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X렌트 거래 기법’을 국내에서 처음 개발한 FX렌트 조모(61) 회장(사진 속 인물)의 과거 행적은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그는 ‘스마트관리’라는 이름의 회사를 만들고 FX렌트 사업을 확장한 사실상 이 업계의 ‘대부’ 격인 인물이다. 2017년 3월 특허청으로부터 FX렌트 투자 기법을 특허로 인정받은 조 회장은 이후 사업을 급속도로 확장하며 ‘FX렌트 업계의 대부’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회장님’으로 등장한 그가 원래 무슨 일을 했는지 등에 대해선 알려진 바가 없었다. 다만 조 회장은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 전국중앙회장’을 맡고 ‘FX렌트’가 붙은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대회까지 개최하는 등 대외적으로 건실한 사업가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조 회장은 지난 4월 24일 법원으로부터 도박장개설죄로 징역 5년과 추징금 336억원을 선고받으면서 FX렌트 사업 전반과 과거 이력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도박장개설죄로 징역 5년, 추징금 336억

주간조선 취재를 종합하면, 조 회장은 외환 거래, 환율 등과 관련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거나 관련 경력을 가진 전문가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그는 FX렌트라는 회사를 차리기 전 ‘스마트관리’라는 회사를 운영했는데, 빌딩 관리와 청소 용역 등을 주로 하는 업체였다. 이 스마트관리라는 회사의 실체 역시 모호하다.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2015년 8월 설립된 스마트관리는 경기도 포천시의 한 주소를 본점으로 등록했는데, 이곳은 오래전 폐업하고 방치된 모텔의 주소였다. 조 회장은 2016년 2월 이 회사 대표이사로 취임해 지난해 11월 퇴임했다. 다만 현재도 사내이사직은 유지하고 있다.

조 회장을 오래전부터 알아왔던 지인 A씨에 따르면, 그는 해외선물 투자에 관심을 갖고 꾸준히 투자를 하다 ‘우연한’ 계기로 FX렌트 거래라는 사업 방식을 착안했다. 이후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개발해낸 FX렌트 거래 프로그램을 소개하며 “앞으로 대박이 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다만 직접적인 개발은 조 회장이 아닌 고용된 프로그래머를 통해 이뤄졌다. 그는 이후 스마트관리 사무실을 FX렌트 회사로 바꾸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조 회장은 ‘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이라는 시민단체 회장을 맡고 개인 고액기부자 모임인 서울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으로 가입하는 등 청렴한 사업가의 이미지를 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으며 조 회장이 법정구속되자, 그의 회사인 FX렌트를 비롯해 수백 개에 달했던 FX렌트 거래 관련 업체들이 사이트를 폐쇄하기 시작했다.

최근 수많은 온라인 광고를 통해 알려진 FX시티, FX리치 등의 업체들도 모두 조 회장이 개발한 FX렌트 거래 기법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FX렌트는 FX마진거래에 필요한 증거금(1200만원)과 증권계좌 등을 업체가 개인에게 대주는(Rent) 방식이다. 하지만 실상은 ‘홀짝게임’과 다를 것 없는 사행성 도박이었다.

일각에서는 특허청으로부터 정식 특허를 받은 사업을 법원에서 ‘불법 도박’이라고 판결한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특허청은 “도박행위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님이 명세서의 기재 내용상 분명하다”며 “FX렌트 거래 기법이 부정행위에 쓰이지 않을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특허(FX렌트) 자체에는 도박성이 없으므로 특허를 취소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곽승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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