틀어막고 상하이에 명확한 거주지가 있거나 업무가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만 출입이 가능하도록 했다. 거주증이나 고용계약서, 예약증 등의 원본이나 사본을 제시해야 상하이 진입이 가능토록 허용했다.

실제로 이 과정에서 상하이로 진입하는 한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는 강화된 상하이시 출입규정을 피하기 위해 트렁크 속에 숨어서 들어오던 사람이 적발되기도 했다. 공항, 기차역, 버스터미널은 물론이고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도 모든 통행자를 대상으로 체온검사를 실시해 37.3도(한국의 기준은 37.5도) 이상 되는 사람을 걸러낸 것도 인상적이다. 이때 항공기에서 작성하는 것과 유사한 개인별 건강등록표를 작성토록 해서 코로나19 확진 시 사후 감염경로 추적 및 역학조사가 쉽도록 한 것도 상당한 도움이 됐다는 전언이다.

지난 2월 13일 후베이성 당 서기로 영전한 잉융 전 상하이 시장. ⓒphoto 신화
지난 2월 13일 후베이성 당 서기로 영전한 잉융 전 상하이 시장. ⓒphoto 신화

효과 본 주거단지별 봉쇄 전략

우한과 같은 도시 전체 봉쇄가 아닌 주거단지별 봉쇄를 택한 것도 결과적으로 성공적인 정책으로 판명 나고 있다. 각 아파트 단지의 경우 출입구를 단일화한 다음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사람들의 출입을 원천봉쇄했다. 출입구에서 경비원들이 체온검사를 실시해 37.3도 이상 되는 발열자의 출입 자체를 막았다. 택배나 음식배달의 경우 상하이시의 긴급명령으로 아파트 출입구 앞에 일괄 거치대를 설치해 배달원과 대면접촉을 못 하도록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드나드는 사람은 향후 감염원 추적이 용이하도록 방문하는 동·호수는 물론 연락처 등도 일일이 적어 내도록 했다.

마스크 예약판매제도 돋보이는 부분이다. 코로나19 사태 전만 해도 상하이에서 마스크를 쓰는 현지인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수요가 없으니 자연히 마스크 생산량이 적어 24시간 공장을 풀가동해도 상하이시 하루 생산량은 400만장가량에 불과했다.

마스크가 급속하게 품귀현상을 빚자 상하이시는 주민위원회와 온라인을 통한 사전예약 후 판매제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지정된 약국에서 1인당 5장에 한해서만 구입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히 약국 앞에 늘어서던 긴 줄은 사라졌다. 또한 잠재적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해서 약국에서 해열제나 기침약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신분증을 제시하고 기록을 남긴 후 약을 구매하도록 했다.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된 지금도 상하이시는 코로나19의 역유입 방지에 모든 행정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상하이 총영사관에 따르면, 지난 3월 3일 기준으로 한국의 대구·경북 지역을 방문한 내외국인은 14일간 지정된 시설에서 집중 격리조치를 받아야 한다. 한국 내 그 외 지역을 다녀온 사람들은 상하이 도착 후 14일간 자가격리를 시키고 있다. 자기 집이 없는 경우에도 지정된 호텔에서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한다. 14일간의 호텔 투숙비용은 지난 3월 3일부터 자부담으로 바뀌었다. 또한 외지에서 상하이로 들어온 사람의 경우, 하루 2차례씩 스스로 체온을 측정해 보고해야 하는 의무도 부여하고 있다.

미용실, 커트만 허용 파마 금지

대면접촉이 많은 식당 등 요식업장이나 미용실 등에는 조건부로 영업을 허용하되, 모든 손님의 체온을 측정토록 했다. 동시 수용할 수 있는 인원에도 제한을 가했다. 특히 미용실의 경우에는 짧은 시간에 끝나는 커트만 부분 허용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파마와 염색 등의 서비스는 일절 제공할 수 없도록 못 박았다.

코로나19 감염자의 분변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남자 공중화장실에서는 모든 쓰레기통을 치우고, 여자 공중화장실은 비닐을 씌운 쓰레기통으로 전면 교체토록 했다. 아이들이 많이 찾는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여전히 영업중단 상태다.

상하이시는 상황 급변에 대비해 상하이 외곽인 진산(金山)구에 확진자들을 격리수용할 수 있는 임시병동도 마련했다.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 준비했던 기존 500병상에 600병상을 임시로 추가한 것이다.

코로나19와 싸우는 동안 각종 영업중단 조치로 피해를 본 사업장 지원을 위해서는 국유기업 소유 부동산에 입주한 업장의 경우 2~3월 두 달간의 임대료를 전액 면제하는 파격적인 조치도 내놨다. 또 중국 정부 차원에서는 기업규모별로 의무적으로 내야 하는 사회보험료(양로·실업·산재)를 2월부터 6월까지 일정 비율로 감면하는 조치도 실시했다.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 중인 한국에서는 대구는 물론 그 어떤 지자체도 현재 상하이에서 실시하는 조치의 절반도 실시하지 않고 있다. 대구 인구는 243만명으로 상하이(2424만명)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확진자는 4326명으로 상하이(338명)의 10배 이상이다.

당초 청와대와 민주당은 ‘대구 봉쇄’를 입에 올렸다가 지역민들의 반발에 슬그머니 꽁무니를 내렸다.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긴급재난문자는 ‘기침은 옷소매로 가리고 하고 손씻기와 마스크를 착용하라’는 하나마나한 말들뿐이다. “전 인구의 40%가 감염될 수 있다”는 오명돈 코로나19 중앙임상위원장(서울대 의과대학 교수)의 말이 현실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하이 같은 모범 방역도시를 참고하지 않을 수 없다.

이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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