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photo 연합
(왼쪽부터) 박한기 합참의장. 서욱 육군참모총장.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photo 연합

“장관 교체 언제 있을 것 같아요?”

요즘 군 안팎의 사람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2018년 9월 취임한 정경두 국방장관이 재임 2년이 다 돼가고 총선 이후 개각이 있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나오는 얘기다. 선거 후 지난 5월 일부 언론은 “외교·국방장관을 포함해 6월 중 중폭 개각이 유력하다”며 ‘돌파형 3기’ 등 개각 콘셉트와 후보군 명단까지 제시하는 등 구체적으로 개각 및 청와대 참모진 개편설을 보도했다. 하지만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곧바로 “문재인 대통령은 현재 개각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식 입장을 밝힌 뒤 사그라든 상태다.

하지만 8~9월쯤 국방장관을 포함한 개각 가능성이 있지 않겠느냐는 전망은 군내에서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그런 얘기가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하반기에 있을 대규모 군 수뇌부 인사 때문이다. 현 박한기 합참의장의 임기는 2년을 다 채울 경우 10월 초다. 국회 청문회 일정을 감안하면 후임 합참의장은 9월 중순 전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군 수뇌부는 1년6개월이 지나면 교체된 경우도 많아 9월 중순 이전 후임자가 발표될 수도 있다. 군내에선 서욱 육군참모총장이나 원인철 공군참모총장이 후임 합참의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그럴 경우 육군참모총장이나 공군참모총장 등 후속 대장급 인사가 불가피해진다.

대규모 수뇌부 인사 현 장관에 맡길까

군 일각에선 과연 청와대가 올가을 대규모 군 수뇌부 인사를 정 장관에게 맡길 것인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군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은 늦어도 연말까지는 교체될 것으로 보이는데 교체할 거라면 신임 장관이 군 수뇌부 인사를 하도록 하는 게 상식에 맞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군 수뇌부 인사권은 국방장관의 의사와 관계없이 청와대가 행사해 왔기 때문에 장관 교체 시기는 별 의미가 없다는 반론도 있다.

정 장관은 최근 잇단 군 기강 관련 사건들과 국방과학연구소(ADD) 퇴직 연구원들의 대규모 군기밀 유출 사건 등으로 외형상 ‘타격’을 받았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들 사건이 장관을 당장 바꿀 사유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일각에선 정 장관이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으로 영전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제 실현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 청와대 기류를 아는 한 소식통은 “국정원장이나 청와대 안보실장은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이른바 ‘지분’이 있는 사람이 가는 자리”라며 “정 장관이 현 정권에 지분이 있는 사람은 아니어서 그런 자리로 이동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후임으로는 서훈 국정원장이 유력하게 거명된다.

장관 재임 1년6개월을 넘기면서 정 장관의 공과에 대한 평가도 나온다. 정 장관은 취임 초기 천안함 폭침사건과 6·25전쟁 등에 대해 국방장관으로선 부적절한 발언을 해 사회 일각, 특히 보수진영으로부터 많은 공격을 받았다. 공군 출신을 지나치게 챙긴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하지만 정 장관이 갖고 있는 안보관 등에 대해 잘못 알려져 손해를 보고 있다는 동정론도 있다. “대북 문제 등에 있어서 지나치게 현 정부 코드에 맞추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시각과 달리 나름 확고한 안보관, 대북관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군의 한 소식통은 “정 장관은 청와대 NSC(국가안보회의) 상임위 등에서 한·미동맹 문제 등에 대해 군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한 경우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장관 교체 시 후임은 육군 장성 출신 유력

정 장관이 교체될 경우 후임은 육군 장성 출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육사 36기·예비역 중장),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육사 39기·예비역 대장)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김 1차장과 육사 동기생이자 같은 예비역 중장인 모종화 병무청장과 박삼득 국가보훈처장도 후보군에 올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모 청장과 박 처장도 문재인 대선 캠프에 참여했었고 김 청와대 1차장과 같은 육군 중장 출신으로 장관 후보로 손색이 없다”고 전했다.

김유근 1차장은 육군 8사단장, 합참 작전기획부장, 8군단장을 거친 뒤 박근혜 정부 들어 2014년 4월 육군참모차장, 10월 합참 차장을 지내는 등 요직을 두루 역임했다. 하지만 군의 청와대 눈치보기 논란 중심에 서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또 다른 유력후보인 김용우 전 육군참모총장은 2017년 8월 총장에 취임한 뒤 장병 첨단 개인전투체계인 ‘워리어플랫폼’을 도입하는 등 ‘5대 게임체인저’를 추진, 육군 개혁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육군 출신 외에 해군 출신인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도 장관 후보로 거론된다. 이번 선거에서 경남 창원 진해에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1.4%포인트 차로 아깝게 낙선했다. 하지만 송영무 전 장관에 이어 해군 출신을 또 국방장관에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한 소식통은 “황 전 총장은 국방부 장관보다는 해양수산부 장관을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문민 장관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현 정부 임기 내에 문민 국방장관을 임명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내 분위기도 과거에 비해 문민 장관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약해진 상태다. 문민 장관 후보로는 민주당 안규백 전 국방위원장이 가장 유력하게 거명된다. 4선인 안 전 위원장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국방통이다. 군내에서도 가장 거부감이 적은 문민 장관 후보라는 게 강점이다. 서주석 전 국방부 차관도 거론되지만 과거 5·18민주화운동 은폐·조작에 참여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가장 큰 약점이다. 최근 북한이 대남 강경발언을 이어가는 가운데 실제 고강도 도발을 할 경우 문민 장관 임명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한기 합참의장 후임에 서욱 육군참모총장과 원인철 공군참모총장 중 누가 임명될 것인가는 국방장관 인사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 장관이 연말까지 재임한다면 같은 공군 출신인 원 총장은 임명되기 어렵다. 박 의장 임기가 끝나가면서 그에 대한 재평가 목소리도 커지는 듯하다. 한 육사 출신 현역 장성은 “박 의장의 역량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지만 현 정권 핵심부의 거센 압박에도 불구하고 현 군 수뇌부 중 군의 핵심가치를 박 의장만큼 확고한 소신을 갖고 지키려고 노력한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육군참모총장 인사도 큰 관심사다. 군내에선 학군 23기 출신인 남영신 지상작전사령관이 비육사 출신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육군참모총장으로 진출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분위기다.

새로 임명될 군 수뇌부에 대한 기대감도 적지 않다. 사단장 경험이 없는 사람을 핵심 요직인 수방사령관에 임명하고, 군단장을 거친 중장을 청와대 비서관에 임명하는 등의 잘못된 ‘파격 인사’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현역 장성은 “작전 전문가인 안준석 청와대 국방비서관(육사 43기)은 대장으로 진급할 자격이 충분하다”라며 “하지만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비서관을 대장으로 진급시킬 경우 지나친 군의 정치화 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군내에선 1년쯤 뒤 대북 전문가인 김도균 수방사령관(육사 44기)을 청와대 비서관으로 옮기고, 안준석 국방비서관을 합참 작전본부장 등으로 임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용원 조선일보 논설위원·군사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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